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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호르무즈 해협 충돌: 전직 군인이 본 파병 딜레마와 에너지 안보 (해상교통로, 경제안보, 파병 딜레마)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9. 11.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이는 지금, 한국은 미국의 파병 압박과 이란의 경고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군에서 오랜 시간 군사 문제를 바라봐 온 저로서는, 이 상황이 단순한 중동의 분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급이 끊기면 전투부대도 결국 멈춘다는 원칙, 그게 지금 세계경제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상교통로, 왜 이게 경제안보 문제인가

군에서 작전을 분석할 때 저는 늘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전투를 가능하게 만드는 보급로와 수송체계를 함께 살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전투부대라도 탄약과 연료가 끊기면 결국 제대로 싸울 수 없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번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을 보면서 그 원칙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해상교통로(SLOC, Sea Lines of Communication)란 선박이 국제 무역과 군수 물자를 수송하는 핵심 해상 항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바다 위의 고속도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이고,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 운하 루트의 관문입니다. 이 두 곳이 동시에 불안정해진다는 것은 세계 에너지 물류의 핵심 혈관 두 곳이 막힌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후티 반군이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사우디 공군 기지와 아람코 정유 시설을 타격하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쳤습니다. 유조선을 공격하는 행위는 선박 한 척을 파괴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해상 보험료(War Risk Premium), 즉 전쟁 위험 해역에서 부과되는 추가 보험료가 폭등하고, 운항 경로가 바뀌면서 운송비와 납기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이것이 적의 항구나 수송로를 공격하는 행위가 경제전쟁의 수단이 되는 이유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더욱 민감합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량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상 에너지 가격 변동이 산업 원가와 물가 전반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출처: IEA Oil Market Report) 중동발 공급 충격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낳습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가 긴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현대 해상전의 실상, 무인체계가 바꾼 전장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군에서 해상 작전을 공부할 때만 해도 위험 해역 정찰에는 사람이 탄 항공기나 함정을 투입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인잠수정(UUV, Unmanned Underwater Vehicle), 무인수상정(USV, Unmanned Surface Vehicle), 드론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무인잠수정이란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또는 자율 방식으로 수중을 탐색하는 장비로, 기뢰 탐지나 정보 수집에 활용됩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무인잠수정을 나포했다고 발표하고 관련 영상 공개를 예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미국이 해당 장비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사실 관계와 별개로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현대 해상전에서는 작은 무인체계 하나도 정보전과 심리전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상교통로를 실제로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군함 몇 척을 배치한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대기뢰전(MCM, Mine Countermeasures Operations), 즉 적이 설치한 기뢰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작전부터 시작해서, 드론 요격을 위한 항공전력, 수중 위협 탐지를 위한 대잠전(ASW) 능력, 실시간 해상 상황 파악을 위한 정보자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모든 자산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려면 평시의 훈련과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게 없으면 파병 자체가 오히려 전력의 약점을 드러내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지역의 위협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탄도 미사일 및 순항 미사일 공격: 후티 반군이 사우디 도시와 군 기지를 타격하는 데 사용한 주요 수단
  2. 드론 군집 공격: 소형 드론 다수를 동시에 투입해 요격 자산을 포화 상태로 만드는 전술
  3. 기뢰 부설: 해협처럼 좁은 수로에 기뢰를 설치해 선박 항행을 직접 위협하는 방식
  4. 무인잠수정·무인수상정을 이용한 정보 수집 및 공격

이 네 가지 위협이 동시에 존재하는 해역에 파병을 검토한다면, 각각에 대한 대응 자산과 교전 규칙이 사전에 명확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파병 딜레마,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제가 군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원칙 중 하나가 '임무와 책임의 경계'였습니다. 장비를 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누구의 지휘를 받으며, 위협받았을 때 어디까지 대응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비전투 임무로 시작한 작전이 상황 변화에 따라 전투 임무로 확대될 가능성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한국이 처한 상황은 더 복잡합니다. 미국은 에너지 수송로 안정을 명분으로 동맹국에 군사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한미 동맹의 조정 과정으로 해석하며 관계의 견고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과의 대미 투자 협상에서는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 30조 원 규모의 텍사스 가스 복합 화력 발전소 건설, 알래스카 LNG 사업 등이 논의되고 있어 파병 문제와 경제 협력이 연동되는 구조입니다.

 

반면 이란은 한국을 직접 겨냥해 한글로 경고 메시지를 SNS에 공개했습니다.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호르무즈 군사 작전 참여 국가를 침략 가해자를 지원하는 공범으로 간주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란 외무부가 특정 국가를 향해 해당 국가 언어로 직접 경고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외교적 압박 방식입니다. 실제 공격 가능성과 별개로,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건설 현장, 교민이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파병 논의와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란의 경고를 지나치게 두려워해 아무런 역할도 거부하는 것도,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전투 참여국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도 모두 한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국방부 역시 파병의 임무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전망,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들

파병 여부를 논의하기 전에 저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중동 해협이 흔들릴 때마다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중동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딜레마가 반복될 것입니다.

 

제 경험상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입니다. 하나는 '전투 참여국'이라는 이미지를 피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해상초계기를 통한 해상 감시, 구조·구난, 폭발물처리(EOD, Explosive Ordnance Disposal) 지원, 해상정보 공유 등은 국제 해상안보에 기여하면서도 직접 공격작전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다만 비전투 임무라는 표현에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해상을 감시하는 자산은 상대방에게 충분히 군사적 목표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Energy Supply Chain Diversification)입니다. 이는 원유와 LNG 공급처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고 비축 능력을 강화해 특정 지역의 충격이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들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전략을 뜻합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날 때마다 파병 여부를 고민하는 것보다, 전쟁이 나도 국가 경제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훨씬 근본적인 답입니다.

 

'보급이 끊기면 전투부대도 결국 멈춘다'는 군의 오래된 원칙은 오늘날 국제 정세의 폭풍 속에서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우리 국가 경제와 외교 안보 전략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서늘한 경고입니다. 당장의 정치적 압박이나 외교적 수사에 휘둘리기보다, 현장 장병들의 안전과 국가 공급망의 생존성을 최우선에 두는 냉철한 국익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본 글에 언급된 해상 수송 및 에너지 시장 관련 데이터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및 국방부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적인 군사·작전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분석 글로써, 정부나 국방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MmERGkym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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