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Ⅱ 미사일 한 발에 8,000만~9,000만 원어치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퍼스텍이라는 회사인데,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완제품 무기보다 부품 하나가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방공 훈련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삼 실감이 됐습니다.
미사일 한 발을 움직이는 구동장치, 그게 뭐길래
천궁-Ⅱ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발사대와 레이더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정작 요격 성공률을 결정하는 것은 그 안에 들어가는 구동장치(Actuator)입니다. 구동장치란 미사일이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목표를 추적할 때 꼬리 날개를 미세하게 움직여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총이 아무리 강력해도 조준 시스템이 흔들리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미사일도 구동장치가 정밀하지 않으면 요격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제가 방공 작전 훈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을 때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제어 오차가 조금만 누적되면 명중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핵심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 단순한 협력업체가 아니라 무기체계 성능 자체를 결정하는 축이라고 봅니다.
퍼스텍이 현재 확보한 수주 잔액은 천궁-Ⅱ, 비궁, 현무, 현궁, L-SAM 등 유도무기 핵심 부품을 합산해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수주 잔액이란 이미 계약이 체결되었지만 아직 납품이 완료되지 않은 금액의 합계를 뜻합니다. 즉 미래 매출이 사실상 예약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진입 장벽도 이 시장의 핵심입니다. 유도미사일의 구동장치를 신규로 개발하려면 최소 4~5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합니다. 방산 공급망(Defense Supply Chain)이란 무기체계 완성품을 중심으로 부품·소재·정비까지 이어지는 협력 네트워크를 뜻하는데, 이 네트워크에서 한 번 핵심 위치를 차지하면 경쟁자가 쉽게 치고 들어오지 못합니다. 퍼스텍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025년 퍼스텍의 매출은 2,9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2026년에는 4,000억 원 돌파가 기대됩니다. 최근 중동 지역 분쟁에서 천궁-Ⅱ의 요격 성능이 입증되면서 수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출처: 방위사업청).
퍼스텍이 현재 공급 중인 주요 유도무기 부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천궁-Ⅱ: 미사일 1발당 8,000만~9,000만 원 규모 부품 납품, 연간 500억 원 매출 예상
- 비궁: 소형 로켓용 구성품 약 1,000억 원 규모(1만 발 분량) 공급 계약 진행 중
- 현무·현궁·L-SAM: 핵심 구동 부품 납품 포함, 전체 수주 잔액 1조 원 수준
드론 시장, 왜 방산 부품 기업이 뛰어드는가
퍼스텍이 차세대 사업으로 소형 드론 완제품 시장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현대전에서 드론은 단순한 정찰 도구를 넘어 타격과 유도 기능까지 통합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유도무기 기술과의 시너지를 노린 전략적 선택이라고 봅니다.
핵심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입니다. 소형 드론은 고객마다 요구하는 작전 성능과 옵션이 다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란 동일한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사양을 소량씩 유연하게 생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대기업은 높은 인건비와 고정비 구조 때문에 이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반면 퍼스텍처럼 정밀 부품 제조 노하우를 갖춘 중견 기업은 이 구조에서 오히려 유리합니다.
품질에 대한 신뢰도 이미 외부에서 입증됐습니다. 퍼스텍은 2022년 미국 항공우주 기업 보잉으로부터 공급망 품질 골드(Gold) 등급을 받았습니다. 보잉 공급망 품질 등급이란 보잉이 전 세계 협력사를 대상으로 부품 품질, 납기 정확성, 생산 신뢰성 등을 종합 평가해 부여하는 등급 체계입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실버 등급에 머물 때 퍼스텍이 골드를 받았다는 것은, 드론 완제품 시장 진입에서도 충분한 근거가 됩니다.
제가 직접 방공 훈련 현장에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드론과 미사일 체계가 점점 하나의 통합 전투 네트워크로 묶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찰 드론이 수집한 표적 정보를 유도미사일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이미 훈련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유도무기 부품 기업이 드론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자연스러운 방향입니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산 수요는 지정학적 변수, 즉 전쟁 발발, 국제 제재, 외교 관계 변화 같은 요인에 크게 의존합니다. 특정 지역 분쟁으로 촉발된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방위산업 분야의 수출 경쟁력과 리스크 요인을 분석한 보고서들도 지정학 변수를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스텍의 구조는 단기 호황형이 아닙니다. 실전 배치된 무기는 초도 생산 이후에도 지속적인 재고 확보와 유지·보수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제 경험상 이건 훈련 현장에서도 분명히 체감됩니다. 한 번 배치된 무기체계는 핵심 부품의 공급처를 잘 바꾸지 않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한번 자리를 잡으면 상당 기간 지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퍼스텍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K-방산의 진짜 경쟁력은 완성품 무기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기술 생태계에 있습니다. 구동장치 하나가 미사일 요격 성공률을 좌우하듯, 보이지 않는 기술이 전장의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앞으로 방산 관련 기업과 산업 흐름을 볼 때, 완성품 수출 수치만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부품 공급망 구조를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그곳에 진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