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 페도로우가 해임 직후 선거 재개를 요구하며 젤렌스키 대통령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권력 다툼으로 치부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34년 가까이 군복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들여다볼수록 이건 단순한 정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탄약 한 발의 무게, 부패 척결의 진짜 의미
페도로우 전 장관이 해임 이후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선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군 조달 체계의 부패였습니다. 탄약이 제때 도착하지 않고, 부상자를 후송할 구급차가 부족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 핵심 군사 개념
- 군수 지원(Logistics): 전투 부대가 싸울 수 있도록 탄약·연료·식량·의무 자원을 적시에 공급하는 모든 활동. 전투력을 유지시키는 핏줄.
- 조달 비리(Procurement Corruption): 군수품 구매 과정에서 특혜를 주거나 단가를 부풀리는 행위. 결과가 현장 병사의 목숨으로 직결됨.
군수 지원(Logistics)이란 전투 부대가 싸울 수 있도록 탄약·연료·식량·의무 자원을 적시에 공급하는 모든 활동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전투력을 유지시키는 핏줄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작전계획이 아무리 정교해도 탄약이 없으면 그 계획은 종이 위의 이야기로 끝납니다. 전투력은 전투부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공장, 수송 차량, 도로, 정비 기술자, 행정 체계가 하나의 사슬로 묶여야 비로소 작동합니다.
조달 비리(Procurement Corruption)란 무기·군수품 구매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거나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일반 행정 비리와 다른 점은 결과가 현장에서 사람의 목숨으로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페도로우는 재임 6개월 동안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해 이 구조를 깨려 했고, 국영 방산 기업의 사프산 탄도 미사일 시스템 개발을 공개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이권을 쥔 로비스트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현지 언론은 급성장한 민간 방산 기업 파이어포인트와의 조달 계약 점유율 갈등을 해임의 유력한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사실인지는 별도로 검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만약 방산업체 로비가 장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그 피해는 결국 전선의 병사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지휘체계가 흔들리면 전투력은 먼저 무너진다
34년 군 생활에서 제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사실 적의 포탄이 아니었습니다.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불신, 지휘관들 사이의 공개적인 갈등이었습니다. 이것이 퍼지는 순간 조직은 싸우기 전에 이미 반쯤 무너집니다.
📌 전투 지속 능력(Combat Sustainability)이란?
장기전에서 부대가 전투 효율을 유지하는 능력. 단순 무기 보유량이 아닌 지휘체계의 안정성, 보급의 연속성, 병사들의 사기까지 포함.
| 구 분 | 전시 조직 개혁 실패의 주요 패턴 |
| 폭로전 전환 | 내부 검증 절차 없이 언론 및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로부터 시작하는 경우 |
| 사기 저하 | 개인 간 이해관계 갈등이 공개되어 조직 전체의 전투 의지를 꺾는 경우 |
| 적의 선전전 활용 | 적국에게 내부 분열을 선전·심리전에 활용할 소재를 제공하는 경우 |
| 명분 변질 | 개혁의 명분이 정치적 입지 강화와 뒤섞여 진의가 불분명해지는 경우 |
페도로우 전 장관이 제기한 부패 문제는 반드시 검증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혁의 방식이 문제입니다. 전쟁 중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공개 폭로전으로 번지면, 그 순간 러시아에게는 새로운 선전전(Propaganda Warfare) 소재가 생깁니다. 선전전이란 적국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과장·활용해 상대방의 전투 의지와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심리전을 말합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미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 만료 문제를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당성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휘체계를 공개적으로 흔드는 것은 전쟁 중에 허용될 수 있는 방식이 아닙니다. 부패는 제거하되, 전투지휘체계까지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군에서 배운 원칙입니다.
전쟁 중 선거, "민주주의냐 독재냐"로 단순화할 수 없다
솔직히 이 부분이 저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페도로우가 전쟁 중에도 민주적 절차를 재개해야 한다며 선거 실시를 요구한 것은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 중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공개 발언이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와 정권의 정당성은 근본적인 가치입니다. 하지만 현실 앞에서 그 판단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 계엄령(Martial Law) 상황: 2022년 침공 직후 선포된 계엄령을 근거로 대선이 연기된 상태.
- 현실적 제약: 전선 배치 병사의 투표권, 점령지 주민의 참여, 피란민 참정권, 공습 상황에서의 유권자 안전 확보 등.
전시 상황에서 선거를 실시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전선에 배치된 병사들의 투표권, 점령 지역 주민들의 참여 방식, 피란민의 참정권 보장, 계엄 상황에서의 언론 자유와 선거운동 보장이 모두 풀려야 합니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선거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형식만 빌린 절차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연기가 정답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민 입장에서는 "이 정부는 언제까지 정당한가"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저는 이것이 우크라이나가 단순히 선거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 중 민주적 정당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국민에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고민을 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봅니다. 유럽 민주주의 기구인 베니스위원회(Venice Commission)도 전시 민주주의의 조건과 한계에 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그 논의의 중심에 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정말 필요한 것
정치 갈등이 길어지는 동안 러시아는 에너지 시설과 발전소를 집중 타격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게 저에게는 가장 답답한 장면입니다. 내부에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사이, 실제 전선에서는 도시가 타고 있습니다.
페도로우가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자국산 탄도 미사일 개발도 장기적으로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당장은 방어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전선의 병사와 민간인에게 돌아갑니다. NATO 공식 자료(출처: NAT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공 지원이 동맹의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지만, 이 지원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우크라이나 내부의 수령 및 운용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내부가 흔들리면 외부 지원도 온전히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 34년 군 생활의 교훈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탄약이 떨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같은 편끼리 믿음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제 경험상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탄약이 떨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같은 편끼리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무기도 제 힘을 못 냅니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풀어야 할 문제는 개인의 대결이 아닙니다. 부패를 제거하면서도 군 지휘체계를 유지하고, 전쟁을 치르면서도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장기전을 견뎌야 하는 모든 국가가 반드시 답을 내놓아야 할 지정학적 시험대이자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우크라이나에서 전시 대선이 연기된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요?
A: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선포된 계엄령(Martial Law)에 의해 모든 선거 일정이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헌법 및 관련 법률상 계엄 체제하에서는 대선 및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Q2.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이 제시한 군 개혁의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A: 디지털 마케팅 및 IT 기술을 바탕으로 군 조달 시스템에 경쟁 입찰을 도입하고, 드론 및 자국산 탄도미사일(사프산) 등 방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군 기득권 및 방산업체와의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3. 전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왜 어려운가요?
A: 전선에 투입된 100만 명 이상의 병력, 해외 및 국내 피란민의 투표권 보장 문제,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습 위험에 따른 유권자 안전 확보 문제, 점령지 주민들의 투표 제약 등 행정적·안보적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 본 글은 개인적인 군사·지정학적 경험과 통찰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