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 방공 자산 운용 검토에 참여했을 때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미사일은 명중하면 끝이지만, 탄이 떨어지면 그다음이 문제다." 이 말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수천 만원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수억 원짜리 미사일을 쏘는 '가성비의 역설' 사례와 지금 한국 방산 뉴스를 볼 때마다 떠오릅니다. 레이저 무기 전력화와 KF-21 수출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한국 방산이 정말 달라지고 있다는 실감이 납니다.
천광 레이저 무기: 전기만 있으면 쏜다는 말의 진짜 의미
일반적으로 레이저 무기는 SF 영화 속 이야기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분야를 조금 다르게 봅니다. 군에서 드론 위협 대응 시뮬레이션을 실제로 돌려봤을 때,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요격 성능이 아니라 교전 지속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대공 요격 체계에서 교전 지속성이란 얼마나 많은 표적을 연속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를 의미합니다. 미사일은 한 발 한 발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넘고, 재고는 한정돼 있습니다. 샤헤드-136 같은 자폭 드론이 수십 기씩 떼로 날아오는 상황을 상상하면, 미사일만으로 막는다는 건 사실상 비용 한계에 부딪힙니다.
천광은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립니다. 대공 레이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 DEW)란 강력한 레이저 빔을 표적에 집중해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체계입니다. 발사 비용이 수천 원 수준에 불과하고, 전기 공급이 유지되는 한 반복 교전이 가능합니다. 40피트 컨테이너 크기의 고정 진지 형태로 운용되며, 공중 표적 탐지 레이더와 연동해 자동 요격 시퀀스를 수행합니다.
한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레이저 무기를 실제 전력화한 극소수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야전 운용 가능한 수준의 체계를 배치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레이저 무기가 모든 상황에서 기존 방공 체계를 대체한다는 인식은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형 레이저 대공무기(Block-I)는 흔히 '박대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최근 전력화가 확정된 것이 맞습니다. 다만, 현재의 기술 수준은 '소형 드론 요격'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실제 운용 환경에서는 대기 중 수분, 미세먼지, 안개 같은 기상 조건이 레이저 출력과 유효 교전 거리를 크게 떨어뜨립니다. 또한 고속 기동 표적 추적을 위한 정밀 조준 체계, 출력 안정성 문제도 변수로 남습니다. 그래서 야전에서는 언제나 "신기술은 기존 체계와의 보완 관계 속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현재 중동 국가들이 천광과 함께 관심을 갖는 L-SAM도 주목할 만합니다.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이란 고도 60km까지 요격이 가능한 광역 방공 체계로, 천궁-II의 요격 고도인 20km를 훨씬 넘어서는 성층권 수준의 교전 능력을 갖춥니다. UAE와 사우디 관계자들이 개발 중 요격 실험에 직접 참관하며 실전 배치 시 구매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이 정도 관심이면 단순 탐색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천광과 L-SAM, 그리고 천궁-II를 함께 보면 한국이 노리는 방공 체계의 그림이 보입니다.
- 저고도·근거리 드론 위협: 천광 레이저로 비용 효율적으로 대응
- 중고도 탄도미사일·항공기 위협: 천궁-II로 고도 20km 내 요격
- 고고도 탄도미사일 위협: L-SAM으로 고도 60km까지 광역 방어
이 구조는 다층 방공(Multi-Layer Air Defense) 개념으로, 각 체계가 서로 다른 고도 구간을 담당해 빈틈없는 방어망을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중동 분쟁 지역에서 이 조합은 실전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KF-21 수출의 핵심 변수: 소스코드는 왜 협상 테이블에 올랐나
KF-21은 현재 양산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 프랑스, 스웨덴, 중국, 러시아 정도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한국이 사실상 합류한 셈입니다. 제가 직접 방산 관련 자료를 검토하던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KF-21 16대 구매를 확정하는 단계에 있으며,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UAE와 사우디까지 도입 의향을 보이면서 KF-21 수출 협상은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중동 국가들, 특히 UAE가 꺼내든 카드가 예상 밖이었습니다. 바로 소스코드 이전 요구입니다. 여기서 소스코드(Source Code)란 전투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소프트웨어의 원천 코드를 의미합니다. 이걸 확보하면 자국이 개발한 무장을 전투기에 직접 통합할 수 있고, 유지보수와 성능 개량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UAE가 방위산업 자립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 요구는 사실 예측 가능한 수순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한국 입장에서 소스코드 공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유출의 문제가 아니라, 전투기의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MRO(유지보수·정비·오버홀)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전투기의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즉 유지보수·정비·오버홀 시장에서 발생하는 장기 수익 구조 전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개발한 기술을 한 번의 판매로 넘겨버리는 것은 어느 나라도 쉽게 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F-35를 수출하면서도 핵심 소프트웨어를 블랙박스화해 록히드마틴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실적인 절충안은 현지 부품 생산 또는 최종 조립 허용 방식입니다. 항공기 제작 경험이 전무한 국가에게 현지 조립 라인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기술 이전 효과를 줍니다. 핵심 기술은 블랙박스로 보호하면서도 구매국에 실질적인 산업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는 프랑스가 라팔(Rafale)을 인도에 수출할 때도 활용했고, 검증된 방식입니다(출처: 방위사업청).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KF-21 수출 협상에서 가장 큰 변수가 기체 성능이나 가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주권 문제일 줄은,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흐름입니다. 현대전에서 무기 체계의 경쟁력은 플랫폼보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통합 능력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한국 방산의 성장 속도는 2022년 이후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기준 세계 9위 방산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2024년 발표된 보고서 기준으로 한국은 최근 5년간 세계 10위권 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목표인 '세계 4대 방산 강국' 진입을 향해 순항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추세는 KF-21과 레이저 무기 체계의 수출 가시화로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출처: SIPRI).
결국 한국 방산 수출의 관건은 '기술력'과 '기술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 경험상, 야전에서 무기 체계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성능 하나가 아니라 지속 운용 가능성과 기술 자립도의 조합이었습니다. 수출 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 계약 성사보다 장기 방산 생태계를 지키는 쪽이 결국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한국 방산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건 분명 반길 일입니다. 하지만 레이저 무기의 물리적 제약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KF-21 소스코드 문제를 원칙 있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함께 따라와야 진짜 방산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능만큼이나 전략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단기적인 수출 실적보다 장기적인 방산 생태계 보호를 우선시하는 원칙 있는 협상이 K-방산을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