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그 나라를 날려버릴지가 문제"라고 공개 발언한 직후, 미국 정부는 이란 체류 자국민에게 즉시 출국을 권고하는 안전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발언이 나온 그 주에 트럼프가 주말 별장 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으로 조기 복귀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자, 저는 34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몇 차례 직접 경험했던 '위기 직전의 고요함과 압박감'이 떠올랐습니다.
작전참모 시절, 지휘통제실 전광판에 비상 신호가 들어오고 최고 지휘관의 이동선이 급변할 때 감돌던 그 특유의 정적과 냉기.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아는 그 느낌이 결코 반갑지 않았습니다.
군사위기, 말과 행동 사이에서 읽어야 할 것들
강경 발언이 반드시 실제 군사행동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34년 군 생활 동안 제가 배운 철칙 중 하나는, 상대방의 의도를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순간 위기는 시작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적 강압(coercive diplomacy), 즉 실제 공격에 앞서 강력한 군사적 옵션을 과시함으로써 상대국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협상 전술일 수 있습니다.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는 대신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란이 이 신호를 협상용 카드라기보다 실제 공격 임박 신호로 읽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란군 합동 작전 사령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자산을 직접 타격하겠다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지휘관 시절, 대규모 훈련 상황에서도 두 부대가 서로 "상대방이 먼저 공격 모드로 들어갔다"라고 판단하는 순간 양측의 대응 조치가 톱니바퀴처럼 물물리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하물며 실전에서는 그 판단과 에스컬레이션의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치명적입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주목해야 할 핵심은 단순히 발언의 강도가 아니라, 그 발언이 '현장 지휘관 및 최고 통수권자의 동선'과 어떻게 맞물리고 있는가입니다. 최고 통수권자의 주말 일정 취소와 동선 변화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군사적 판단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강력한 '행동 신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이것은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약 33킬로미터의 해상 요충지입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퍼센트,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의 약 25퍼센트가 이 수로를 통과합니다. 쉽게 말해 이 해상 통로 하나가 막히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마비되는 구조입니다.
이란은 현재 동결 자산 해제 등 경제적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봉쇄(blockade)란 특정 해역에 대한 통행을 군사력이나 위협으로 차단하는 행위를 말하며, 국제법상 전쟁 행위에 준하는 조치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단기간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수십 달러 이상 급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후티 반군(Houthi rebels)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무장 세력으로, 이란이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이란을 대신해 중동 각지에서 군사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대리전(proxy war)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리전이란 강대국이 직접 충돌하는 대신 제3의 세력을 지원해 간접적으로 충돌하는 방식입니다. 후티 반군은 이미 홍해 연안에서 남부 해안까지 전선을 확대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아드의 공항 인근 석유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화재를 일으켰습니다. 사우디는 요격 미사일 재고가 부족해지자 영국, 프랑스, 파키스탄에 방공 자산 지원을 긴급 요청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미·이란 두 나라만 바라봐서는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구조로 얽혀 있습니다.
[중동 복합 위기의 4대 축]
1. 미·이란 직접 대치: 트럼프의 군사적 압박 vs 이란의 미군 기지 보복 경고
2.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 동결 자산 요구와 연계된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 위협
3. 대리전(Proxy War) 확산: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사우디 석유 시설 미사일 타격
4. 방공망 취약성: 사우디의 요격 미사일 재고 부족 및 우방국 긴급 지원 요청
34년간 군에 몸담았던 전직 지휘관으로서 이렇게 여러 전선이 동시에 열리는 복합 위기 상황을 접하면, 가장 먼저 "어느 고리가 가장 먼저 통제 불능(Out of Control) 상태로 터질 것인가?"를 계산하게 됩니다. 현재 가장 불안한 약한 고리는 단연 사우디의 방공망 취약성과 후티 반군의 우회 타격 능력입니다.
확전 전망과 우리가 준비해야 할 자세
9월 22일 유엔 총회는 이번 국면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은 이란 대표단의 입국 비자를 허용하면서도 이동 제한과 사치품 구매 금지 등의 제약을 부과했습니다. 이는 군사적 압박을 최고조로 유지하면서 외교적 출구는 열어두는 전형적인 강압 외교입니다.
군사 전략에는 '에스컬레이션 도미노(Escalation Domino)'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한 지점에서 터진 작고 국지적인 군사 충돌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전체 전선으로 불씨가 번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국지적 마찰이 원유가 급등 ➔ 미군 기지 공격 ➔ 후티의 홍해 봉쇄 ➔ 이스라엘의 개입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결코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위험성에 대해서는 미국 외교협회(CFR) 리포트에서도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위기의 방관자가 아닙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으며, 그 절대 다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옵니다. 해협이 봉쇄되거나 분쟁이 장기화되면 원유 가격 및 해상 운송 보험료 급등이 국내 물가와 에너지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게 됩니다.
"왜 이 임무를 수행하는지 모르면,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결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제가 군 생활 내내 부하들과 후배들에게 강조했던 말입니다. 우리 사회 역시 중동 정세가 나에게 미칠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유가 급등이나 물류난이 현실화되었을 때 막연한 패닉에 빠지지 않고 냉철하게 대비할 수 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트럼프의 "날려버리겠다"는 강경 발언, 실제 전쟁 개시 신호로 봐야 할까요?
A. 발언 자체만으로 즉시 전쟁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군사적으로 수사는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강압'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발언보다 '지휘관의 동선과 물자 배치'입니다. 주말 일정 취소, 비상 대기 격상, 자국민 철수 권고 같은 실질적 행동 신호가 수사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협상용이 아닌 실제 작전 준비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2.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 경제와 일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절대다수를 중동에서 해상으로 들여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면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여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올라가고, 제조 및 물류비용 전반이 상승해 전반적인 물가 불안으로 이어집니다. 나아가 수출입 해상 운송 보험료가 인상되어 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Q3. 이란과의 군사적 대치에서 왜 '사우디의 방공망'이 가장 약한 고리로 꼽히나요?
A. 강대국 간의 정면 충돌보다 위험한 것은 '대리전 세력의 돌발 행동'입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 등은 사우디의 주요 석유 시설과 수도 인근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사우디의 방공 요격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면 전선이 사우디·홍해 전체로 무차별 확산되며, 통제 불능의 연쇄적 에스컬레이션(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맺으며: 평화를 지키는 진짜 힘
전쟁을 대비하는 국가의 진정한 능력은 단순히 '싸워서 이기는 물리적 힘'에만 있지 않습니다. 상대의 과장된 위협에 놀라 오판하지 않고, 반대로 실제 다가오는 경고를 편의대로 무시하지 않는 '싸우지 않고도 국익과 평화를 지켜내는 냉철한 판단력'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34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야전이 아닌 일상에서 이 상황을 바라보며, 저는 다시금 철저한 국방 대비태세와 균형 잡힌 외교의 가치를 떠올립니다. 국제 정치의 톱니바퀴는 거대하게 굴러가지만, 그 여파는 우리의 기름값, 물가, 그리고 국가 안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유엔 총회 직후 전개될 미국과 이란, 그리고 주변국들의 선택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차분히 염두에 두고 대비하되, 과도한 공포나 선동에 휩쓸리지 않는 성숙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Disclaimer: 본 포스팅은 34년 간의 군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한 개인적인 정세 분석 및 소회이며, 공식적인 군사·외교적 자문이나 정책 권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