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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지뢰 폭발 도발: 34년 전직 군인이 본 분노보다 냉정한 '통제된 대응'이 먼저인 이유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10. 10.

 

2026년 9월 21일,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군 장병 3명이 지뢰 폭발로 쓰러졌습니다. 그 중 2명은 중상이었습니다.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34년 가까이 지휘관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가슴이 먼저 내려앉았습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누군가의 아들이 그날 그 자리에서 다쳤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1. 북한 지뢰 도발: 수지형 지뢰가 더 악랄한 이유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UNC)의 공동 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을 거쳐 2026년 10월 5일 최종 발표가 나왔습니다. 원인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의도적으로 매설한 수지형 대인 지뢰였습니다. 군사분계선이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의 군사적 경계를 구분한 선으로, 이 선을 중심으로 각 2킬로미터씩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유엔군사령부 역시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출처: 유엔군사령부 공식 사이트).

 

지뢰가 더 악랄한 이유가 있습니다. 총이나 포탄과 달리 지뢰는 매설 이후 사람의 손을 떠납니다. 언제, 누가 밟을지 모릅니다. 이번에 사용된 수지형 대인 지뢰는 금속 탐지기로도 탐지가 어렵습니다. 수지형 대인 지뢰란 금속 대신 플라스틱 계열의 합성수지 재료로 만든 지뢰로, 기존의 금속 탐지 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어 제거 작업이 훨씬 위험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뢰 지역 통제 훈련을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 앞에서 지휘관이 느끼는 부담감은 어느 작전보다도 큽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현장 지휘관의 독자적 판단이나 우발적 결과로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시각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군사분계선 남쪽, 탐지가 어려운 지뢰, 그것도 기존 관례를 깨고 남쪽으로 내려와 매설했다는 정황을 보면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30년 넘게 군에서 작전 계획을 세워왔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행동은 무언가 의도가 없이는 나오지 않습니다.

2. 정전협정의 법적 지위와 북한의 흔들기

정전협정(Armistice Agreement)이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협정으로, 전쟁을 종식시킨 것이 아니라 전투 행위를 잠정 중단시킨 문서입니다. 평화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협정은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는 유일한 법적 장치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몇 년 사이 정전협정의 의무를 사실상 무시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공식 규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닙니다. 그동안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전제 위에서 유지해 온 관계의 틀을 깨겠다는 선언입니다. 여기에 DMZ 내 장벽 강화, 도로 차단, 지뢰 매설이 더해지면서 북한은 군사분계선을 자신들의 국경선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정전협정의 법적 지위는 당사자 한쪽이 주장을 바꾼다고 해서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정치적 선언과 실제 법적 의무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반복되고 국제사회가 이를 묵인할 경우 실질적인 현실이 법을 앞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주의가 필요합니다.

3. 김여정 담화의 실체와 대응의 본질

이번 사건에서 국방성이나 총참모부가 아닌 김여정이 직접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이 공식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를 내세웠다", "향후 협상에서 발을 뺄 여지를 남긴 전략적 포석이다"라고 분석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해석입니다.

 

다만 저는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발언 주체만으로 북한 내부의 두려움이나 협상 의도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은 사안에 따라 당·군·외교기관, 지도부 가족 명의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아 왔습니다. 김여정의 담화가 전략적으로 계산된 결정일 가능성은 높지만, 그 이면의 내부 논리를 외부에서 완전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제 경험상 상대의 의도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단정하면 오히려 판단이 흐려집니다.

 

중요한 것은 발언 주체보다 실제 행동입니다. 지뢰가 매설됐고, 장병이 다쳤고,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들을 기반으로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분노를 크게 표출하는 것이 강한 군대가 아니라, 증거를 확보하고 책임을 규명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실행하는 것이 진짜 강한 군대입니다. 제가 오랜 군 생활에서 배운 원칙입니다.

4.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4가지 대응 원칙

단호한 대응과 확전 방지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안보 정책이라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당장 챙겨야 할 것들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 DMZ 지뢰 도발 대응을 위한 4대 실천 과제

구분 핵심 추진 과제 지휘관의 야전 인사이트
1. 군사적 대비태세 지뢰 제거 및 위험 지역 통제 즉시 실시 사고 원인 규명과 현장 장병 안전 확보의 동시 추진
2. 핫라인(Hotline) 복원 남북 간 군사 연락채널 재가동 작은 충돌이 의도치 않은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
3. 한국의 주도권 한반도 주요 안보 의제에서 주도적 입장 확보 한국이 배제된 미북 간 합의나 논의의 공백 차단
4. 부상 장병 지원 충분한 치료 및 재활 체계화 강경한 구호보다 실질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 조치 우선

 

북한이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안심해서도 안 되고, 모든 행동을 전쟁 준비로 해석해 불필요한 공포를 키워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의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잘못 해석하는 것입니다. 제가 군에서 배운 것도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정확한 정보와 냉정한 판단이 있어야 올바른 대응이 나옵니다(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공식 사이트).

 

📝 글을 마치며

북한이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서도 안 되고, 모든 일탈을 전면전의 전조로 해석해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해서도 안 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상대의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감정에 치우쳐 오독하는 것입니다.

 

이번 DMZ 지뢰 폭발 사건은 한반도 안보가 여전히 살얼음판임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분노는 당연하지만, 그 감정이 정치적 구호로 흩어지지 않고 부상 장병의 회복과 철저한 재발 방지라는 실질적 결과로 귀결되기를 바랍니다.


[면책조항 및 안내 (Disclaimer)]

본 포스팅은 공개된 국방부 및 유엔사 공식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필자(34년 군 경력)의 주관적·전문적 안보 분석 글입니다. 특정 정부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정확한 국방 정책 및 군사 정보는 정부 공식 발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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