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호주 AS9 헌츠맨 실사격 성공: 남중국해 '바다 위의 포병' 전략 (방호력, 원정 작전, 방산 수출)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6. 11.

자주포를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았던 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스펙 자주포를 운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몇 년에 불과했습니다. 바로 남반구의 안보 거점, 호주의 이야기입니다. 34년간 군 생활을 하며 포병 화력 전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던 지휘관의 입장에서, 이 변화는 단순한 해외 무기 도입 소식 그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호주 포트 웨이크필드 시험장에서 국산 K9을 호주 맞춤형으로 개량한 AS9 헌츠맨(Huntsman)의 첫 실사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현대 전술과 인도-태평양 전략 측면에서 되짚어볼 지점이 아주 많습니다.

견인포의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 '슛 앤 스쿳'과 방호력의 본질

군에서 포병 부대의 훈련이나 이동 모습을 한 번이라도 옆에서 지켜본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차량 뒤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견인포는 사격 전 진지를 구축하고 방열(포를 사격 방향으로 정렬하는 과정)하는 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진지를 구성하고 사격 제원을 입력해 실제로 첫 포탄을 날리기까지,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포병 장병들은 적의 관측과 위격 위협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가 됩니다. 저 역시 현역 시절 훈련을 통제할 때마다 이 취약한 방열 시간이 늘 마음에 걸렸고, '만약 실전이었다면 첫 발을 쏘기도 전에 적의 기습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곤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M777 같은 경량 견인포는 헬기로 공중 수송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기동성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술을 아는 군인의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이동의 편의성'과 전장에서의 '생존성'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냉혹하게 증명된 진실은, 사격 후 즉각 진지를 이탈하지 못하는 포병은 적의 대포병 레이더에 궤적이 잡히는 순간, 단 몇 분 만에 쏟아지는 역습 포화(Counter-battery fire)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기서 현대 포병 전술의 핵심인 '슛 앤 스쿳(Shoot & Scoot, 치고 빠지기)' 개념이 등장합니다. 포탄을 발사한 직후 적이 대응 사격을 하기 전에 1~2분 내로 자리를 뜨는 전술 교리입니다. 대한민국 국산 K9 자주포 계열은 이 교리에 완벽하게 맞춰 설계된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이미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까다로운 NATO 최전선 국가들이 실전적 검증을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출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번에 실사격에 성공한 호주형 AS9 헌츠맨은 한반도 지형보다 훨씬 광활하고 가혹한 호주의 황무지와 남중국해 환경에 맞춰 방호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모델입니다.

🛡️ AS9 헌츠맨의 압도적인 방호 스펙

측면 장갑 업그레이드: NATO 차량 방호 규격인 STANAG 4569 레벨 3를 적용하여 7.62mm 기관총 철갑탄과 포탄 파편을 완벽하게 차단합니다.

상부 장갑 혁신: 이스라엘 플라산(Plasan) 사의 비대칭 고무 돌기형 장갑을 추가하여 공중에서 떨어지는 적의 대전차 자탄 및 소형 자폭 드론 위협에 대비했습니다.

하부 방호 능력: 자주포 역사상 최초로 6kg급 항공 살포식 대전차 지뢰가 밑에서 터지더라도 내부 승무원을 보호하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일각에서는 장갑을 덧대면서 늘어난 52톤이라는 육중한 최종 중량이 기동성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호주군은 과거 독일제 복서(Boxer) 차륜형 장갑차를 도입할 때 무게 초과로 전술 운용에 애를 먹은 트라우마가 있어 이 부분에 극도로 민감했습니다.

그러나 STX의 1,000마력급 고성능 파워팩과 SNT다이내믹스의 순수 한국산 X1100-5A 자동 변속기, 그리고 지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유압식 현수 장치(가스유압식 서스펜션)가 조합되면서, 52톤의 거구 AS9은 호주의 거친 황무지 주행 테스트를 가볍게 통과했습니다. 여기에 155mm GPS 유도포탄인 'M982 엑스칼리버'는 물론, 최대 사거리가 54km에 달하는 최신 사거리 연장탄까지 완벽하게 운용하며 화력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배에 실린 포병: 인도-태평양 원정 작전의 냉혹한 현실

사실 호주가 본토 방어용이라기엔 너무나 무겁고 거대한 궤도형 자주포를 왜 대량으로 구매하는지, 처음에는 저 역시 전술적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 공군의 C-17 대형 수송기 한 대에 AS9 자주포가 딱 한 대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중 수송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대규모 포병 전력을 적시에 투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호주 군 수뇌부가 꺼내든 안보 카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수송기가 아닌, 자신들이 보유한 해군 캔버라급 대형 강습상륙함(LHD)을 활용하는 '바다 위의 포병' 전략이었습니다.

