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1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관련 유조선을 차단하는 역봉쇄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중국으로 향하던 선박 두 척이 긴급 회항하면서 해협 일대의 긴장이 한순간에 고조됐습니다. 군 복무 시절 해상통제작전 훈련에 참여했던 저로서는,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무력 시위가 아니라는 걸 첫 보도를 보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해상차단작전(MIO),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예상보다 빠른 전개였습니다. 미군이 항공모함 전단과 구축함을 동원해 본격적인 해상차단작전(MIO)에 나선 것입니다. 여기서 MIO란 Maritime Interdiction Operation의 약자로, 특정 해역을 지나는 선박을 식별·검색·차단하는 일련의 해상 통제 작전을 말합니다. 단순히 배를 막는 게 아니라, 식별 단계부터 차단까지 정교한 절차가 따르는 군사 작전입니다.
제가 합동훈련에서 직접 경험한 바로는, 호르무즈 해협처럼 폭이 좁고 통항로가 제한된 병목 해역은 소수 전력으로도 통제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항모 전단이 전개되면 선박 식별부터 차단까지의 체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구축됩니다. 이번에 회항한 말라위 국적 유조선 '리치 스테리오'와 보츠와나 국적 운반선 '오스트리아 호' 역시 미군의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선박은 이른바 '그림자 선박'으로 추정됩니다. 그림자 선박이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선적지를 위장해 제재를 피하는 방식으로 운항하는 선박을 말합니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항로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장치인데, 이를 끄면 레이더상에서 사라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이건 완전한 은폐가 아닙니다. 정보자산과 연동된 해상 감시망 앞에서는 AIS를 끈다고 해서 추적을 완전히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이번 역봉쇄가 시작되자마자 두 선박이 항로를 바꾼 것 자체가, 미군의 감시 능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란은 3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해 약 40억~5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번 역봉쇄는 바로 그 수입원을 직접 겨냥한 조치로, 군사적 수단을 경제적 압박과 연결시킨 전략입니다.
강압외교의 민낯, 협상인가 충돌인가
그렇다면 지금 미국이 노리는 게 전쟁일까요, 아니면 협상 테이블일까요? 저는 이번 조치가 전형적인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의 성격이라고 봅니다. 강압외교란 군사적 위협이나 실제 행동을 통해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외교 전략으로, 무력과 협상을 동시에 구사하는 방식입니다. 무력 행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사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악시오스는 미 해군의 이란 항구 봉쇄가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습니다(출처: Axios).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이 합의를 간절히 원한다고 주장하면서,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한 합의 가능성에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2주 휴전 만료 전 2차 회담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접근에 상당한 위험이 내포돼 있다고 봅니다. 이란은 이번 봉쇄를 '해적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앞선 협상에서도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 요구에 대해 기간 단축을 역제안하며 농축 우라늄 비축분의 해외 반출을 거부했습니다. 협상 여지가 없진 않지만,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방식의 압박은 국지 충돌을 전면 확전으로 비화시킬 위험도 동시에 높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뉴욕 증시는 이 미묘한 긴장 속에서 움직였습니다.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2차 협상 논의 소식에 나스닥이 1.2%, S&P 500이 1% 반등 마감했습니다. 시장은 충돌보다 협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현장의 긴장은 숫자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선원 피해, 숫자 뒤에 있는 실제 이야기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조용히 외면받고 있는 피해자는 누굴까요? 저는 그게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르무즈에 정박 중인 한 선장은 미국과 이란이 선원들을 볼모로 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육지에서 완전히 단절된 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오가는 해역에 머문다는 게 어떤 심리적 부담인지, 군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갑니다. 피로가 누적되고 불안감이 지속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그게 항해 중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들이 겪는 피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 21억 원 규모의 운항 손실 발생
- 전쟁 보험료 급등으로 운항 원가 폭증
- 연료 대기 비용 및 기항 지연에 따른 추가 손실
- 선원 피로 누적 및 심리적 안전 위협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봉쇄 이후 34척의 배가 해협을 통과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The Guardian). 실제 해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1~12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평균 14척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통제권이 이전됐다는 주장과 현실 사이의 간격이 꽤 크다는 뜻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단독 대응보다 다국적 호송 체계, 즉 연합 해상 호위 작전(Combined Maritime Forces)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Combined Maritime Forces란 특정 해역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나라 해군이 공동으로 구성하는 다국적 해상 안보 협력 체계를 말합니다.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을 통해 개별 국가 선박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구조입니다.
이번 상황은 결국 군사력이 전면에 나서는 전쟁의 형상에서 해상 수송로를 놓고 벌이는 '경제 전쟁'의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상과 압박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선박과 선원의 안전입니다. 외교적 해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피해는 하루 21억 원씩 현실로 쌓이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계신 분이라면, 다국적 호송 체계 참여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계속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군사·외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