
이란 리알화가 달러당 250만 리알을 넘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계란 한 판에 250만 리알, 식용유 가격은 전쟁 전보다 177% 올랐습니다. 7개월째 이어지는 미·이란 갈등을 보면서 34년 군 생활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상황판 위에서는 늘 명쾌해 보이던 것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1. 트럼프의 낙관론, 실제로 믿어도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이란으로의 짧은 소풍"이라고 불렀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즉각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발언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불편했습니다. 지휘관 시절에도 비슷한 장면을 많이 봤는데, 전쟁이 종료 국면에 접어들 때 지도자들은 으레 낙관론을 먼저 내보냅니다. 그런데 그 발언이 사실 확인이 아니라 정치적 포지셔닝일 때가 더 많았습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건 지도자로서 당연한 선택입니다. 문제는 그 메시지가 실제 협상 테이블의 현실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입니다. 9월 말 현재도 카타르를 통한 중재가 계속되고 있고,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 정치적 수사(Rhetoric): 특정 청중을 향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언어를 뜻합니다. 지도자의 발언이 협상 상대를 향한 것인지, 자국 유권자를 향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국제정세 독해의 첫걸음입니다.
트럼프의 낙관론은 두 가지 청중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으며, 따라서 어느 쪽으로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제가 군에서 배운 것도 비슷합니다. 브리핑 자료는 항상 유리한 면을 먼저 보여줍니다. 현장 판단은 그 뒤에 해야 합니다.
2. 호르무즈 해협, 왜 이게 핵심인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약 33킬로미터의 해상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합니다. 좁은 물길 하나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작전 계획을 세울 때 항상 강조하던 개념이 전략 요충지(Strategic Chokepoint)입니다. 소수의 병력이나 수단으로도 상대방 전체의 이동과 보급을 차단할 수 있는 지형적·지정학적 핵심 거점을 말합니다. 호르무즈는 그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이란은 지금 이 해협을 협상 카드로 쥐고 있습니다.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전달한 수정 중재안의 핵심도 "호르무즈 재개방 + 이란 동결자산 해제"입니다. 미국은 이 제안이 핵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며 거부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조건 협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어떤 순서로 이행할 것인가를 두고 양측이 치열하게 싸우는 겁니다.
📌 현재 미·이란 협상의 4대 핵심 쟁점
| 구분 | 주요 요구 사항 | 지휘관의 작전적 시각 |
| 1. 핵 문제 | 이란의 핵무기 개발 원천 차단 | 미국 측의 최우선 타협 불가 조건 |
| 2. 호르무즈 해협 | 해협 재개방 대가로 제재 완화 요구 | 이란이 쥐고 있는 강력한 지정학적 카운터 펀치 |
| 3. 동결자산 해제 | 이란 해외 자금 즉각 동결 해제 | 이란 경제의 즉각적 숨통을 트기 위한 카드 |
| 4. 이차 제재 | 이란 무기 조달망 및 제3국 추가 제재 |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방위 압박 (출처: 미 재무부) |
| 구분 | 주요 요구 사항 | 지휘관의 작전적 시각 |
| 1. 핵 문제 | 이란의 핵무기 개발 원천 차단 | 미국 측의 최우선 타협 불가 조건 |
| 2. 호르무즈 해협 | 이란이 쥐고 있는 강력한 지정학적 카운터 펀치 | |
| 3. 동결자산 해제 | 이란 해외 자금 즉각 동결 해제 | 이란 경제의 즉각적 숨통을 트기 위한 카드 |
| 4. 이차 제재 | 이란 무기 조달망 및 제3국 추가 제재 |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방위 압박 (출처: 미국 재무부) |
지도 위에서 보면 해협 하나 열고 닫는 문제처럼 단순해 보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작전 지역에서 어떤 도로나 교량 하나의 통제권을 놓고 협상이 붙으면, 그 협상은 단순히 그 지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뒤에 보급선이 있고, 보급선 뒤에 작전 계획 전체가 연결돼 있습니다. 호르무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해협의 개폐 여부는 국제 유가와 물류비, 그리고 결국 전 세계 소비자 물가로 연결됩니다.
