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34년 군 복무를 마치고도 북한 문제만큼은 "이게 맞다"고 단정하기가 여전히 겁납니다. 트럼프가 재등장하면서 대북 협상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주변에서는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이번엔 될 것 같다"는 쪽과 "또 쇼로 끝날 것"이라는 쪽. 저는 양쪽 다 틀렸다고 봅니다. 그 이유를 포병장교 출신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북정책: 말보다 계산을 봐야 합니다
트럼프의 발언을 접할 때마다 제가 군에서 익힌 습관이 발동합니다. "이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먼저 따지는 것입니다. 강한 수사(rhetoric)는 정치 지도자의 기본 도구입니다. 수사란 실제 행동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언어적 전략을 뜻합니다. 1기 때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다가 불과 몇 달 뒤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그것이 쇼였든 진심이었든, 중요한 사실은 그가 북한을 상대로 실제 군사행동을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북한은 이미 핵억제력(nuclear deterrence)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핵억제력이란 상대국이 먼저 핵 공격을 하면 반드시 보복 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선제공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적 구조를 말합니다. 여기에 서울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장사정포(長射程砲), 즉 사거리가 긴 대구경 화포까지 더해지면, 군사 작전의 초기 비용이 어마어마해집니다. 제가 포병 지휘관으로 근무할 당시 가장 자주 했던 질문이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트럼프도 결국 그 계산을 합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방치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것도 과도한 단순화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이란 문제를 겪으며 무리한 군사 개입에 분명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외교적 성과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 매우 익숙한 인물입니다. 결국 그가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완전한 군사적 압박도, 무조건적 유화도 아닌 제한적 협상, 즉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는 수준의 거래입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도 방어 가능한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북중러 동맹: 하나의 덩어리로 보면 오판합니다
북중러 동맹이 공고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그 틀 안에서 한 가지를 더 들여다봅니다. 동맹(alliance)이란 공동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상호 군사적·외교적 지원을 약속한 관계를 뜻하는데, 진짜 동맹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시작하는 순간 균열이 드러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십시오. 중국은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직접적인 무기 제공을 철저히 피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품, 공작 기계, 생필품 등 우회 경로를 통한 지원은 하고 있지만, 포탄이나 미사일을 직접 보내는 건 선을 긋고 있습니다(출처: RAND Corporation). 이유는 하나입니다. 서방 제재의 직격탄을 맞기 싫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의 동맹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방 경제권과 무역으로 연결된 나라입니다.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중국은 경제를 선택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도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북중 관계가 깊다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즉 수천 킬로미터 이상을 비행해 핵탄두를 투발할 수 있는 미사일을 완성할수록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논의가 활발해지고, 이는 중국의 전략적 부담으로 직결됩니다.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통제를 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구도를 "북중러가 한 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시각입니다.
한반도 억제력: 결국 우리가 직접 쥐어야 하는 카드입니다
북미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저는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핵 동결(nuclear freeze)을 조건으로 모종의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이익이 협상 카드로 소비되는 것입니다. 핵 동결이란 현재 보유한 핵무기 수량을 유지하되 추가 개발과 실험을 중단하는 수준의 합의를 뜻합니다. 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대가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끼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지휘관 시절 부하들에게 늘 강조했던 것이 있습니다. 억제(deterrence)는 싸우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싸우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상대가 공격했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억제의 본질입니다. 이 원리는 군사 교리(doctrine), 즉 전투 수행의 원칙과 방법론을 담은 공식 지침에서도 핵심 개념으로 다루고 있습니다(출처: 주한미군 공식 사이트).
- 현재 대한민국이 갖춰야 할 억제력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미동맹 기반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유지: 미국의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을 동맹국 방어에 적용하는 고도화된 체계 유지
- 독자적 대응 체계(Kill Chain, KAMD)의 실질적 완성: 탐지에서 타격까지의 신속 대응 능력 확보
- 위기관리 채널의 상시 유지: 남북 간 군사적 우발 충돌을 예방하고 관리할 상시 채널 가동
- 미북 협상 과정에서의 실질적 당사자 지위 확보: 한국이 빠진 협상 결과를 우리가 감당하는 구도 차단
일각에서는 독자적 핵무장론도 나옵니다. 저는 그 논의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하는 순간 핵비확산조약(NPT), 즉 핵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조약에서 이탈하게 되고, 그에 따른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파장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 비용이 얼마인지를 냉정하게 따져야지, "우리도 핵 가지면 된다"는 감정적 결론은 군사 전략이 아닙니다.
북한의 군사력을 평가할 때도 냉정함이 필요합니다. 최근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북한의 탄약 생산과 드론 기술이 향상된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변화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 경제가 구조적으로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군사력은 퍼레이드에 동원되는 무기 수가 아니라, 전쟁이 시작된 뒤 병참(logistics), 즉 군수물자 보급과 이동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로 평가해야 합니다. 저는 34년간 그 관점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습니다.
마치며..
북한 문제에 쉬운 정답이 없다는 건 이미 30년이 넘는 협상 역사가 증명합니다. 트럼프가 어떤 카드를 꺼내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원칙은 하나입니다. 협상의 결과가 한국의 안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강한 억제력 위에서 대화의 문을 여는 것, 그것이 제가 군 생활을 마치며 도달한 결론이고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이 글이 한반도 안보 문제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시각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FAQ: 트럼프 재등장과 한반도 안보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은가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1기 때처럼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을 조건으로 한 제한적 '핵 동결' 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Q2. 독자적 핵무장론이 안보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나요?
A. 안보적 명분은 존재하지만, NPT 이탈에 따른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이라는 기회비용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한미 확장억제 강화와 독자적 미사일 방어체계(KAMD, 킬체인) 완성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Q3. '병참(Logistics)' 시각에서 본 북한 군사력의 실제 약점은 무엇인가요?
A. 열악한 경제난과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단기적 도발이나 유도미사일 타격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전을 유지할 수 있는 물자 보급 및 수송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 안내 및 면책조항 (Disclaimer)
본 글은 공개된 언론 보도, 학술 연구 자료(RAND Corporation, 주한미군 공식 발표 등)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문의 분석과 의견은 34년간 군 복무를 마친 필자의 개인적인 pengalaman과 군사적 식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특정 정부 기관의 공식 입장이거나 전문적인 법적·안보 정책 조언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