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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뒤집힌 개방 선언, 권력 갈등, 글로벌 충격)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4. 20.

하루 만에 개방 선언을 뒤집는 나라를 어떻게 협상 상대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선언했다가 24시간도 안 돼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과 중동 정세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고, 군 복무 시절 이중 지휘체계 상황을 가정한 훈련에서 느꼈던 그 묘한 공포감이 떠올랐습니다.

하루 만에 뒤집힌 개방 선언, 무슨 일이 있었나

이란 외무장관 아그라치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을 선언한 건 레바논 휴전 합의 이후였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상황이 진전되는 것처럼 보였죠. 그런데 선언이 나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란 군부는 조건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군사적 성격의 선박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의 허가 없이는 통과 불가라는 겁니다. 여기서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란, 이란 정규군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엘리트 군사조직으로, 최고 지도자 직속 통제를 받으며 이란의 핵심 안보·정치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입니다.

결국 해협은 다시 봉쇄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개방 선언에 맞춰 급히 통과를 시도했던 유조선 토린호와 LPG 운반선 가디언은 회항해야 했고, 해협 안쪽에 묶여 있던 2천여 척의 선박들은 관망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번복이 일어난 배경에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저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혁명수비대를 대변하는 타스님 통신이 아그라치 외무장관의 발표를 "결함 있고 불완전하다"고 정면 비판한 것, 이란 사법부 매체와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직속 기구 소유 매체가 "봉쇄 유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 이 흐름을 보면 무언가 더 본질적인 갈등이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란 내부 권력 갈등이 만들어낸 진짜 위험

이번 사태의 핵심은 사실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이란 내부의 주도권 경쟁입니다. 협상파인 외교 채널과 강경파인 군부 사이의 이원화된 지휘 구조가 이번 번복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여기서 이원화된 지휘 구조란, 하나의 국가 안에서 외교부와 군부가 서로 다른 판단과 권한을 가지고 상충하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어떤 신호가 실제 국가 의사인지 외부에서 판단하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저는 군 복무 시절 이와 유사한 상황을 훈련으로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지휘 체계가 이원화된 상황을 가정하면, 통제 명령이 엇갈려 현장 부대가 어느 명령을 따라야 할지 혼란에 빠지고, 그 틈에서 오판과 우발 충돌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그 훈련에서 얻은 결론이 하나 있는데, 적의 전력보다 불확실성 자체가 더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이 딱 그 상황입니다. 강경파와 협상파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만들어낸 불확실성은,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 선장 입장에서 봤을 때 예측 가능한 봉쇄보다 훨씬 위험한 환경입니다. 무엇을 믿고, 언제 움직여야 할지 판단 기준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 위험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해협 안쪽에 2천여 척이 밀집한 상태에서 작은 마찰 하나가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우려됩니다. 제 경험상, 혼란스러운 지시 체계 속에서는 현장 판단이 앞서고, 현장 판단이 앞서는 순간 통제 불가 상황으로 빠르게 이행합니다.

이번 상황이 유가와 국제 물류에 미치는 주요 리스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예측 불가능한 개방·봉쇄 반복으로 인한 원유 공급 불안정
  • 해협 통과 허가 기준 불명확으로 선박 운항 중단 장기화 가능성
  • 이란 내 합의 부재로 미국과의 2차 협상 막판 결렬 위험 증대
  • 해협 내 선박 밀집 상태에서 우발적 교전 발생 시 연쇄 충돌 위험

예측 불가능한 봉쇄가 만드는 글로벌 충격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하루 약 1,7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운반되며, 이 수치는 전 세계 해상 원유 무역량의 3분의 1에 해당합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단 하루의 완전 봉쇄만으로도 유가 충격이 즉각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상황에서 더 위험한 지점이 봉쇄 그 자체가 아니라 개방과 봉쇄의 반복이라고 봅니다. 예측 가능한 봉쇄는 시장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여지를 줍니다. 하지만 하루 단위로 뒤집히는 신호는 유가 변동성 지수(OVX)를 자극합니다. 여기서 OVX란 원유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느끼는 가격 불확실성의 크기를 수치화한 지표로, 흔히 '원유판 공포 지수'라고 불립니다. OVX가 급등하면 에너지 선물 시장 전반이 요동치고, 이는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실물 경제에까지 파급됩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가산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전쟁, 분쟁, 정치 불안정 같은 외부 변수가 원유 가격에 반영되는 추가 비용을 말합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은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 요인이 지속될 경우 단기 유가 전망에 상당한 상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출처: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

이번 결정 번복이 협상력 강화를 위한 의도적 전술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저도 그 시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이란의 내부 통제력이 균열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협상 카드를 쥐려는 시도와 조직 내 통제력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내부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결국 이번 사태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외부 충돌이 아닌 내부 불안정이 앞으로의 최대 변수라는 것입니다. 강경파와 협상파 중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미국과의 2차 협상 성패가 갈릴 것이고, 그 결과가 호르무즈 해협의 향방을 결정할 것입니다. 에너지 시장이나 물류 업계에 몸담고 계신 분이라면, 지금은 이란의 군사력보다 이란의 의사결정 구조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분석·의견 공유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Xgc7da3B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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