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한반도 긴장은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믿었습니다. 34년간 군복을 입으면서도 그 막연한 기대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공언을 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대화의 분위기와 실제 안보 성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트럼프의 전략: 일반적 믿음과 실제 의도의 격차
많은 분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추진을 두고 "드디어 외교가 시작된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하지만 군에서 오랫동안 작전과 참모 업무를 해온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타이밍'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군사적 대치 국면에서 출구 전략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을 먼저 봐야 합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군사적 대치 국면에서 출구 전략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을 먼저 봐야 합니다. 이란과의 갈등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경제적 압박 외에 가용 수단이 줄어들면서 미국 국내 여론이 피로해진 상황입니다. 바로 이 시점에 북한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 군사학적 핵심 프레임: 작전 목적 vs 정치적 효과
- 작전 목적(Operational Objective): 군사 작전이나 안보 정책이 달성해야 할 실질적인 목표 (예: 북한 핵·미사일의 완벽한 폐기)
- 정치적 효과(Political Effect): 정치적 지지율 제고나 여론 분산을 위한 상징적 성과 (예: 정상회담 악수 사진)
정치적 효과가 정책 성과로 포장될 수는 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사진 한 장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숫자를 언급하며 비핵화 목표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이는 군축협상(Arms Reduction Negotiation), 즉 핵무기의 완전 제거가 아니라 보유 수량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협상 방식을 염두에 두고 김정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입니다.
코리아 패싱: 자리 배치보다 협상 본질이 중요하다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말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코리아 패싱이란 한반도 문제를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북한이 직접 처리한다는 개념입니다. 이 표현이 나올 때마다 언론은 "한국이 소외됐다"는 식으로 반응하는데, 저는 이 프레임 자체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상회담 사진에서 한국 대통령이 몇 번째 자리에 앉느냐보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이해관계가 반영되느냐가 훨씬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미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페이스메이커란 마라톤에서 선두 주자의 기록을 돕기 위해 앞서 달리는 역할처럼,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로드맵과 정보를 제공하며 뒤에서 조율하는 중재자를 뜻합니다.

| 용어 | 개념 및 영향 |
| 쐐기 전술 (Wedge Strategy) |
동맹국 사이에 불신의 틈을 만들어 동맹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전략. 북한의 대남 압박-대미 우호 이중 태도가 대표적. |
| 확장억제 (Extended Deterrence) |
미국이 핵우산을 포함한 전략 자산으로 동맹국을 보호하는 체계. 협상 과정에서 훼손되지 않아야 할 핵심 축. |
제가 연합훈련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지휘·통신·작전 절차상의 '상호 확신'이었습니다. 그 확신은 오직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만 쌓입니다. 한미연합훈련 규모 축소가 논의될 때 단순한 훈련 횟수의 감축이 아닌, 한미 간 신뢰와 절차적 연동성이 약화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 한국이 주목해야 할 4가지 핵심 포인트
- 안보 이해관계 실질 반영: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안보가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 점검
- 연합훈련 및 주한미군 이슈 대응: 북한의 협상 조건 제시 시 동맹 방위 체계 전체에 미칠 영향 냉정 평가
- 확장억제 실행력 유지: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협상 과정에서 약화되지 않도록 철저히 주시
- 독자적 전략 공간 확보: 대남·대미 온도차를 극복하고 한국 정부의 능동적 중재 공간 확보
비핵화 협상의 선: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현실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동결(Nuclear Freeze)이나 단계적 군축 접근이 논의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협상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의 자료와 정책 방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한반도 안보 환경의 변화는 군사력 건설 계획과 직결됩니다. 협상 분위기가 안보 대비태세 자체를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군 생활에서 얻은 가장 단단한 교훈은 명확합니다.
"대화는 전쟁을 막기 위한 수단이지, 경계태세를 낮추는 명분이 아니다."
오히려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면 강력한 독자적 군사 대비태세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미국 국내 정치 일정(중간선거 등)에 대한민국 안보의 시간표가 종속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우리 스스로가 철저한 안보 대비태세를 유지할 때 비로소 협상 테이블의 구경꾼이 아닌 주도자로 서게 될 것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핵동결'과 '완전한 비핵화'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완전한 비핵화는 이미 개발된 핵무기와 시설을 전면 폐기하는 것을 의미하며, 핵동결은 현재 수준에서 추가 개발 및 생산을 잠정 중단하는 단계적 조치를 뜻합니다. 핵동결이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Q2.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실제로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나요?
A: 연합훈련은 단순한 무기 시위가 아니라 한미 양국 군의 지휘·통신·작전 절차를 맞추는 실질적 연동 과정입니다. 훈련 축소는 이 연동성과 상호 신뢰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 본 글은 34년 간의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안보 칼럼이며, 정부나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