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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쓴다고 전쟁에서 이길까? 34년 전직 지휘관이 본 사우디-후티 비대칭전의 교훈 (비대칭전, 다층방어, 한국 안보)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9. 23.

 

"돈을 많이 쏟아붓는다고 과연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34년간 제복을 입고 군 생활을 하면서 저는 그 답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며, 때로는 참혹하리만큼 냉혹하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최근 세계 최상위권 국방비를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정규군에 한참 못 미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며, 지휘관 시절 밤새 고민했던 '비대칭전과 방어의 한계'가 다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국가 경제의 심장부, 리야드가 흔들리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까지 미쳤습니다. 킹칼리드 국제공항 인근의 핵심 석유 시설이 타격을 입어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국경 지역의 소모전이 아니라 한 국가 경제의 심장부가 직접 흔들렸음을 의미합니다.

 

후티 반군은 현재 최대 35만 명 규모의 병력을 유지하며 탄도 미사일과 공격용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이란 로켓 추진으로 발사된 뒤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무기로, 속도가 빠르고 장거리 타격이 가능해 요격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를 장악한 후티는 사우디군의 공습 속에서도 치열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 계약 선박을 위협하는 등 역내 긴장이 복합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관문으로, 이 수로가 마비되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휘청이게 됩니다.

 

실제로 사우디의 석유 인프라가 타격을 받으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전문 기관에서는 복구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파동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분쟁이 지구 반대편 우리네 서민들의 물가와 밥상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첨단 무기를 가진 정규군이 밀리는가: 비대칭전의 냉혹함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비대칭전(Asymmetric Warfare)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비대칭전이란 전력 차이가 현격한 두 세력이 서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 전쟁 형태로, 약자가 강자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상대가 예상치 못한 취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입니다.

 

[사우디 vs 후티 분쟁으로 본 현대 방어망의 3대 약점]

1. 비용 비대칭성: 수백만 원짜리 자폭 드론 vs 수십억 원짜리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2. 방어자의 숙명: 공격자는 한 번만 성공하면 되지만, 방어자는 100% 막아내야 함

3. 정규군의 관성: 고가 첨단 장비 중심 체계가 저비용·다량의 우회 공격에 노출됨

 

제가 부대를 지휘하며 부하들에게 늘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적이 어떻게 싸울지를 우리 기준이 아니라 적의 눈으로 먼저 상상하라." 아무리 최고급 무기를 갖췄더라도, 상대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저렴하고 변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오면 순식간에 무력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방공 작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비용 비대칭(Cost Asymmetry)입니다. 후티 반군이 수백만 원짜리 드론 한 대를 날려 석유 시설을 위협할 때, 사우디는 이를 막기 위해 한 발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쏘아야 합니다.

 

공격자는 100번 중 단 한 번만 성공해도 치명상을 입히지만, 방어자는 100번 모두를 완벽히 막아내야만 본전입니다. 이러한 소진전에 빠지면 아무리 부유한 국가라도 재정과 미사일 재고가 순식간에 바닥나게 됩니다.

 

이 때문에 현대전에서는 단 하나의 방공 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탐지 레이더·전자전 교란·근거리 기관포·레이저 무기 등을 단계별로 결합하는 다층방어(Layered Defense) 체계 구축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안보에 던지는 3가지 엄중한 메시지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을 보면서 저는 우리 한반도의 안보 현실이 자꾸만 겹쳐 보였습니다. 북한 역시 대형 탄도 미사일뿐만 아니라 소형 드론, 자폭 무인기, GPS 교란, 사이버 공격 등 저비용 비대칭 수단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해외 분쟁에서 입증된 드론전의 전술적 교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34년 군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경제적인 요격 수단 확보: 고가의 요격 미사일만으로는 저가 드론의 물량 공세를 막을 수 없습니다. 레이저 무기, 전자전(Jamming) 장비 등 대공 가성비를 높인 방어 체계를 시급히 확대해야 합니다.
  2. 국가 핵심 기반시설(Critical Infrastructure) 방호 강화: 정유 시설, 반도체 공장, 발전소, 항만 등 국가 생존과 직결된 시설에 대한 드론·사이버 복합 방호 수준을 정비해야 합니다.
  3. 독자적 지속력과 분산형 지휘체계: 동맹의 지원이 지연되는 가혹한 상황을 가정하여 독자적인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C4I(지휘통제망) 마비 시에도 현장이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는 지휘 절차를 평시부터 훈련해야 합니다.

부대를 지휘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순간은 적의 세력이 강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장병들이 "내가 왜 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목적을 잃은 채 기계적으로 움직일 때였습니다. 시스템과 무기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임무의 본질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다행히 우리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에서도 단순 요격을 넘어 복합 대드론 체계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과 함께 현장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국방비가 훨씬 적은 후티 반군이 어떻게 강대국 사우디를 상대로 오래 버틸 수 있나요?

A. 정면 승부를 피하고 '비대칭전'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정규군의 비싼 인프라와 석유 시설 같은 명확한 목표물을 상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폭 드론과 미사일을 활용해 끊임없이 소진전을 유도합니다. 정규군은 방어해야 할 면적이 넓은 반면, 무장세력은 특정 취약점만 골라 타격할 수 있어 비용과 전략 측면에서 유리함을 누립니다.

 

Q2. '비용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군사적 대안은 무엇인가요?

A. 수억 원대 요격 미사일로 수백만 원대 드론을 잡는 방식은 지속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 발당 발사 비용이 몇 천 원 수준에 불과한 '레이저 대공무기(Directed Energy Weapon)'나, 드론의 신호를 교란해 추락시키는 '전자전 잼건(Jammer)', 그리고 기관포 기반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다층 방어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Q3. 이 사건이 한국의 안보와 국방 정책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요?

A. 북한의 비대칭 무기(소형 드론, GPS 교란, 자폭 무인기 등) 위협이 현실화되었을 때, 고가의 첨단 무기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수도권 및 반도체·에너지 등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가성비 높은 방공망을 구축하고, 유사시 외부 지원이 지연되더라도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분산형 지휘 절차를 갖추는 것이 핵심 교훈입니다.

맺으며: 진짜 강군(強軍)의 조건

강군의 조건은 군대가 보유한 무기의 단가 합계나 화려한 스펙이 아닙니다. 적이 어떤 방식으로 올지 끊임없이 상상하고, 그 공격을 버텨낼 수 있는 구조적 지속력을 갖추며, 어떠한 혼란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조직력이 전투력을 결정합니다.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은 멀리 떨어진 중동의 국지전이 아닙니다. 미래 전쟁의 교범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군과 사회가 이 사례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흘려보내지 않고, 냉철한 예지와 대비의 기회로 삼기를 30년 넘게 제복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랍니다.


 본 포스팅은 34년간의 군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한 개인적인 정세 분석 및 소회이며, 공식적인 군사·외교적 자문이나 정책 권고가 아닙니다.


관련 영상 참고: 중동 비대칭전 및 드론 잔해 분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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