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상공을 유유히 날아다닐 때, 저는 현장 상황 보고를 받으며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해병대가 보유한 20mm 발칸으로 대응을 시도했지만 소형 저속 표적 앞에서는 사실상 무력했습니다. 그 장면은 제가 군 생활 내내 훈련에서 반복적으로 체감했던 문제가 실전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저가 방공체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한국 저가 방공망, 노후화 장비는 훈련에서 이미 한계가 보였다
방공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합동훈련을 반복하면서 제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건 장비의 성능 자체보다 "지속 가능한 운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 군이 보유한 K30 비호나 K31 천마는 1990년대 기술 기반의 시스템입니다. 성능 자체를 탓하기 전에, 그 체계들이 지금 전장 환경과 얼마나 맞지 않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실제 훈련에서 소형 무인기 같은 저피탐(Low Observable) 표적, 즉 레이더나 광학 장비에 잘 잡히지 않는 소형 표적을 상대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탐지였습니다. 20mm 발칸 체계는 근접 화력은 강하지만, 소형 저속 표적의 탐지와 추적은 시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습니다. 교전 반응 시간은 늘어지고, 요격 성공률은 바닥을 쳤습니다.
또 하나는 인력 문제였습니다. 제가 직접 운용 계획을 짜봤는데, M163 20mm 발칸 한 세트 운용에 16명, K30 비호에도 12~16명이 필요합니다. 전시에 이 인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는 병력 감축 추세를 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상비병력은 지속 감소 추세에 있으며, 2030년대에는 현재보다 훨씬 적은 병력으로 같은 방어선을 유지해야 합니다(출처: 국방혁신4.0).
40mm 무인 방공 vs CIWS-II, 어느 쪽이 맞냐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지능형 40mm 무인 방공 시스템과 LIG넥스원의 CIWS-II 지상형을 두고 "어느 게 낫냐"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저는 그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봅니다. 두 체계는 애초에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40mm 무인 방공 시스템은 해군용 노봉 40mm 함포를 기반으로 개발되어 약 287억 원의 예산으로 2026년 9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통합 무장 제어 시스템(IACS, Integrated Arms Control System) 한 대로 4~6대의 무인 포탑을 원격 운용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IACS란 한 명의 통제 요원이 여러 화기를 동시에 지휘·사격 통제할 수 있는 지휘 플랫폼을 말합니다. 4대 운용에 단 2명만 있으면 됩니다.
반면 CIWS-II는 GAU-8 개틀링 기관포를 사용하며, 어헤드탄(Ahead Round) 추가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단거리 방공 성능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어헤드탄이란 목표 전방에서 폭발하여 수천 개의 금속 파편을 전방 확산시키는 탄종으로, 마하급 대함 미사일이나 대구경 방사포탄처럼 기존 접촉신관으로 요격하기 어려운 고속 표적에 효과적입니다. 다만 대당 가격이 260억 ~ 300억 원에 달하며 방어 반경은 3 ~ 4km 수준입니다.
두 체계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40mm 무인 방공 시스템: 체계 1개(포탑 4대 포함) 약 15억 원, 운용 2명, 유효사거리 최대 4km, 독립 레이더 없이 TPS-880K 국지 방공 레이더 연동
- CIWS-II 지상형: 대당 260억 ~ 300억 원, 독립 탐지 레이더 내장, 유효 방어반경 3 ~ 4km , 마하급 미사일·방사포탄까지 요격 가능
- K30 비호(기존): 양산가 대당 약 50억 원, 운용 12명, 1990년대 설계 기반
킬 체인 비용(Kill Chain Cos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킬 체인 비용이란 표적 하나를 탐지에서 격추까지 완료하는 데 드는 총비용을 뜻하며, 현대 방공 전략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가형 자폭 드론 한 대를 수백만 달러짜리 미사일로 요격하는 구조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는, 제가 훈련 상황에서 지휘관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직접 옆에서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압니다. 40mm 무인 방공 시스템은 그 비효율을 정면으로 해결하는 체계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 체계를 함께 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군 지휘소, 지대공 미사일 기지, 공군 기지처럼 단 한 번의 타격도 허용할 수 없는 고가치 표적에는 CIWS-II를, 수도권 광역 방호와 노후 발칸포 대체에는 40mm 무인 방공 시스템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저도 이 판단이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비궁, 저가 유도무기가 다층 방어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비궁을 무인기 요격에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현실성이 있냐"는 시각과 "충분히 가능하다"는 시각이 공존합니다. 저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지만, 조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궁은 원래 북한의 공기부양정과 침투형 고속보트 대응용으로 개발된 유도로켓입니다. 열영상 탐색기(IIR Seeker, Imaging Infrared Seeker)를 사용해 자율 유도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IIR 탐색기란 표적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열신호를 영상화하여 스스로 추적하는 장치로,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표적을 자동으로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사거리 8km 이상에 다수 표적 교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히 장점입니다.
미군이 2만 달러짜리 APKWS II 레이저 유도 로켓으로 후티 반군의 자폭 드론을 격추한 사례는 방공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됩니다. A-10C와 F-15에 전용 포드를 달아 다수의 드론 공습을 저지한 실전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출처: 미 국방부 공식 발표). 비궁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무인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개발사 측 설명입니다.
다만 진짜 문제는 비궁 자체가 아니라 통합입니다. 전투기나 헬기에 새 무장을 통합하고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은 개발비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고 시간도 깁니다. 미국산 전투기에 한국제 유도무기를 통합하려면 미국의 허가가 필요한데, 이게 쉽게 풀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행히 우리에겐 KF-21 보라매와 FA-50, 한국형 무장 헬기 마리온이 있습니다. 이 플랫폼들은 처음부터 국산 무장 통합을 고려하여 설계되었기 때문에, 비궁의 무인기 요격 능력이 추가되면 수출 경쟁력에서도 의미 있는 차별화가 가능합니다.
다층 방어체계(Multi-layered Defense)란 장거리 미사일 방어부터 근거리 기관포까지 여러 레이어로 방공망을 겹쳐 구성하는 전략입니다. 비궁이 공중 플랫폼에 통합되면, 지상의 40mm 무인 방공 시스템 및 CIWS-II와 함께 실질적인 다층 방어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지금 한국이 가고 있는 방향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비용·효율·운용 개념을 통합한 체계적 진화라고 봅니다. 단순히 좋은 장비를 만드는 게 아니라,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넓은 구역을 더 낮은 비용으로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싸움의 룰이 바뀌는 순간 가장 먼저 적응한 쪽이 유리해진다는 건 역사가 반복적으로 증명해 왔습니다. 앞으로 2026년 40mm 무인 방공 시스템의 개발 완료 시점과 CIWS-II 전력화 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