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34년 군 생활 동안 수없이 경험했던 그 묘한 긴장감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겉으로는 지극히 평온하고 조용해 보이는 시기일수록, 수면 아래에서는 거대한 군사적·외교적 톱니바퀴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수많은 훈련과 실전을 통해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연일 뉴스 전광판을 장식하는 이번 방북 소식, 과면 단순한 외교적 친선 정상회담으로만 봐도 되는 것일까요?5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34년 군 생활 동안 수없이 경험했던 그 묘한 긴장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는 시기일수록 수면 아래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훈련과 실전을 통해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문, 단순한 정상회담으로 봐도 될까요?
북중관계, 왜 지금 복원되는가: 지정학적 셈법의 변화
솔직히 이건 대다수의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마지막 방북이 2019년이었으니, 두 나라 사이에 5년이라는 긴 공백이 있었던 셈입니다. 그사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이 막히고, 북한이 자체적인 고립 노선을 강화하면서 양국 관계도 일정 부분 소원해진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일까요?
그 본질을 이해하려면 국제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 지정학적 전략 경쟁 (Geopolitical Strategic Competition)
단순한 군사적 대결을 넘어 특정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상대국을 견제하기 위해 외교·경제·군사 자원을 총체적으로 동원하는 강대국 간의 주도권 싸움을 의미합니다.
미중 간의 이 지정학적 전략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중국에게 북한이 가진 전략적 가치는 오히려 급상승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 네트워크(한·미·일 밀착)를 효과적으로 흔들 수 있는 최전방 완충지대이자 강력한 견제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군에 있을 때 우리는 북한의 외교적 발언(말)보다 실제 '군사 행동 패턴'을 더 중요하게 분석하곤 했습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이번 방문 직전 중국이 보낸 신호 하나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중국은 최근 발간한 군비 통제 백서에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핵심 문구를 전격 삭제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유지해 온 공식 입장을 슬그머니 지운 것입니다. 이것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비핵화 문구 삭제 출처: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군비통제백서(출처: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핵전략의 본질: 체제 생존을 위한 절대 원칙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을 목전에 두고,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날 선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퇴의 한계선이며, 그 어떤 외부 압박이 가해져도 핵을 내려놓는 일은 없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저는 군사 지휘관의 시각으로 이 발언을 단순한 협상용 벼랑 끝 전술이나 정치적 수사로 읽지 않았습니다. 북한에게 이른바 '핵 억지력(Nuclear Deterrence)'은 이미 단순한 무기가 아닌, 체제 서바이벌을 위한 산소호흡기로 완벽히 기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핵 억지력 (Nuclear Deterrence)
적대 세력이 선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아군이 보유한 가공할 핵전력으로 상상할 수 없는 치명적인 보복(확증파괴)을 가할 것이라는 공포를 심어줌으로써, 적이 감히 전쟁을 도발하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억제하는 전략적 방어 개념입니다.
북한은 이 확고한 논리 위에서 핵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행위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전후하여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대대적으로 시찰하고, 5천 톤급 신형 구축함인 '강건함'의 해상 항해 시험을 참관했습니다. 나아가 주요 군수 공장을 찾아 "미사일 생산량을 연차별로 2.5배 이상 확대하라"는 공세적인 작전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 일련의 행보들은 세 가지 명확한 메시지를 외부 세계에 던지고 있습니다.
⚠️ 북한이 과시한 군사 행보의 3가지 본질
멈춤 없는 고도화: 핵·미사일 대량 양산 스케줄은 외부의 제재와 무관하게 독자 구동되고 있다.
타격 영역의 확장: 신형 구축함 검증을 통해 해군력을 현대화하고 영해 너머로 투사 능력을 넓히고 있다.
외교적 독립 변수: 이 모든 군사력 건설은 북중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적 이벤트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마일스톤이다.
제 경험상 이런 군사 행보의 대대적인 공개는 단순한 대내 선전용이 아닙니다. 적어도 절반은 외부(우리)를 향한 메시지입니다. 군에 있을 때도 상대가 무엇을 보안에 부치고, 무엇을 굳이 공개하느냐 자체를 핵심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숨길 수도 있는 것을 굳이 드러낸다면, 그것은 상대가 보고 긴장하기를 바란다는 명확한 의미입니다.
- 북한 핵탄두 보유 추정치 출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출처: SIPRI).
안보 전망: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어떤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될까요?
단언컨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는 단 한 줄도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양국은 철저한 전략적 실리주의에 입각해 밀착할 것입니다. 북한은 숨 막히는 대북 제재망을 뚫어줄 중국의 경제적 뒷배(식량, 원유)가 절실하고, 중국은 날로 촘촘해지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최전방에서 받아내 줄 북한이라는 돌격대장이 유용합니다. 완벽한 안보적 이해관계의 일치입니다.
이런 냉혹한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 보루인 한미연합방위체제(ROK-US Combined Defense System)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한미연합방위체제와 현대전의 위협
한미연합방위체제: 한미 양국 군이 단일화된 연합지휘구조 아래에서 공동의 작전계획(작계)을 수립하고, 평시부터 빈틈없는 억제 태세를 유지하는 동맹 중심의 방위 시스템입니다.
회색지대 작전 (Gray Zone Operations): 정규전(전쟁)과 평화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무는 모호한 방식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비대칭 도발입니다. 사이버 테러, GPS 교란, 무인기 침투 등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혼란을 극대화하는 현대 안보의 가장 까다로운 위협입니다.
저는 34년 군 생활 동안 이 체제의 실제 작동 방식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고 경험했습니다. 연합 훈련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훈련이 단순한 절차의 반복이 아니라 실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군이 얼마나 신속하고 오차 없이 전시전환(Wartime Transition)이 가능한지를 점검하는 가혹한 과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당장 터질지 모르는 전면전만이 아닙니다. 북중 결속에 자신감을 얻은 북한의 도발은 훨씬 교묘한 '회색지대 작전' 형태로 우리 사회를 뒤흔들 가능성이 큽니다. 대규모 군사 충돌 없이도 우리의 안보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적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는 냉정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악을 준비해야 평화를 누린다
군에서 수없이 들었고, 또 부하들에게 강조했던 격언이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자만이, 비로소 존엄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그 안보의 원칙은 격변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서슬 퍼렇게 유효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번 정상회담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하루짜리 가십 뉴스'로 소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북중러 협력 강화,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라는 세 개의 거대한 해일이 동시에 우리 영해를 향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안보는 관심을 가질 때만 간신히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 눈에 보이지 않는비 태세가 묵묵히 쌓여야만 지켜집니다. 위협의 징후가 명확히 나타나는 지금이 바로 우리의 대비 태세를 전면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하고 굳건한 억제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진짜 평화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제가 34년간 차가운 최전선 현장에서 온몸으로 배운 가장 단순하고도 무서운 진실입니다.
본 평론은 전직 군 지휘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