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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위기 (이란협상, 왕건함, 방산기회)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5. 8.

이란은 왜 엇박자를 냈나 — 여론전과 이중 신호

이란 국영 프레스 TV가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 주권 행사의 신호라고 밝혔을 때,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불과 하루 전 주한 이란 대사관은 "이란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냈고, 대사관은 오늘 다시 그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같은 정부에서 국영 방송과 외교 채널이 180도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 내부 혼선 가능성과 역할 분담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됩니다. 저는 34년 군 생활 경험상 후자 쪽에 무게를 좀 더 둡니다.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와 외교부가 각자 다른 메시지를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은 이란이 과거에도 써온 방식입니다. 여기서 IRGC란 이란의 정규군과 별개로 최고지도자 직속으로 운영되는 혁명 무장 조직으로, 핵 프로그램 수호부터 해외 대리전까지 담당하는 핵심 전력입니다. 국영 TV가 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외교 채널은 유화적 신호를 유지하는 구조 — 이것은 여론전(propaganda warfare), 즉 실제 군사 행동 없이 정보와 언론을 무기 삼아 상대방의 인식과 행동을 조종하는 전술입니다.

정부 관계자도 이란 피격이 확실치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국영 TV의 선전 선동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이란을 단정 짓기보다는, 그 의도를 냉정하게 읽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왕건함 출격 — 드론 위협에 맞선 비대칭 대응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왕건함이 다음 주 아덴만으로 출격합니다. 기존 대조영함은 드론 방어에 취약했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이 나왔는데, 이번 왕건함은 해상과 공중에서 모두 드론을 방어할 수 있도록 능력을 대폭 보강한 것이 핵심입니다.

제가 현역 시절 한미연합훈련에서 가장 많이 다뤘던 위협은 대함미사일과 잠수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판이 달라졌습니다.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주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저비용 드론과 무인 수상정(USV, Unmanned Surface Vehicle)입니다. USV란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또는 자율로 운항하는 무인 수상 전투 플랫폼으로, 값이 싸고 대량 투입이 가능해 기존 함정의 방어 체계로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정부는 지난 5월 4일 20시 40분경(한국시간) 발생한 HMM 나무호 폭발화재사고 원인으로 이란의 수중 드론 폭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왕건함이 종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자유를 위한 다국적군 작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여기서 통항 자유(Freedom of Navigation)란 모든 국가의 선박이 국제 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리로, 이를 보장하기 위한 다국적 해군 작전은 미국 주도로 여러 차례 시행된 바 있습니다(출처: 미국 해군 중부사령부). 청해부대의 역할은 직접 교전보다는 우리 선박 보호와 이 통항 자유 확보 명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가치와 위협 요소 요약

구분 주요 내용 비고
물류 비중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 통과 한국 에너지 안보의 핵심
주요 위협 저비용 드론, 무인 수상정(USV), 수중 드론 비대칭 전력 중심의 위협
대응 자산 왕건함 (대드론/해상/공중 통합 방어 능력 보강) 청해부대 임무 확대 가능성
미·중 이해관계 중국향 원유의 약 20%가 이 경로를 통과 미·중 전략적 견제 지점

미-이란 협상 — MOU 14개 조항의 속내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도출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며 일주일 내 타결을 예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정치 전문 매체 엑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협상 틀 마련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보도했고, 한 페이지 분량의 합의문에는 총 14개 조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핵심은 고농축 우라늄(HEU, Highly Enriched Uranium)의 미국 반출 방안입니다. HEU란 우라늄-235 농도를 20% 이상으로 높인 핵연료로, 이 농도가 90%를 넘으면 핵무기 제조에 직접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물질을 이란 영토 밖으로 꺼내는 것이 협상의 사실상 레드라인인 셈입니다. 트럼프는 지하 핵시설 가동 중단도 합의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MOU 체결 시 이후 세부 조율을 위한 30일 협상 절차에 들어가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한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타스님 통신은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은 불가능하다는 강경 입장을 전했고, 이란 협상단 대표 갈리바프 의장은 합의 근접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미국이 가짜 엑시오스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꼬기까지 했습니다. 이란이 협상력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두 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저는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이란 외무부는 최종 입장을 파키스탄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는데, 협상 채널 자체가 파키스탄을 통한 우회 루트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저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협상의 성패는 결국 '우라늄 반출'이라는 물리적 조치에 달려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국의 선택 — 위기 속 전략적 기회

이번 사태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에너지 수송로 보호: 한국은 원유와 LNG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내 물가·산업·군수 체계까지 연쇄적으로 흔드는 문제로 직결됩니다.
  • 비대칭 위협 대응: 드론과 USV 중심의 저비용 비대칭 전력이 해양 안보의 판을 바꾸고 있으며, 대공 방어 및 대드론 체계 강화가 시급합니다.
  • 방산·조선 수출 기회: 실제 전장에서 검증된 무기 체계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전략적 균형 외교: 미국과 이란 어느 한쪽에 감정적으로 치우치기보다 국익 중심의 실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가 현역 시절 에너지 수송로 보호를 연합훈련의 최우선 과제로 다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란과의 충돌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에너지 동맥까지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는 구조적 맥락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약 20%가 중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이 해협 하나가 미·중 전략 경쟁의 물리적 거점이라는 의미입니다.

미-이란 협상이 MOU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이것이 근본 해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핵 문제, 호르무즈 통제권, 미국의 중동 질서 유지 전략은 한 장의 합의문으로 봉합될 성격이 아닙니다. 긴장이 언제든 재폭발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한국은 청해부대와 왕건함의 역할을 국제 항행 자유 확보라는 명분에 집중시키면서도, 드론 방어·해양 안보·방산 기술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키워가야 합니다. 위기는 결국 준비된 나라에게만 기회가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d6PGK2OP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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