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 국가정보국장실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전면 군사 행동을 개시할 의사도, 준비 태세도 갖추지 못했다고 명시했습니다. 수십 년간 '대만 침공'을 공언해 온 중국의 실체가 공식 문서로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군에서 다양한 작전계획을 다뤄본 저로서는, 이 보고서 한 줄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에너지 수송로가 곧 생명선인 이유
군 생활 중 작전 수행 능력을 반복해서 분석하고 검증하면서 체감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전쟁은 병력 수나 무기 수량이 아니라, 그 전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결판을 짓는다는 점입니다.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해 보니, 에너지 공급이 끊기는 순간 군수·산업·물류가 동시에 마비되는 양상이 현실감 있게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하루 약 1천만 배럴을 수입합니다. 그 절반 이상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을 통과합니다. 여기서 초크포인트(choke point)란 해상 교통의 흐름이 좁은 수로 하나에 집중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병목이 막히면 전체가 멈추는 구조입니다. 이 두 수로 중 하나라도 봉쇄되면 중국의 공장 가동이 멈추고 군수 보급이 끊기는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바레인에는 미국 제5함대가, 말라카 해협부터 대만 해협까지는 제7함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실제로 봉쇄 카드를 꺼내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만으로 중국의 모든 군사적 도박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중국의 전략비축유(SPR)는 최대 9억 배럴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전략비축유란 유사시를 대비해 국가가 별도로 저장해 두는 원유 재고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물량은 석 달 안팎의 소비량에 불과합니다. 장기전이 되는 순간 에너지 자립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국제 유가를 낮춰 소련 경제를 압박하고 붕괴를 앞당긴 사례는,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하는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역사가 이미 증명한 교훈입니다. 중국은 그 구조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군부 비리와 드론 전장의 현실
2023년 말부터 2024년에 걸쳐 중국군 로켓군 사령관을 포함한 15명 이상의 최고위 장성과 방산 업체 간부들이 숙청되는 대규모 군부 비리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시진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무기의 실상을 목격한 뒤 직접 점검에 나선 결과, 미사일 연료 탱크에 물이 채워져 있거나 발사 자체가 불가능한 사일로가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군에서 보고 체계가 왜곡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본 저는 이 부분이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진급이 능력보다 충성과 뇌물로 결정되는 조직에서는 상황을 정확히 있는 그대로 보고해야 하는 하나 상급자가 싫어하거나 불편해할 것 같은 나쁜 소식은 위로 올라갈수록 걸러집니다. 결국 최고 지휘관은 가장 정확해야 할 정보를 가장 왜곡된 형태로 받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전력이 존재해도 실제 작전에서 단 1%도 발휘되지 못합니다. 제가 군 생활 중 체험으로 얻은 결론 중 가장 확신하는 상황 보고는 신속정확해야 한다는 이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헬스케이프(hellscape) 작전이라는 변수가 등장합니다. 헬스케이프란 미국과 대만이 구상 중인 전략으로, 대만 해협 전역에 수만 대의 소형 자폭 드론과 무인 수상정을 풀어 중국 함정을 동시에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비용 구조를 보면 그 비대칭성이 명확합니다.
중국이 해협을 건너려 할 때 맞닥뜨릴 현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폭 드론 1대 비용: 수백만 원 수준
- 중국 상륙함 1척 비용: 수천억 원 수준
- 드론 10대만 방어망을 뚫어도 함정 1척이 침몰할 수 있는 구조
- 중동 전선에서 이란의 샤헤드 드론 요격을 위해 발당 40억 원이 넘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용한 전례
비용으로도, 물량으로도 중국이 이길 수 없는 방정식입니다. 부패한 군사 시스템을 이끌고 이 드론 지옥 속으로 병력을 밀어 넣는 결단은, 공산당 수뇌부에게도 사실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봅니다(출처: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공식 사이트).
한국에게 열린 기회의 창
중국의 구조적 제약이 누적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 중국 내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전년 동기 대비 29% 급감했습니다. FDI란 외국 기업이 현지에 공장이나 법인을 세우는 형태의 장기 투자를 의미합니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2020년 마윈 사태처럼 당 간부의 판단 하나에 기업 전체가 좌지우지되는 공산당 리스크에 대한 공포가 축적된 결과입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생산 비중 확대, 애플의 인도 조립 라인 증설은 이미 가시화된 탈 중국 흐름입니다. 한국은 이 흐름에서 실질적인 수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 24조 원, 폴란드 K2 전차 수출 계약은 그 구체적인 증거입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다만 저는 "침공 불가능"으로 단정하는 시각에는 유보적입니다. 시진핑 체제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해왔습니다. 드론·미사일·해군력 증강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군사 능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현재 중국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전면 군사 침공이 아니라, 회색지대 작전(gray zone operation)입니다. 회색지대 작전이란 전쟁 선포 없이 사이버 공격, 해상 압박, 경제 제재 등 군사와 비군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 수단을 구사하는 방식입니다. 이 점에서 한국의 기회와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중국의 몰락을 구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몰락이 만들어낸 빈자리를 누가 먼저 채우느냐의 싸움에서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가가 핵심라고 봅니다. 반도체, 배터리, 방산 분야에서 탈 중국 수요가 한국 기업을 향하고 있는 지금, 전략적 균형 유지와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갖추는 것이 이 기회를 실기하지 않는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대국도 구조가 취약하면 장기전에서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 그것이 과거 전 세계의 전사와 제 경험이 함께 가르쳐준 가장 냉혹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