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일.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럼스 링컨함이 이란 견제 임무를 위해 바다 위에서 보낸 시간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세계 최강 해군의 핵심 전력이라는 항공모함에서 변기 사용이 금지되고 세면대에서 오수가 역류한다는 이야기,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시간이 쌓이면 결국 '사람이 버티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항모의 녹은 외관보다 내부의 생활 환경이 더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의 군사력은 탑재 항공기 수, 탄약 적재량, 방공 능력으로 평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오래 배운 것이 있다면, 결국 전투력을 유지하는 건 장비 스펙이 아니라 그 장비를 운용하는 사람의 상태라는 점이었습니다.
📌 주요 군사 용어
- 전투 지속성(Combat Sustainability): 부대가 전투력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 전투 가용성(Operational Availability): 전체 보유 장비 중 즉시 실제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상태의 장비 비율.
에이브럼스 링컨함의 선체 곳곳이 붉게 녹슬고 도장이 벗겨진 사진이 공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미 해군이 이 정도였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외관 부식 자체를 과장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닷물과 염분에 지속 노출되는 함정에서 어느 정도의 부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함정의 전투력은 외관이 아니라 전투 시스템의 작동 여부로 판단해야 합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변기 일부는 사용 금지 상태였고, 세면대에서는 오수가 역류해 배관을 점검할 때 코를 막아야 했다고 합니다. 승조원 가족들을 중심으로 식량 부족에 대한 호소도 이어졌습니다. 전투 지속성(Combat Sustainability)이란 부대가 전투력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먹고 자고 씻는 환경이 무너지면 전투력 자체가 흔들린다는 개념입니다.
링컨함은 총 286일 배치 기간 중 264일을 바다에서 보내 미 해군 최장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제가 직접 장기 훈련을 경험해봤는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가 쌓이는 속도가 체감상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집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작은 판단 실수가 늘어납니다. 항공모함처럼 수천 명이 좁은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조직에서 위생과 식량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운용 능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장기 배치에서 전투력 유지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비 인력과 예비 부품 확보: 장비가 고장 났을 때 즉시 복구할 수 있는 체계가 없으면 전투 가용률이 급락합니다.
- 식량과 의료지원: 기본 생존 조건이 무너지면 사기와 집중력이 동반 하락합니다.
- 승조원 교대 주기: 장기 배치일수록 피로 누적을 막기 위한 순환 근무 체계가 필수입니다.
- 탄약·연료 보급선 유지: 전투 소모품이 끊기면 아무리 강력한 함정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함정의 전투 가용성(Operational Availability)이 떨어집니다. 전투 가용성이란 전체 장비 중 실제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상태의 장비 비율을 뜻합니다. 100대를 보유해도 정비 문제로 절반만 움직인다면 실제 전투력은 절반입니다. 세계 최강 해군도 이 원칙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걸 링컨함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탱커 대 탱커' 전략: 강한 압박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미군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이란 정부 소유의 유조선을 직접 타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탱커 대 탱커(Tanker for Tanker) 전략은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해 동일한 수단으로 보복하겠다는 원칙입니다. 이란이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해 원유를 수출해 온 것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입니다. 그림자 선단이란 항해 신호를 끄고 다른 선박과 원유를 옮겨 담는 방식으로 국제 제재를 피하는 불법 해상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이번 공습은 약 6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 시리크, 케섬, 자스크를 포함해 이란 남부와 남동부 8개 지역의 항만과 에너지 거점 100여 곳이 타격 대상이 됐습니다. 미 중부 사령부(CENTCOM)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방공 진지, 레이더 시스템, 해상 전력 통신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쟁연구소(ISW)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서 이란의 유조선 추적용 레이더를 집중 타격해 선박 감시 및 공격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됩니다(출처: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눈에는 눈' 전략은 단기적으로 강력한 압박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도 보복 명분을 명확하게 쥐여주는 양날의 칼입니다. 이란은 즉각 요르단, 바레인,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습니다.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이란 발사 후 포물선 궤도로 비행해 목표에 낙하하는 미사일로, 짧은 시간 안에 광범위한 지역을 타격할 수 있어 방어 측에는 대응 시간이 매우 촉박한 무기입니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민간인 피해 문제입니다. 이란 측은 시리크 인근 결혼식장이 미군 폭격으로 파괴되어 민간인 5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런 주장이 나오는 순간 군사작전의 국제적 정당성 논쟁이 불가피해집니다. 전쟁에서 표적을 파괴하는 것은 작전의 일부일 뿐이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유지하는 것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라는 걸 제가 군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배운 원칙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입니다(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이 해협에서 군사 충돌이 장기화되면 국제 원유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고, 그 여파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도 직접 미칩니다.
