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다가 문득 멈칫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로봇 차량이 병사 대신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굴러가는 영상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군에서 복무했던 제 눈에도 낯선 장면이었습니다. 병력과 전차의 규모가 전투력의 전부였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걸, 그 영상 한 편이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전장 무인화, 이미 시작된 현실
군 복무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먼저 보는 자가 이긴다"였습니다. 그때는 그 말이 정찰병이나 관측 장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야기였는데,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그 역할을 드론과 로봇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적진에 발을 들이기 전에 기계가 먼저 가서 눈이 되는 시대입니다.

📌 주요 개념 정의
- 무인지상차량(UGV):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또는 자율적으로 지상을 주행하며 정찰·수송·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차량.
-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전자기파를 이용해 적의 통신, 레이더, 무인체계를 교란(Jamming)하거나 무력화하는 작전.
우크라이나군이 올해 무인 장비로 수행한 임무만 2만 2천 건에 달하며, 4월에는 병력 투입 없이 드론과 UGV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했습니다. 지휘관 입장에서 병력 손실 없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큼 강렬한 성과는 없습니다.
💡 34년 군 경력자의 현장 노트
현역 시절 무전재밍(교란)으로 지휘통제망이 순간 끊겼을 때의 아찔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첨단 UGV나 해상 드론도 전자전 교란 앞에서는 순식간에 방향을 잃습니다. 루마니아 해안에서 폭발한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 사건이 증명하듯, 지휘통제 네트워크의 생존성 없는 무인체계는 모래위의 성에 불과합니다.
킬러 로봇이 바꾼 전쟁의 문법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공중 드론을 넘어 지상 무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과 함께 무인 무기 체계의 윤리적·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 주요 개념 정의
- 자율살상무기체계(LAWS):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무기체계.
| 분류 | 운용 현황 | 한계점 및 안보적 시사점 |
| 공중 드론 | 정찰 및 자폭 타격을 전선 전역에서 상시 수행 | 적의 강력한 전자전(EW) 공격 시 통제력 상실 |
| 해상 드론 | 흑해 전함 타격 등 전략적 성과 거둠 | 전자전 교란으로 제3국(루마니아) 해안 폭발 사고 발생 |
| 무인지상차량(UGV) | 병력 없이 로봇·드론만으로 적 진지 점령 | 지형 장애물 통과 능력 및 데이터 링크 유지가 핵심 |
| AI 표적 분석 | 실시간 영상 데이터 분석으로 결심 시간 단축 |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인간 통제권' 유지 촉구 |
기계가 독자적으로 살상 판단을 내리는 LAWS의 윤리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종 공격 결심은 인간이 내린다는 통제 원칙만큼은 확립되어야 합니다.
한반도 안보: 우크라이나에서 읽는 교훈
우크라이나 전황을 한반도 상황에 대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북한은 이미 대량의 저가 드론을 동시에 투입하는 전술을 실전에서 갈고닦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지원하며 실전 경험을 축적 중인 북한군의 전투력이 향후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경고는 그냥 흘려듣기 어렵습니다.

📌 주요 개념 정의
- 다층방어체계(Multi-layer Defense System): 탐지-전자전 교란-레이저-기관포-미사일 등 여러 방어 수단을 층층이 결합한 방어 구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역시 미래 전장에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북한이 저가 드론 수백 대를 동시에 띄울 때 수십억 원짜리 요격 미사일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1회 발사 비용이 저렴한 레이저 대공무기와 비호복합 같은 기관포를 하층 방어에 배치하고, 고가 미사일은 고위협 표적에 집중하는 비용효율적 다층방어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마치며: '더 많은 무기'가 아닌 '더 영리한 전투 방식'
34년의 군 생활을 돌아보며 내린 결론은 분명합니다. 무인전의 핵심은 단지 로봇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임무를 정교하게 나누는 유·무인 복합 교리에 있습니다.
인간은 전략적 판단과 윤리적 결심을 맡고, 기계는 위험한 정찰과 반복 타격을 담당하는 구조가 정답입니다. 우리 군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춘 지휘통제 생존성과 다층방어 교리를 지금 즉시 완성해야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우크라이나에 방공 시스템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이 신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살상 무기 제공 금지라는 국내법적 제약과 더불어, 북러 밀착 속에서 한러 관계 관리 및 한반도 자체 방공망 물량 확보라는 엄중한 안보 현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Q2. 드론전이 격화되어도 전차(Tank)나 장갑차는 여전히 필요한가요?
A: 전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상부 드론 방어망(슬랫 아머, APS)을 갖추고 UGV 및 드론과 데이터로 연결되어 지상 거점을 최종 확보하는 '유·무인 지휘 통제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본 글은 34년간의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 안보 칼럼이며, 정부나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