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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포성: 확전 관리와 냉철한 외교가 필요한 이유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6. 28.

전쟁은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시작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그 포성이 울린 이후 아무도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는 통제 불능의 상황입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화물선이 드론 공격을 받고, 이에 대응해 미군이 이란 본토를 타격하자 다시 이란이 미군 기지를 무인기로 보복 공격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긴박한 뉴스를 보며 저는 34년 동안 군복을 입으며 뼈에 새겼던 한 가지 원칙이 떠올랐습니다. "군사적 충돌 자체보다, 그 충돌이 어디까지 번져나가는지를 통제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국지적 보복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전면전이라는 파국으로 향하는 첫 단추인지 그 경계선을 지휘관의 시선으로 짚어보고자 합니다.

확전 관리, 왜 단순한 군사 행동보다 더 중요한가

군사학에는 확전 관리(Escalation Control)라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전면전이나 통제 불능의 상태로 악화되지 않도록 각 행위자가 의도적으로 타격의 규모와 범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전략적 기술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길거리의 주먹다짐이 칼부림이 되고, 결국 총격전으로 번지는 파멸의 흐름을 중간에 냉정하게 끊어내는 통제력입니다.

 

저는 현역 시절 이 개념을 단순한 교리 수준으로만 배운 것이 아니라, 연합작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각국 군 지휘부가 이 확전 통제선에 얼마나 예민하고 정교하게 반응하는지 몸소 경험했습니다. 적의 도발에 강력하게 응징하는 능력과, 그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이 두 가지 균형을 동시에 잡지 못하는 군대는 비록 눈앞의 전투에서 이길지언정, 국가를 더 큰 전쟁의 참화 속으로 밀어 넣게 됩니다.

 

이번 미군의 이란 본토 타격은 응징과 확전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였습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의 드론 타격이 기존의 휴전 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단호히 발표한 반면, 이란 측은 영해를 위반한 선박에 대한 정당한 경고 사격이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양측의 명분과 발표가 이토록 첨예하게 엇갈릴 때일수록, 현장의 물리적 타격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냉정하게 읽어내야 합니다.

항행의 자유와 해상교통로(SLOC), 그것이 진짜 전선이다

국제법상 모든 선박이 공해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권리를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라고 부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는 단순히 배가 몇 척 지나다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글로벌 경제의 목줄이자 에너지 안보 그 자체입니다.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과거 제가 해군작전사령부에 파견 근무를 하던 시절, 해상교통로(SLOC, Sea Lanes of Communication) 보호 교육을 받으며 선배 지휘관들이 가장 강조했던 핵심 요충지가 바로 이곳 호르무즈였습니다. 원유와 식량, 핵심 군수물자가 이동하는 바닷길인 해상교통로는 단 한 구간만 마비되어도 군사적 문제를 넘어 국민들의 일상생활 전체를 마비시키는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입니다. 호르무즈는 그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정학적 병목 지점'입니다.

이번에 미군 화물선 '에버러블리'호가 오만 해상에서 이란의 자폭 드론에 피격된 것은 단순한 해닝 사고가 아닙니다. 미국이 이를 국제 무역 항로 전체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군사 보복에 나선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연이어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마저 추가 피격 신고를 접수하면서 현장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출처: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낙관적인 소식 뒤편에서 현장의 물리적 충돌이 정치적 합의보다 훨씬 빠르게 폭주하고 있는 셈입니다.

강압 외교의 수사학, 그리고 외교 없는 억제력의 한계

정치 지도자들의 거친 언사도 이 확전 관리의 틀 안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군사적 대응이 계속될 경우 이란이라는 국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격적인 강경 발언 역시, 액면 그대로의 전면전 예고라기보다는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형적인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의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무력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기 전에, 무력 사용의 압도적인 위협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려는 전략적 수사입니다.

제 군 생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전면적인 위기 상황일수록 확전의 명분을 쌓는 강경한 메시지가 전면에 등장하는 동시에, 물밑 실무선에서는 파국을 막기 위한 조용한 비밀 대화 채널이 가동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발언들은 전면전의 신호탄이라기보다는, 이란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한 강력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쟁은 미사일과 물류의 충돌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미사일과 드론이 해협을 오가는 순간에도 유가는 널뛰고, 세계 유조선 동선 데이터가 요동치며, 각국의 에너지 담당자들은 비상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해집니다. 결국 군사적 유연성과 강력한 억제력(Deterrence)이 바탕이 되되, 이를 해결할 외교적 협상 채널이 동시에 가동되지 않는다면 군사력만으로는 이 좁은 바닷길을 결코 영원히 열어둘 수 없습니다. 억제력이란 상대가 도발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여 공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평화의 균형추입니다. 하지만 외교가 실종된 억제력은 어느 쪽도 원치 않았던 전면전이라는 참사를 우발적으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냉철한 언어로 미래를 읽어야 한다

전쟁은 물류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군 생활 34년이 저에게 남긴 가장 솔직한 교훈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사일이 정확히 어디에 떨어졌고 몇 대가 파괴되었느냐는 정량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그보다 양측 주체들이 이 충돌을 어떤 언어로 규정하고 있으며, 출구 전략을 어떻게 모색하고 있는지 그 정치적 해석과 외교적 선택을 읽어내야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평화로운 안정을 찾으려면 상대를 주저앉힐 강력한 군사적 억제력과, 파국을 막아낼 냉철한 외교가 톱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34년 동안 군에서 배우고 지금도 굳게 믿는 안보의 기본 원칙입니다.

앞으로 중동의 전황을 지켜보실 분들이라면,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강경 발언 자체에 흔들리기보다 물밑 협상 채널이 여전히 살아있는지, 제3의 중재자가 등장하는지, 그리고 현장의 긴장감과 정치적 수사 사이의 간극이 어떻게 조율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보급과 외교라는 렌즈를 통해 볼 때, 비로소 이 해협의 진짜 미래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d7aP06YM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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