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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종전 (역설, 호르무즈 해협, 핵 협상, 시장)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4. 21.

솔직히 처음 뉴스를 봤을 때는 저도 불안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실제 발포까지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직관적으로 '전면전이 가까워지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군에 있을 때 수십 번 반복한 작전 시나리오가 떠올랐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은 전쟁의 확전이 아니라, 종전을 앞둔 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힘겨루기에 가깝다고 봅니다.

전쟁이 끝날수록 더 위험하다는 역설

일반적으로 종전이 가까워지면 전황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정반대입니다. 군 복무 시절 다양한 작전계획 수립과 상황조치훈련을 반복하면서 가장 강하게 체감한 사실이 있습니다. 전쟁이나 훈련이 끝나기 직전이 가장 치열하고 실제로 가장 위험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의 사례가 그 증거입니다. 1953년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 직전, 백마고지와 금성 지구 전투를 비롯해 최후의 영토 확보를 위한 교전이 극도로 치열했습니다. 수많은 인명 피해가 이 시기에 집중됐습니다. 협상 국면에 들어갈수록 군사 행동이 오히려 더 거칠어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쟁의 목표가 '승리'에서 '유리한 조건 확보'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제가 훈련에서 직접 경험한 시나리오들을 보면, 협상 단계로 전환된 이후에는 제한적 충돌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제한적 충돌이란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상대방에게 군사적 압박을 유지하는 전술적 행동을 말합니다. 지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보여주는 발포와 재봉쇄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전면전의 신호가 아니라, 협상 상대의 의지를 시험하는 전략적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정학적으로 초크포인트(Choke Point)에 해당합니다. 초크포인트란 지형적으로 좁은 통로에 해당하며, 통제권을 쥔 쪽이 해상 교통로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뜻합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핵 프로그램 못지않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이란 석유 수출의 9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합니다. 해협 통제권을 잃는 것은 경제적 생존 기반 자체를 내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은 국제법적으로 명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행료 징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쟁 복구 비용을 마련하는 동시에 해협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굳히겠다는 의도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통행료 요구를 그냥 용인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완전히 거부하며 긴장을 더 고조시킬 이유도 없습니다. 협상 타결을 위해 통제권을 일부 공유하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이란에 보전해 주는 방식의 타협안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구조는 과거 국제 해협 협약에서도 선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핵 협상의 실제 구도, 트럼프가 원하는 것

핵 협상 문제에서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는 아래와 같이 정리됩니다.

  • 미국: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과 농축 우라늄 반출 요구
  • 이란: 핵 주권 사수, 우라늄 반출 거부, 핵 프로그램 유지 입장 고수
  • 협상 카드: 미국의 유엔 제재 해제 또는 동결 자산 해제 제안 가능성

여기서 우라늄 농축이란 천연 우라늄을 핵무기 또는 원자력 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고농축 상태로 정제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농축 수준이 높아질수록 무기화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미국은 이 부분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적 성과가 필요합니다. '이란 핵을 막았다'는 명분은 재임 기간 중 가장 강력한 외교 성과 서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란이 트럼프 임기 동안 한시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형태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구적 포기는 아니지만, 양측 모두 '이겼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죠.

제가 직접 작전계획을 수립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논리를 배웠습니다. 협상은 상대를 이기는 게 아니라 서로 체면을 유지하면서 손을 잡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구도도 결국 그 방향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봅니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시장 지표가 보내는 신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국채 금리, 국제 유가, 주요국 주가 흐름을 보면 극단적인 공포 심리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과거 이란 핵 시설 공습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초기처럼 극심한 변동성이 지속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전략적 불확실성(Strategic Uncertain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전략적 불확실성이란 분쟁 당사국이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연출해 협상력을 높이는 전술을 말합니다. 이란의 재봉쇄와 발포는 이 전술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교전 의지보다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레버리지, 즉 협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출처: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그렇다고 낙관론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 경험상,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은 의도와 무관하게 빠르게 상황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다국적 이해관계가 얽힌 해협에서는 작은 오판 하나가 통제 불가능한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합니다. 종전을 향해 가는 흐름은 맞지만, 마지막 구간일수록 리스크는 오히려 더 커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상황을 전쟁 임박의 신호로 읽으면 불필요한 공포에 빠질 수 있고, 반대로 무조건 괜찮다고만 보면 진짜 리스크를 놓칩니다. 군 복무 시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읽어라"였습니다. 지금의 중동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면전도 아니고 완전한 평화도 아닌, 협상의 마지막 고비를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뉴스 헤드라인에 흔들리기보다는 전체 구조를 보고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군사·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및 안보 관련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MKvX7LjE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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