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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경고: 억제력의 역설과 출구전략 (억제력, 에너지 안보, 출구전략)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8. 30.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총성이 울릴 때가 아닙니다. 서로의 의도를 오판하고 통제력을 잃기 시작할 때입니다. 34년 군 생활을 하면서 제가 가장 뼈저리게 배운 사실인데,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그 교훈이 자꾸 떠오릅니다. 기뢰 제거, 선박 피격, 배런 트럼프 살해 협박 영상까지. 이건 단순한 강대국의 기 싸움이 아닙니다.

억제력의 역설: 강한 말이 항상 강한 전략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강경한 발언이 억제력(Deterrence)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억제력이란 상대방이 도발을 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다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습니다. 나머지 절반이 빠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 군사학 주요 개념 정의

  • 차단기동: 지상 전투에서 적에게 물러설 공간(퇴로)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전술.
  •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단순히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국제사회의 상황 판단을 흔들어 잘못된 대응을 유도하는 모든 행위.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미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오만이 방해할 경우 즉각 폭격하겠다는 발언까지 내놓았습니다. 국내 지지층에게는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퇴로 차단 메시지로 읽힙니다. 군사작전에서 적에게 물러설 공간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을 차단기동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지상 전투에서는 유효한 전술일 수 있어도 외교 협상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면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됩니다. 적에게 선택지가 없어지면 마지막 남은 선택은 결국 싸우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란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이란 국영 방송이 배런 트럼프를 겨냥한 살해 협박 영상을 공개적으로 방영했고, 미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이 직접적인 위협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휴전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런 카드를 꺼내는 것은 협상 의지보다 국내 강경파를 달래려는 정치적 계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군에 있을 때 작전 계획 검토 단계에서 항상 이 질문을 먼저 던졌습니다. "상대가 지금 이 행동을 왜 하는가." 행동의 표면보다 의도를 읽는 것이 먼저입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리아노보스티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내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휴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지만, 양국 모두 공식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처럼 발표가 서로 엇갈릴 때 저는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이란 단순히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국제사회의 판단을 흔드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정보가 흔들리면 판단이 흔들리고, 판단이 흔들리면 잘못된 대응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현장에서 직접 겪어봐야 실감하는 부분입니다.

에너지 안보: 우리는 방관자가 아닌 직접적 이해당사자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 해협은 하루 평균 1,700만 배럴의 원유가 지나가는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 동맥입니다. 우리나라는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이 항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미국과 이란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주요 개념 정의

  •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적정한 가격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국가적 능력.
  • 해상교통로(SLOC, Sea Lines of Communication): 국가가 무역과 에너지 공급을 위해 반드시 유해야 하는 핵심 해상 항로.

 

제재 발표 당일에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에서 유조선이 피격되었고,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하는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이란 당국은 통항 규칙 위반을 이유로 한국 선박을 포함한 45척의 유조선에 추가 제재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여기서 한국 선박이 구체적으로 언급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우리는 이해당사자임을 보여줍니다.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란 적정한 가격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안보가 흔들리면 단순히 기름값이 오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연쇄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 → 국제유가 상승 및 변동성 확대
  2. 해상운임(shipping freight) 급등 및 전쟁보험료 인상
  3.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 → 생산원가 증가
  4. 소비자물가 상승 → 내수 위축 및 수출 경쟁력 약화
  5. 에너지 수급 차질 시 산업 생산 직접 타격

이란 리알화 가치가 달러당 205만 리알까지 떨어지며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란 정부는 이미 대비를 마쳤다고 자신감을 보이지만, 경제가 흔들리는 국가는 내부 압박을 외부로 전환하려는 유인이 커집니다. 이 점이 오히려 더 불안한 시나리오입니다. 제가 군에서 다양한 위기 상황을 분석할 때도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행위자가 예측 불가능한 선택을 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출구전략 없는 압박은 전략이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을 위해 설정됐던 60일의 기한이 만료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장을 거부했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이미 합의를 위반했기에 기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입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명분을 각자 쌓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강한 압박이 상대를 굴복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상대가 내부적으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이 전제는 무너집니다.

 

군사작전에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작전을 종료할 조건과 방법을 미리 설계해놓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상태가 되면 우리는 멈춘다"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34년 동안 작전계획을 검토하면서 이 부분이 없는 계획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결과는 대부분 예상보다 길고 비싼 싸움이었습니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도 솔직히 그 느낌이 납니다. 압박의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어떤 조건에서 대화를 재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와 군이 단순히 "전쟁이 날 것인가"만 주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한 관계 부처가 에너지 수급 비상계획, 해상교통로(SLOC) 보호 방안, 해외 국민 보호 계획을 지금 이 순간에도 점검하고 있어야 합니다. 해상교통로(SLOC, Sea Lines of Communication)란 국가가 무역과 에너지 공급을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핵심 해상 항로를 의미합니다. 이것이 끊기면 군사적 충돌이 없어도 경제적 타격은 현실이 됩니다.

 

강한 국가는 강경한 말을 많이 하는 국가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은 국가입니다. 외교력도 카드이고, 군사력도 카드이며, 에너지 비축과 해상수송 능력도 카드입니다.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면 상황이 급변할 때 흔들립니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제가 직접 경험에서 얻은 결론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강경한 어조의 '억제력(Deterrence)'이 왜 외교나 군사작전에서 실패할 수 있나요?

A: 억제력은 상대에게 도발의 대가를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상대가 물러설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과 퇴로를 남겨줄 때 완성됩니다. 퇴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차단기동'식 압박은 상대에게 싸움 외에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아 오히려 예기치 못한 우발 충돌(확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Q2. 호르무즈 해협 사태가 한국의 일상 경제와 국가 안보에 어떤 실질적 위협을 주나요?

A: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의 절대적인 해상교통로(SLOC)입니다. 해협 봉쇄나 불안정이 발생하면 단순 유가 상승을 넘어 해상운임 및 전쟁보험료 폭등, 원자재 생산원가 상승으로 인한 내수 물가 자극과 수출 경쟁력 악화로 직결됩니다.

Q3. 군사적 맥락에서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무엇이며 왜 필수적인가요?

A: 출구전략이란 "어떤 목적이나 조건이 달성되면 작전을 종료하고 대화/철수로 전환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미리 설정하는 것입니다. 출구전략 없이 압박의 수위만 높이면 양측 모두 명분에 갇혀 승자 없는 비싼 장기전에 빠지게 됩니다.


※ 본 글은 34년간의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 안보·지정학 칼럼이며, 정부나 특정 기관의 공식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iy7r8s5w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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