약 3만 톤급에 달하는 캔버라급 상륙함의 중장비 적재 갑판(Vehicle Deck)을 최대한 활용하면, AS9 자주포를 이론상 무려 58대까지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작전 배치를 고려하더라도 K10 탄약운반차의 호주형 모델인 AS10과 함께 한 개 포병 연대의 완편 전력(36~40대)을 배 한 대에 통째로 실어 나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뜻밖의 조합이 왜 중요할까요? 호주의 국방 전략적 관심사가 이제 멍하니 본토를 지키는 방어 위주에서,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원정 작전'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미 해병대의 최신 핵심 교리인 EABO(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s, 원정 전진기지 작전)가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갑니다.

💡 EABO와 A2AD의 충돌

  • A2AD (반접근·지역거부): 중국이 남중국해의 인공섬 요새에 고성능 방공 미사일과 촘촘한 대함 미사일을 배치해 미군과 서방 전력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전략입니다.
  • EABO (원정 전진기지 작전): 이에 맞서 서방 연합군의 소규모 기동 부대가 중국의 감시망을 피해 분산된 전진 도서(섬)에 기습 상륙한 뒤, '히트 앤 런' 방식으로 적의 방어선에 균열을 내는 미 해병대의 핵심 원정 교리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나리오는 바로 남중국해의 '라이보 암초(Inion Reef)' 기습 배치입니다. 평소에는 바다에 잠겨 있다가 간조 시에만 대형 자주포가 기동할 수 있는 단단한 산호초 암반이 드러나는 지형입니다. 호주의 캔버라급 상륙함이 이 타이밍에 맞춰 AS9 자주포 부대를 신속하게 접안·상륙시키면, 인근에 위치한 중국의 핵심 인공섬 요새인 '미스치프 암초(Mischief Reef)'까지의 거리(약 35km)가 AS9의 사거리 연장탄(최대 사거리 54km) 권역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오게 됩니다. 무려 19km라는 안전한 사거리 마진을 확보한 채 적의 요새를 두들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마하의 속도로 포물선을 그리며 무수히 쏟아지는 155mm 자주포탄은, 현재 남중국해에 배치된 중국 군함이나 섬 요새의 대공 미사일 방공 시스템(CIWS 등)으로 물리적인 요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전술적 기습이자 치명적인 비대칭 타격 자산이 되는 셈입니다 (출처: 미 해병대 공식 홈페이지).

다만 제가 판단하기에 이 시나리오를 액면 그대로 완벽하다고 낙관하는 것에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 전장에서는 자주포 단독으로 이런 극적인 기습을 성공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미 해군과 호주 해군의 확실한 제공권 및 제해권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며, 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찍어줄 정밀 정보자산(ISR)의 연동, 그리고 파도가 치는 원거리 도서 환경에서의 지속적인 보급망 유지가 필수적인 전제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S9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의 존재 자체가, 과거에는 상상 속 소설에 불과했던 서방 연합군의 대중국 견제 시나리오를 '실질적인 실행 가능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불어 호주가 함께 도입한 한국형 보병전투장갑차 AS21 레드백(Redback)이 AS9 헌츠맨과 세트로 운용된다는 점도 엄청난 시너지입니다. 레드백 장갑차는 AS9 포병 진지의 전방에서 적의 보병이나 드론 침투를 차단하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수행합니다. 무엇보다 두 차량은 엔진 계열(파워팩)과 구동계 부품의 상당수를 공유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군수 보급이 극도로 제한되고 단절되기 쉬운 외딴 도서(섬) 작전 환경에서, 부품 라인이 통일되어 있다는 것이 정비병과 지휘관에게 주는 운용상의 이점은 돈이나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위력적입니다.

마치며: 방산 수출, 무기를 넘어 전략의 아키텍처를 공유하다

호주의 AS9 헌츠맨 사업은 단순히 대한민국이 기술 좋은 자주포 몇 대를 해외에 비싸게 판 상업적 성공담이 아닙니다. 자주포 한 대조차 없던 남반구의 안보 맹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방어할 핵심 전력을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한국의 방산 기술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뼈대로 선택했다는 것이 이 사업의 본질입니다. 즉, 국산 무기 플랫폼 위에서 거대한 인도-태평양 연합 전략의 실질적인 형태가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대성공과 환호 속에서도 우리 방산업계는 결코 자만심에 도취되어선 안 됩니다. 군 생활 동안 무수히 경험했지만, 국가 간의 안보 신뢰는 수십 년의 헌신과 완벽한 품질을 통해 간신히 쌓아 올려지지만, 실전 운용이나 훈련 현장에서 드러나는 사소한 기술적 결함이나 부품 공급망의 삐걱거림 하나로도 그 단단했던 신뢰가 단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첫 실사격의 성공이라는 눈부신 훈장에 만족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전 세계 우방국들이 대한민국 방산을 신뢰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진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본 평론은 전직 군 지휘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zEVjjLKA0g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언덕이 있는 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