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 소형 드론 수십 대가 동시에 날아드는 모의 상황을 처음 경험했을 때의 당혹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레이더가 순식간에 포화되고, 화력 통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그 몇 초가 실전이었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드론은 이미 전쟁의 문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전장 투명화, 그리고 과장과 현실 사이
드론이 전장을 바꾼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된 것처럼, 수백만 원짜리 소형 드론 한 대가 수백억 원짜리 전차를 무력화하는 장면은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습니다. 과거에는 위성이나 고고도 정찰기(HALE, High Altitude Long Endurance)만이 수행할 수 있었던 지속 감시 임무를, 이제는 저가 드론이 24시간 교대로 맡습니다. 여기서 HALE이란 고도 1만 5천 미터 이상에서 수십 시간씩 체공하며 적 지역 전체를 촬영하는 대형 무인 정찰기를 말합니다.
전장이 '투명해졌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제 훈련 상황에서 드론이 많다고 전장이 완전히 보이는 건 아니었거든요. 전자전(EW, Electronic Warfare), 즉 전파 교란과 재밍으로 드론 신호를 끊어버리거나, 지형지물과 위장망으로 탐지를 피하는 방법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전장 투명화가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투명화'보다는 '은폐 비용이 비싸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기상 변수나 전자전 환경에 따라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드론 4만 4천여 대를 격추한 사례는 이 맥락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이 활용한 대드론 방어 체계 '스카이포트리스'는 중고 스마트폰 7천여 대를 전선에 배치해 날아오는 드론 음향을 탐지하고 격추 경로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전체 구축 비용은 약 150억 원으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세 발 가격에도 못 미칩니다(출처: 우크라이나 국방부 공개 자료 기반 보도). 여기서 핵심은 비용 대 효과, 즉 가성비입니다. 드론 전쟁은 결국 '누가 더 싸게, 더 많이, 더 빠르게' 운용하느냐의 경쟁입니다.
이란의 자폭 드론 샤헤드(Shahed)와 미국이 이를 역설계해 만든 루카스(LOCUST, Low-Cost UAV Swarming Technology)의 대결은 이 가성비 경쟁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LOCUST란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시스템의 약자로, AI 기반 자율 편대 비행이 가능하고 전파 방해 환경에서도 목표물 타격이 가능한 미 해군 자폭 드론입니다. 루카스는 대당 약 3만 5천 달러로, 샤헤드의 5만 달러보다 저렴하면서도 기술 성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드론 전사 양성과 대드론 방어, 무엇이 먼저인가
우리 군이 추진하는 '50만 드론 전사' 계획은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장비가 있어도 운용 숙련도가 낮으면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드론을 '장비'가 아니라 '개인화기처럼 체화된 기술'로 다루는 병사와 그렇지 않은 병사의 전투 효율 차이는 같은 드론을 쓰더라도 확연하게 갈렸습니다. 군은 2026년까지 1만 1천여 대의 소형 드론을 각 부대에 보급하고, 장병들이 손쉽게 드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며 205억 원의 예산이 편성된 상태입니다.
다만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드론 전사 수만 늘리면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가장 위험한 착각이라고 봅니다. 전장에서 드론 수십 대가 동시에 뜨면 주파수 간섭, 아군 식별(IFF, Identification Friend or Foe) 오류, 지휘통제 혼선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실제 전장에서 수백 대의 드론이 뒤섞인다면 **IFF(피아 식별 시스템)**의 과부하는 필연적입니다. 자칫 내가 날린 드론이 적이 아닌 아군의 머리 위를 노리는 최악의 '프레드리 파이어(Friendly Fire)'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기 숫자보다 지휘통제 시스템의 정밀함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드론 전사 양성이 효과를 내려면 운용 교리와 주파수 관리 체계가 먼저 정비되어야 합니다.
대드론 방어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군이 구축 중인 탐지–교란–격추로 이어지는 3단 방어 체계는 현 시점에서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그런데 자폭 드론이 수십 대 이상 군집(Swarm)으로 밀려올 경우, 단일 요격 수단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군집 드론이란 수십에서 수백 대의 드론이 AI 알고리즘으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목표를 동시에 공격하는 전술로, 기존 방공 체계로는 순간 포화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모의 상황에서도 소형 드론 30대만 동시에 투입됐는데 레이더와 화력 통제 모두 즉시 포화됐습니다. 이때 효과적이었던 건 고가 미사일이 아니라 근거리 요격 수단, 재밍(Jamming, 전파 교란), 요격 드론의 병행 운용이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소형 및 중형 요격 드론 개발에 국방과학연구소 예산 178억 원과 민간 협력 예산 192억 원을 투입해 각 1천 대 이상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방과학연구소). 그런데 현행 무기 획득 절차상 실전 배치까지 최소 2년 반이 걸린다는 점은 분명한 병목입니다. 드론은 소프트웨어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장비인데, 2년 반 뒤에 배치된 드론이 그때도 유효할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 대드론 방어(C-UAS)의 4대 핵심 프로세스
| 단계 | 핵심 기술 | 군 전문가의 시각 |
| 탐지 | 음향·레이더·광학 복합 센서 | 소형 드론은 레이더만으로 한계, 음향 탐지 병행 필수 |
| 교란 | 소프트 킬 (재밍, 스푸핑) | 아군 주파수 간섭 문제를 선결해야 전력화 가능 |
| 격추 | 하드 킬 (레이저, 요격 드론) | 군집 드론 대응을 위해 '가성비' 높은 요격 수단 확보가 관건 |
| 통제 | IFF (피아식별) & C2 네트워크 | 가장 간과되는 부분.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아군 식별이 생명 |
이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요격 드론 천 대를 갖다놔도 실전에서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드론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장비 숫자보다 네트워크 통합과 운용 교리에서 갈린다고 봅니다. 50만 드론 전사 목표가 실질적인 전력이 되려면, 장병 개개인의 숙련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지휘통제 체계와 아군 식별 문제를 선행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드론을 소총처럼 다루는 날이 오더라도, 그 소총이 아군을 향하지 않으려면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 군이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