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드론을 그저 정찰용 장난감쯤으로 여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황을 보면서 제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드론은 이제 전쟁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수단이 되었고, 한국군이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앞으로의 방위력을 결정할 것입니다.
1. 전쟁의 공간은 어디까지 넓어졌는가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고립시키기 위해 동서를 연결하는 교량들을 반복적으로 타격하고 있습니다. 이달에만 일곱 차례의 공격이 감행되었는데, 여기서 제가 주목한 것은 교량 자체를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것만으로도 물류, 보급, 민간 생활 전반이 흔들립니다. 교량 하나가 군사시설인 동시에 도시 기능 유지의 핵심 인프라라는 사실을 전장에서 이렇게 생생하게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수백 대의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 본토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석유 저장 단지가 있는 사마라를 포함해 400여 곳의 핵심 에너지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되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추가 반격까지 예고했습니다. 전쟁이 더 이상 전선의 병력 충돌에 머물지 않고, 국가 전체의 지속 능력을 겨루는 싸움으로 바뀐 것입니다.
제가 군에서 작전과 부대 운용을 경험하면서 항상 강조했던 것이 바로 이 연결성입니다. 전투부대가 아무리 강해도 탄약과 연료가 끊기면 전투력은 빠르게 소진됩니다. 반대로 적의 보급망과 지휘통제망(C2, Command and Control)만 흔들어도 상당한 작전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휘통제망이란 부대가 명령을 받고 정보를 공유하며 움직이는 신경계 같은 체계입니다. 드론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오늘날 드론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중동의 상황도 비슷한 교훈을 줍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와 핵심 원유 수출항 얀부를 향해 탄도 미사일과 드론을 동시에 투입했습니다. 후티 반군이 AI 기술을 활용한 독자적인 무기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도 심상치 않고, 현장에서 수거된 잔해에서 중국제 탄도 미사일인 DF-15의 흔적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은 더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방어에 쩔쩔매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충돌 확대를 우려해 군사 개입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공격자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상대에게 훨씬 큰 방어 비용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비대칭전(Asymmetric Warfare)의 핵심입니다. 비대칭전이란 전력 규모나 기술 수준이 다른 두 세력이 상대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며 싸우는 방식을 뜻합니다.
2. 드론을 무기가 아닌 '전장 네트워크'로 봐야 하는 이유
우크라이나전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변화는 드론을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하나의 작전체계로 운용한다는 점입니다. 정찰드론이 표적을 발견하고, 지휘체계가 정보를 공유하고, 공격드론이나 포병·미사일이 타격하고, 다시 드론이 피해를 확인하는 순환 구조가 실전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드론 한 대의 성능이 아닙니다. 얼마나 빨리 표적을 발견하고 판단해서 공격 수단을 연결하느냐, 즉 킬체인(Kill Chain)의 속도가 핵심입니다. 킬체인이란 표적 탐지부터 타격 결정, 실행, 피해 평가까지의 전 과정을 연결한 순환 고리를 뜻합니다.
사우디의 핵심 송유관이 잇따라 타격을 입으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4%가 차질을 빚었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국과 계약된 민간 선박이 이란의 공격을 받으며 해상 수송로 봉쇄 우려까지 나왔습니다.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란 국가가 경제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작은 규모의 공격 하나가 원유 가격, 보험료, 운임, 공급망 전체에 연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현대전에서 에너지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 표적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이 드론전력을 강화한다고 할 때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요?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드론 숫자를 늘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찰·공격·전자전·통신·인공지능·대드론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것이 먼저입니다. 드론은 그 체계를 더 빠르고 촘촘하게 연결하는 수단이지, 드론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됩니다. 이 관점에서 RAND 연구소의 드론전략 분석도 비슷한 결론을 내립니다. 드론의 전술적 효과는 독립 운용보다 통합 작전체계 안에서 극대화된다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개최한 드론 기술전에서 시연 드론들이 연달아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더 나은 기술 개발을 위한 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올해 국방 예산에서 드론 개발 사업비가 전체의 0.23%인 1,484억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 해명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보다는 더 투자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3. 한국군이 지금 당장 바꿔야 할 3가지 우선순위
제가 군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우선순위를 따져본다면 다음 세 가지가 가장 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우선순위 | 핵심 혁신 과제 | 야전 지휘관의 실전 인사이트 |
| 1. 전장체계 통합 | 단품 수량 경쟁 탈피 & 통합 킬체인 구축 | 표적 탐지 즉시 포병·미사일·전투기와 즉시 연동되는 속도 확보 |
| 2. 대드론체계 (C-UAS) | 단품 수량 경쟁 탈피 & 통합 킬체인 구축 | 전파 재밍, 레이저, 기관포 등을 결합한 다층 방어망 조성 |
| 3. 악조건 시험평가 | 극한의 비정상 환경 실전 검증 의무화 | 강풍·폭우·GPS 교란(Spoofing) 속에서도 생존하는 장비 확보 |
GPS 교란이란 위성항법 신호를 방해하거나 위조해 드론이나 미사일의 위치 인식을 오작동시키는 전자전 기법입니다. 북한이 이미 GPS 교란 장비를 실전 운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우리에게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전자전 대응 능력 강화를 중점 과제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 글을 마치며: 드론 만능론을 경계하며
드론이 현대전의 판도를 바꾸는 수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상군·포병·전투기·방공망·전자전·정보전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드론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합니다. 드론을 신무기 하나 추가하는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이 제가 오래 군에 있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교훈입니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드론을 몇 대 더 살 것인가"가 아닙니다. "적의 값싼 공격이 우리 사회와 군에 비싼 비용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어떻게 전체 시스템의 속도와 지속성을 확보할 것인가"입니다. 드론 기술전 추락 사고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않고, 우리 군의 훈련과 검증 방식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 참고 및 영상 출처: 우크라이나·중동 전황과 드론 전술 분석 (YouTube)
[면책조항 및 안내 (Disclaimer)]
본 포스팅은 공개된 국방 뉴스와 해외 군사 동향을 바탕으로 작성된 필자(34년 군 경력)의 주관적·전문적 무기체계 및 작전 분석 글입니다. 특정 정부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정확한 국방 정책은 국방부 공식 발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