확전관리 실패가 불러올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군력과 공군력이 사실상 궤멸됐다고 주장하면서도 '가장 거대한 공격이 아직 남아 있다'고 추가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란의 3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붕괴를 강조하며 압박 효과를 자신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지점에서 약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 주요 군사 용어
- 확전 관리(Escalation Management): 군사 충돌 시 양측이 의도치 않게 전쟁의 강도와 범위를 높이는 상황을 통제하는 전략적 과정.
한쪽이 강하게 때리면 상대방도 '우리가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논리로 보복 수위를 높이고, 그 보복에 다시 재보복이 이어지는 상승 구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란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하면서 미국도 추가 대응 명분이 생기고, 이렇게 되면 양측 모두 '상대가 먼저 시작했다'는 논리로 공격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도 이 전쟁을 '무한정' 수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항공모함 한 척의 하루 운용 비용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고, 장기 배치가 계속되면 정비 주기를 놓친 장비의 누적 고장과 승조원 피로 문제가 전투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에이브럼스 링컨함 사례는 바로 이 비용이 숫자가 아닌 사람의 생활로 드러난 경우입니다.
마치며: '얼마나 강한가'보다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
이번 미·이란 충돌이 한국 안보에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중동에 장기 집중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전략적 여력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화려한 첨단 무기 도입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운용할 숙련 인력, 정비 체계, 탄약 비축량, 승조원의 복지 환경에도 동일한 비중을 두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전장에서는 스펙상의 무기 숫자보다 "지금 당장 출격하여 무리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전력이 몇 대인가"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얼마나 강하게 때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느냐." 진짜 승리는 화려한 타격력 뒤에 숨은 냉정한 유지 관리 능력에서 결정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항공모함 선체의 녹보다 내부 변기나 오수 문제가 왜 더 치명적인가요?
A: 해수 부식은 정기 정비로 해결할 수 있는 일상적 현상이지만, 내부 오수 역류 및 위생 문제는 승조원의 건강, 수면, 사기를 직접적으로 깨뜨립니다. 군인의 피로 누적은 치명적인 판단 실수와 작전 효율성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에 '전투 지속성' 측면에서 더 위험합니다.
Q2. 미군의 '탱커 대 탱커' 전략이 지닌 군사적 허점은 무엇인가요?
A: 상대의 불법 해상 수송을 끊는 억제 효과는 강하지만, 상대방에게도 동등한 수단의 보복 명분을 제공하여 '보복의 악순환(에스컬레이션)'을 유발합니다. 또한 비대칭 전력(드론, 탄도미사일)을 가진 이란이 주변 미군 기지를 공격할 구실을 주게 됩니다.
Q3. 미 항모의 중동 장기 배치가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A: 미군의 한정된 전략 자산(항모, 감시정찰기 등)이 중동에 장기 묶이게 되면 동아시아 및 한반도 지역에서의 미군 유연성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전략적 오판을 부를 수 있으므로 한국 자체의 정비·비축 체계와 독자적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 본 글은 34년간의 군 복무 및 정보·작전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 안보 칼럼이며, 정부나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