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방산 전시회 DSA 2026에서 '해궁'이 첫 해외 수출 계약을 따냈습니다. 양산 시작 7년 만에 1,400억 원 규모입니다. 군에서 수도권 방어 훈련을 거듭하며 "초기 몇 분을 어떻게 버티느냐"를 고민하던 저에게, 이 소식은 단순한 수출 성과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동남아 시장이 열린 이유
동남아 방산 시장은 수요가 약하다는 인식이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남중국해 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역내 국가들이 보유한 함정과 무기 체계 상당수가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현대화 사업의 필요성이 커진 시점에 해궁이 등장한 셈입니다.
해궁은 함대공 미사일 체계입니다. 여기서 함대공 미사일이란, 함정에서 발사하여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격파하는 자함 방어용 무기를 말합니다. 국산화된 RAM(Rolling Airframe Missile) 방식으로 개발되었는데, RAM이란 미사일이 비행 중 회전하며 적외선·전파 유도를 동시에 활용해 목표를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에 이 분야를 사실상 독점해온 미국·유럽산 체계보다 가격과 납기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DSA 2026은 단순한 전시 행사가 아닙니다. 동남아 각국 방산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인 만큼, 말레이시아와의 계약 체결 소식이 즉각 다른 국가들의 관심을 자극했을 것입니다. '천궁'이 UAE에서 96% 명중률을 기록하며 중동 시장에서 신뢰를 쌓은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해궁도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출처: 방위사업청).
장사정포 위협과 한국형 아이언돔의 현실
일반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수도권 방어에서 핵만큼 까다로운 존재는 장사정포였습니다. 지하 갱도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나 쏟아붓는 대량 사격은 탐지와 대응이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600mm 대구경 방사포까지 개발하며 사실상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수준의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탄도미사일은 준비 시간이 길고 징후가 포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장사정포는 지하 갱도에서 순간적으로 출현해 대량 사격 후 다시 은폐합니다. 탐지와 대응이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북한은 약 340문의 장사정포 대부분을 갱도에 숨겨두고 있으며,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는 수도권과 강원도 양양까지 사정권에 둡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북한이 제공한 신형 240mm 방사포가 실전 투입된 것이 포착되었고, 이 데이터가 북한으로 환류되어 무기 고도화에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600mm 대구경 방사포까지 개발 중입니다. 이 체계는 사실상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수준의 위협으로 평가됩니다. SRBM이란 사거리 1,000km 이하의 탄도미사일로, 고각으로 발사되어 빠른 속도로 낙하하기 때문에 요격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LAAMD(한국형 아이언돔)입니다. 10km 미만 저고도 영역을 전담하는 이 체계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보다 동시 교전 능력이 우수하여 대량 포격 대응에 유리합니다. 기존 방공망이 커버하지 못하는 저고도 영역을 채우는 핵심 전력입니다. 이스라엘 아이언돔과 비교해 한 번에 192발의 요격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어 대량 포격 대응에 유리하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이 체계의 전력화는 원래 2031년 예정이었으나 2029년으로 앞당겨진 상태입니다(출처: 국방부).
한국형 아이언돔의 핵심 구성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탐지 체계: 저고도 표적을 탐지하는 레이더 시스템
- 교전 통제소: 탐지 정보를 받아 요격 미사일 발사 여부를 결정하는 지휘 체계
- 요격 미사일: 해궁을 활용한 함대공·지대공 이중 운용 방식
- 응징 보복 전력: KTSSM(한국형 전술지대지유도탄), 천무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통한 원점 타격
📊 북한 장사정포 위협 vs 우리 군 대응 수단 요약
| 위협 수단 (북한) | 특징 및 사정권 | 대응 수단 (한국) | 전략적 역할 |
| 장사정포/방사포 | 갱도 은폐, 수도권 기습 | LAAMD(한국형 아이언돔) | 저고도 동시교전 및 요격 |
| SRBM(단거리 탄도탄) | 고각 발사, 초속 낙하 | 천궁-II / L-SAM | 다층 방어망의 핵심 축 |
| 지하 갱도/지휘소 | 화강암 암반 내 구축 | KTSSM(우레) | 원점 및 지휘부 정밀 타격 |
비용 문제와 억지력의 진짜 의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형 아이언돔의 요격 미사일 한 발 단가가 약 4억 원이라는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입니다. 이스라엘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이 약 2,800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14배 차이입니다. 북한의 저렴한 방사포탄을 막는 데 이 비용을 계속 지출하는 구조는 장기전에서 분명히 불리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다층 방어와 원점 타격입니다. 요격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KTSSM(한국형 전술지대지유도탄)은 사거리 180km로 평양 인근까지 타격 가능하며, 북한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지하 깊숙이 침투해 파괴하도록 설계된 전술지대지유도탄입니다. 전술지대지유도탄이란 지상에서 지상의 특정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유도 무기로, 기존 포병 화력보다 훨씬 높은 명중 정확도를 가집니다. 연평도 포격 이후 군 내부에서 "맞으면 보복"에서 "원점을 즉시 제거"로 개념이 전환된 배경이 바로 이 체계에 담겨 있습니다.
천무 다연장 로켓 시스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다연장 로켓 시스템(MLRS)은 짧은 시간에 대량의 로켓을 집중 발사할 수 있는 화력 지원 체계로, 천무는 미국의 하이마스(HIMARS)보다 탑재량과 발사 규모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우디아라비아·UAE·폴란드에 이미 수출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방어 무기만 강화해서는 억지력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상대가 "쏘면 갱도째 날아간다"는 확신을 갖도록 만드는 것, 그게 진짜 억지력입니다. 북한의 '섞어 쏘기' 전술, 즉 드론과 방사포·순항미사일을 혼합해 레이더 탐지를 교란하는 방식은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서 이미 실증한 전술입니다. 이에 대응하려면 레이저 무기, 전자전(EW) 체계처럼 발사당 비용이 극히 낮은 수단을 다층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K-방산이 해궁, 천궁, 천무, KTSSM(한국형 전술지대지유도탄)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은 단순히 수출 품목을 늘리려는 게 아닙니다. 이 체계들 모두 북한의 실제 위협에 맞서며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해외 국가들도 신뢰를 보내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순히 방어만 해서는 억지력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상대가 "쏘면 갱도째 날아간다"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게 진짜 억지력입니다. K-방산의 경쟁력은 바로 이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실전적 억지력'에 있습니다. 해궁의 말레이시아 수출은 그 억지력의 해외 확산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앞으로 동남아 각국이 어떤 체계를 선택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다층 방어망이 얼마나 빠르게 전력화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군에서 보낸 34년의 시간 동안 제가 가장 원했던 것은, 우리 군이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압도적인 힘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위사업청의 전력화 일정 공지를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외교·안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