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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MH (무인 포탑, 소프트 리코일, APS 탑재, 타트라 새시)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4. 15.

차륜형 자주포가 포병 전력의 핵심이 될 수 있을까요? 포병 운용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는 솔직히 오랫동안 회의적이었습니다. 궤도형이 주는 안정감, 특히 사격 후 반동을 억누르는 그 묵직함은 차륜형이 쉽게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K9 MH가 공개된 이후로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K9MH, 궤도형의 벽을 넘은 무인 포탑과 자동화 사격체계

포병 전력을 운용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화력 하나가 아닙니다. 화력, 기동, 생존이라는 세 축의 균형이 무너지면 아무리 강한 포도 전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제가 군에서 K9 자주포와 함께한 시간 동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그 기동성의 한계였습니다. 궤도형은 진지를 옮기는 속도가 느리고, 전략적 신속 전개에서 차륜형과 비교하면 태생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K9 MH는 이 문제를 무인 포탑(Unmanned Turret) 기술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여기서 무인 포탑이란 승조원이 포탑 내부에 탑승하지 않고 차체 내부에서 원격으로 모든 사격 절차를 수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덕분에 기존 5명이 필요하던 운용 인원이 단 2명으로 줄었고, 완전 자동화된 장전 시스템이 그 빈자리를 채워 분당 9발의 연사 속도를 유지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인원 절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장시간 작전에서 승무원 피로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전투 효율을 갉아먹습니다. 2명이 교대로 운용할 수 있는 구조는 실전 지속 능력을 크게 높여줍니다. 또한 Shoot & Scoot, 즉 사격 후 즉시 진지를 이탈하는 생존 전술에서 자동화 시스템이 기여하는 속도 향상은 단 몇 초 차이가 생사를 가르는 대포병 위협 환경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됩니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개발 일정에 따르면 2026년 3분기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2027년 6월 전체 체계 통합 완료가 목표입니다(출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식 사이트).

58 구경장 포신과 소프트 리코일의 공학적 묘수

100km 사거리라는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차륜형 자주포에서 이 사거리가 나온다는 건 단순한 포신 길이 문제가 아닙니다. K9 MH에 탑재된 세계 최초의 58 구경장 포신이 그 핵심입니다. 구경장이란 포신의 길이를 포구 직경의 배수로 나타낸 수치로, 숫자가 클수록 포탄이 가속되는 거리가 길어져 사거리와 정밀도가 동시에 올라갑니다. 58 구경장은 포신 길이가 약 9m에 달하며, 일반탄 기준 40km, 사거리 연장탄 사용 시 100km까지 타격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 긴 포신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반동입니다. 여덟 개의 타이어로 지탱하는 차륜형 차체가 이 반동을 견뎌야 한다는 건 공학적으로 꽤 까다로운 과제입니다. 궤도형이라면 넓은 접지 면적으로 에너지를 분산하겠지만, 차륜형은 차축이 뒤틀리거나 차체가 뒤집힐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합니다.

한국이 내놓은 해법이 소프트 리코일(Soft Recoil) 기술입니다. 소프트 리코일이란 사격 직전에 포신을 인위적으로 앞쪽으로 밀어주어 발사 순간의 반동 에너지를 미리 상쇄하고, 남은 충격은 유압 시스템이 흡수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작동하려면 포신이 앞으로 전진하는 정확한 타이밍에 격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0.00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전자기식 격발 제어가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현대위아가 이 격발 시점 결정 알고리즘을 완전 국산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K9 MH의 핵심 기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58 구경장 포신: 세계 최초 적용, 사거리 연장탄 기준 100km 타격 가능
  • 소프트 리코일 시스템: 포신 선행 전진 + 유압 흡수로 차체 반동 최소화
  • 초정밀 전자기식 격발 제어: 실시간 센서 기반 격발 시점 자동 결정
  • 무인 포탑 + 자동 장전: 분당 9발, 승조원 2명 운용

