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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의 민낯 (러시아 전술, 무인화, 군사기술)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4. 30.

솔직히 저는 러시아군을 꽤 높게 평가했습니다. 군 복무 시절 교범을 통해 접했던 러시아의 종심전투 교리나 전자전 능력은 분명 위협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막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 차에 접어드는 지금, 제가 가졌던 선입견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러시아 전술 분석:  교범과 실제의 간극, 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한 것

전쟁 초기만 해도 미국의 전문가들 상당수가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두 달을 넘기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년 동안이나 전선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게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선전으로만 보였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러시아군 자체의 문제가 상당히 컸습니다.

제가 군에서 전력 평가 업무를 할 때 반복해서 확인했던 게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완벽해 보이는 전력도, 현장에서 보급선이 하루만 끊겨도 전투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교범상의 수치와 실제 운용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간극이 있었거든요. 러시아군이 보여주는 '파상 공세', 즉 병력을 반복 투입하는 방식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지휘통제 체계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전술을 '구시대 전술'로만 규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좀 과도한 단순화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포병 화력 집중과 전자전(EW, Electronic Warfare) 운용에서 실질적인 강점을 보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여기서 전자전이란 적의 통신·레이더·유도 신호를 교란하거나 차단하는 작전을 말합니다.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이 GPS 교란으로 오작동하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엄청난 인명 손실을 감수하며 소기의 전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무인화: 드론이 바꾼 전장의 방정식

우크라이나가 예상보다 훨씬 끈질기게 버티는 데는 무인 전력(Unmanned Systems)의 역할이 컸습니다. 무인 전력이란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드론, 무인 지상차량, 수상 드론 등을 활용한 전투력을 통칭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드론은 단순한 감시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훈련에서 소형 무인체계를 운용해 봤을 때, 분산된 소규모 부대가 실시간 영상 정보를 공유하면서 기동하는 것만으로도 전투 효율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걸 느꼈습니다. 장비 스펙보다 정보의 흐름이 전투를 결정한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FPV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점령지를 정밀 타격하고 있습니다.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이란 조종사가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 화면을 1인칭 시점으로 보면서 직접 조종하는 방식으로, 정밀도가 높고 비용이 저렴해 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무인화 흐름은 서방의 무기·정보 지원이라는 외부 요인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공정한 평가가 됩니다.

현대전에서 무인 전력의 중요성은 여러 연구기관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 중심의 전장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CSIS).

이번 전쟁이 세계 각국 군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 값비싼 유인 장비보다 소형·저비용 무인체계의 대량 운용이 실전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 실시간 전장 정보 공유 체계(C4I)가 갖춰지지 않으면 전술적 우위도 빠르게 무너진다
  • 드론 재밍(전파 교란)과 드론 운용 능력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

군사기술의 신뢰도: 숫자와 현실 사이

중국의 군사기술을 둘러싼 논란도 이번 전쟁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최근 이란이 운용한 중국산 레이더가 미국 스텔스기를 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방산 장비의 실전 성능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의 J-20 스텔스기 개발을 둘러싼 내부 문제도 잇따라 드러났는데, J-20이란 중국이 독자 개발한 5세대 전투기로, 스텔스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레이더 반사 면적(RCS) 수치가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여기서 RCS(Radar Cross Section)란 레이더가 물체를 얼마나 잘 탐지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스텔스 성능이 뛰어납니다. 이 수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스텔스기'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아울러 J-20의 신형 WS-15 엔진은 추력을 높여 초음속 순항 능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핵심 부품의 내구성과 신뢰성은 여전히 의문입니다. 고출력으로 인한 막대한 열 발생이 적외선 신호를 노출해 스텔스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도 큽니다. 결국 숫자로 된 스펙보다 실전에서의 안정적 운용 능력이 기술 완성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중국 슈퍼컴퓨터 해킹 주장도 나왔습니다. 신원 미상의 해커가 중국 국영 슈퍼컴퓨터에서 10TB(테라바이트) 이상의 군사·항공우주 관련 데이터를 탈취했다고 주장한 건데, 중국 측은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 사안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이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 단정 짓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습니다. 정보전이란 상대방의 판단과 여론을 흔들기 위해 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전쟁의 한 형태입니다.

한편, 과거 한국과 러시아의 군사기술 협력인 불곰사업을 돌아보면, 도입된 기술 중 일부는 실전 운용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당시 도입된 러시아산 잠수함이 한국 해군 현장에서 외면받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무기의 성능은 스펙 시트가 아니라 운용하는 조직의 숙련도와 군수지원 체계가 맞물릴 때 비로소 나옵니다. 결국 기술 도입보다 기술 소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무에서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하는 국가별 방산 수입·수출 통계는 단순한 무기 거래량보다 훨씬 복잡한 전력 평가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출처: SIPRI).

전쟁은 언제나 계획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서 결판이 납니다. 저는 군 복무 시절 교범과 훈련 시뮬레이션을 수도 없이 들여다봤지만, 그때마다 느낀 건 "현장 적응력 없는 전력은 종이 위의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러시아든 중국이든, 지금 드러나는 문제들은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장비를 운용하는 체계와 조직 문화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전황을 볼 때도, 특정 무기 하나나 단일 사건보다 지휘통제 체계와 전장 적응력을 기준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yQSkTBKv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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