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함대공 미사일 해궁이 말레이시아 해군 무기 체계 업그레이드 사업에 단독 채택됐습니다. 미국도, 유럽도 아닌 한국산 미사일이 선택된 것입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한국 장비는 가격은 괜찮지만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온 저로서는 솔직히 이 흐름이 예상보다 훨씬 빠릅니다.
해궁 수출이 보여주는 K-방산의 진짜 경쟁력
해궁의 말레이시아 수출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단독 채택'이라는 점입니다. 신규 군함 패키지를 통째로 팔 때는 가격 조건만 맞아도 수출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번 계약은 기존 군함의 무기 체계 전체를 한국산으로 교체하는 업그레이드 사업이었습니다. 성능과 신뢰성 모두를 검증받지 않으면 따낼 수 없는 계약입니다.
해궁이 채택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듀얼 시커(Dual Seeker) 기술입니다. 듀얼 시커란 레이더 유도와 적외선 추적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활용해 목표물을 추적하는 기술로, 전파 방해(재밍) 환경에서도 명중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현대전에서 드론과 순항 미사일이 함께 날아오고 전자전이 동시에 벌어지는 복합 위협 환경을 생각하면, 이 기술이 왜 강점이 되는지 이해가 됩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장비 가동률 문제로 훈련 일정이 흔들리는 상황을 자주 봤습니다. 부품 하나가 늦게 도착하면 그날 훈련은 그냥 날아갔습니다. 동남아 국가들이 러시아제 장비를 버리고 한국 무기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단순히 가격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것보다 유지보수 지원과 부품 공급 속도가 훨씬 결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운용 가능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전장에서는 성능 수치보다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해궁의 경쟁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듀얼 시커 기술로 전파 방해 환경에서도 정밀 타격 가능
- 미국·유럽 경쟁 제품 대비 확연히 낮은 도입 비용
- 한국 특유의 빠른 납기와 안정적인 부품 공급 능력
- 탄도 미사일·드론·순항 미사일을 동시에 대응하는 다층 방공 체계와의 연계 가능성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의 방산 수출 규모는 2022년 약 17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출처: 방위사업청). 해궁을 포함한 유도 무기 체계가 이 성장을 이끄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신뢰가 중동과 동유럽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격언처럼, 수출 이후의 후속 지원이 더 중요합니다.
K9 자주포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
사실 해궁 수출보다 더 큰 그림은 따로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만 포병 분야만큼은 의외의 공백이 있습니다. 냉전 이후 자주포 개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기술 공백이 생겼고, 지금은 차세대 장거리 자주포 사업에서 해외 기술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법인은 현재 미 육군과 함께 K9에 58구경장 포신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구경장(口徑長)이란 포신의 길이를 포의 구경(직경)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포신이 길어지고 포탄의 사거리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됩니다. 58구경장 적용 시 최대 사거리는 70km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 경험상 무기 체계 도입에서 미국이 해외 기술을 수용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군 시절에는 미국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당연한 구조였고, 그 반대 방향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기술이 미국 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산업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략적 위상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는 신호라고 봅니다.
시장에서는 K9의 미국 수주가 현실화될 경우 수십조 원 규모의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나아가 현지 생산 체계가 구축되면 단순 수출을 넘어 미국 방산 공급망(Defense Supply Chain)의 일부로 편입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됩니다. 방산 공급망이란 무기 체계를 구성하는 부품·소재·생산 설비 전체의 조달 네트워크를 의미하는데, 이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발성 계약에 그치지 않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글로벌 군비 경쟁 심화와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K-방산이 가장 큰 수혜 산업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국방연구원). 저도 같은 판단입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핵심은 국산화입니다. 레이더 핵심 부품, 항공기 엔진, 공대공 미사일 같은 핵심 기술을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급망 위기가 오면 수출 능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완제품 수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핵심 기술 생태계를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 그것이 K-방산이 진정한 글로벌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K-방산의 성장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각국이 지금 원하는 것은 비싸고 화려한 최첨단 무기가 아니라, 빨리 받을 수 있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무기입니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과 빠른 생산 능력, 그리고 실전 운용 신뢰성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K9 자주포의 미국 진출 여부와 핵심 부품 국산화 속도를 앞으로 주목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