3. 경제전쟁의 실체, 고통이 곧 항복은 아니다
이란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은 분명히 이란 정권에 압박 요인입니다. 미국도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란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상대국의 경제적 취약성을 공략해 정치적 양보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강압 수단입니다. 경제적 압박이 임계점에 달하면 이란 국민들이 정권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계산이 그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에서 포위 작전을 검토할 때 자주 나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상대를 완전히 고립시키면 협상 의지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지막 수단을 꺼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도 극심한 경제적 고통이 정권 붕괴로 이어진 사례보다, 외부 압박에 맞서 국민이 결집한 사례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란 이란 정규군과 별도로 존재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직속의 군사 조직으로, 국내 치안 유지부터 해외 군사작전, 탄도미사일 개발까지 광범위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란 정권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군사·정치 조직입니다. 이 조직이 심리전에 나섰다는 건 경제 압박이 효과가 없다는 방증이 아니라, 경제 압박에 대응하는 이란의 수단이 아직 남아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제가 지휘관 시절 구성원들에게 강조했던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볼 때 그것이 약함의 표시인지 버티기의 표시인지를 먼저 구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란의 카타르 중재안 제출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상을 요청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란이 굴복 직전이라고 판단하는 건 성급합니다. 그보다는 협상 조건의 내용을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현황 판단입니다.
4. 출구 전략 없는 강경론의 위험
유엔 총회를 계기로 종전 협상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교착 상태의 재확인이었습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한 것도 미국이고 끝낼지 선택하는 것도 미국이라고 했습니다. 연락 채널 유지를 통한 오해 방지를 제안하면서도 "계속 싸우길 원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협상 의지와 군사적 저항 의지를 동시에 내보이는 전형적인 이중 신호(Dual Signaling)입니다.
이중 신호란 상대방에게 협상 가능성과 군사적 보복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협상력을 유지하는 외교·군사 전술입니다. 미국 역시 중간선거 이후 군사적 폭격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지금 같은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약 1,700만 배럴 수준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0%에 해당합니다.(출처: IEA) 이 수치는 명확한 출구 전략 없는 강경론이 글로벌 경제에 얼마나 위험한 폭탄이 될 수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이란 리알화 폭락과 경제난이 심각한데, 이란이 바로 굴복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외부의 강한 경제제재와 압박은 내부 정권을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국민적 결집을 유도하거나, 혁명수비대 같은 강경파의 반발 및 극단적 저항(호르무즈 봉쇄 등)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Q2.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중동 산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운항이 차단되면 국제 유가가 치솟아 유류비, 물류비, 생산 원가가 동반 상승하며 전반적인 물가 불안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게 됩니다.
Q3. '이중 신호(Dual Signaling)' 전술이란 무엇인가요?
외교 및 군사 협상에서 상대에게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외교적 신호와 "강력히 보복하겠다"는 군사적 경고를 동시에 보내어,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 글을 마치며
제가 오랜 군 생활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가 상대에게 퇴로(출구)를 남겨두는 것이 때로는 강한 대응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완전한 굴복만을 목표로 삼으면 상대도 최후의 카드를 꺼내게 됩니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세계 에너지 공급망과 직결된 지역에서는 그 최후의 카드가 미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에 직격탄이 됩니다. 정치적 수사와 강경론 뒤에 숨겨진 현장의 진짜 위험을 읽어내는 안목,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세 분석의 지혜입니다.
• 참고 출처: 이란 "안전 보장되지 않으면 역내 인프라 타격" 경고…트럼프, '호르무즈 7일 로드맵' 거부 비난
[면책조항 및 안내 (Disclaimer)]
본 포스팅은 공개된 국방·경제 언론 보도 및 공공 기관 자료(미 재무부, IEA 등)를 바탕으로 작성된 필자(34년 군 경력)의 주관적·전문적 안보 분석 글입니다. 본 글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정확한 정책·경제 정보는 정부 공식 발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