미국 시장을 겨냥한 무게 전략과 APS 탑재

차륜형 자주포 시장에서 K9 MH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독일의 RCH 155입니다. 이 두 체계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화력이 아니라 무게입니다. 미군의 차세대 차륜형 자주포 사업은 C-17 글로브마스터 III 수송기에 전투 준비 상태 그대로 탑재할 수 있어야 하며, 시스템 전체 무게를 약 30~35톤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K9 MH는 공차 중량 약 30톤, 전투 중량 약 33~35톤 수준으로 이 조건을 충족합니다. 반면 RCH 155는 전투 중량이 40톤에 육박해 미군의 수송 요구 사항을 초과합니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는 호주군의 박서 CRV 사례가 잘 보여줍니다. 42톤에 가까운 차체 때문에 다리와 도로 파손 위험, 작전 기동 경로 제한, 더 작은 C-130 허큘리스로는 수송 자체가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전략적 기동성을 위해 도입한 차륜형이 오히려 부대의 전개 능력을 제약한 아이러니입니다.

제가 포병 운용을 고려할 때 항상 강조했던 것이 화력-기동-생존의 균형인데, K9 MH는 여기에 능동방어시스템(APS)까지 기본 탑재합니다. APS란 날아오는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을 탐지·요격하는 능동형 방호 장치로, 차체 경량화를 달성하면서도 이 시스템을 넣었다는 것은 설계 단계에서 생존성을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물론 미국 시장 진입이 순수하게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미국 방위산업의 정치적·산업적 역학은 기술 평가 이상으로 복잡하게 작용합니다. K9 MH가 스펙상으로는 앞서더라도, 최종 결정에는 의회 로비, 현지 생산 비율, 동맹국 정치 관계가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출처: 미국 국방부 공식 사이트).

체코 타트라 새시를 선택한 이유

한국 방산이 체코 회사의 차체를 썼다는 소식에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국내 자동차·방산 기술이 충분히 성숙했는데 왜 외국 새시를 선택했을까요? 알고 보면 이건 기술력의 부재가 아니라 전략적 판단의 결과입니다.

한화가 선택한 타트라(TATRA)의 8x8 트럭 새시는 백본 튜브(Backbone Tube)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백본 튜브란 차체 하부에 두꺼운 원통형 강철 파이프를 척추처럼 관통시켜 구동력 전달과 핵심 부품 보호를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1920년대 한스 레드빈카가 고안한 이 방식은 좌우 비틀림에 강하고, 차축이 지형에 따라 완전 독립 구동되어 오프로드 접지력이 일반 새시와 차원이 다릅니다. 모래, 진흙, 극지방 동토에서도 구동 부품이 강철 튜브 안에 완전히 밀봉되어 있어 환경 저항성이 탁월합니다.

58 구경장 포신의 반동을 차체가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 비틀림에 강한 백본 튜브 구조는 단순한 주행 플랫폼이 아니라 사격 안정성을 담보하는 핵심 구조물이 됩니다. 한화가 신규 국산 플랫폼 개발과 검증에 수년을 투자하는 대신, 전 세계 오프로드에서 이미 수십 년간 검증된 타트라를 선택한 것은 미국 수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유럽 현지 인증과 부품 조달 네트워크를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외교적·상업적 이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부품을 기다려야 하는 경쟁 모델 대비 유지보수 편의성에서 확실한 차별점이 생깁니다.

K9 MH는 무조건 자국산을 고집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술을 조합해 최고의 무기를 만드는 방향으로 대한민국 방산이 성숙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전에서는 정비성, 네트워크 통합, 대포병 위협 대응 능력이 함께 검증되어야 진짜 가치가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이 체계가 차륜형 포병의 한계를 구조적으로 극복하려는 중요한 진화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2026~2027년 시제품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K9 MH가 말이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diXrsbiz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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