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군 생활 초반에 핵잠수함 논의를 들을 때마다 '건조 기술이 문제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략 무기 사업 현장을 가까이서 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그것을 움직이는 연료와 기술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진짜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프랑스와의 원전 연료 전주기 협력 MOU와 비궁(Poniard)의 미국 수출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는 지금, 이 두 사안은 사실 같은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핵연료 주권, 왜 지금 이게 가장 큰 문제인가
핵추진 잠수함, 흔히 SSN(Ship Submersible Nuclear)이라 부르는 이 전략 자산은 단순히 오래 잠수하는 배가 아닙니다. 여기서 SSN이란 핵반응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산소 보충이나 충전 없이 수개월간 잠항할 수 있는 잠수함을 뜻합니다. 디젤 잠수함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결국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면 근처로 올라와야 한다는 결정적인 한계와 비교하면, 전략적 가치가 완전히 다른 수준입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가장 자주 목격한 장면 중 하나가 미국의 기술 이전 승인을 기다리며 사업 일정이 밀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핵잠수함 사업도 같은 구조입니다. 현재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잠수함 연료로 쓰이는 20% 이상의 저농축 우라늄(LEU) 공급 문제가 사업 전체를 발목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LEU(Low Enriched Uranium)란 천연 우라늄보다 농축도를 높였지만 핵무기 수준인 90% 이하로 유지한 우라늄으로, 잠수함용 원자로 연료로 사용됩니다.
문제는 미국이 이 연료 공급을 단순한 기술 협력 차원이 아니라 외교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방어 분담 문제나 에너지 구매 압박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과거 이란 핵협상에서 고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 원칙이 강하게 적용됐던 전례를 보면, 한국이 독자적인 농축 능력을 갖추려 할 때 유사한 압박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의심은 합리적입니다.
핵연료 확보 방안으로 거론되는 선택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으로부터 직접 수입: 가장 빠르지만, 공급 통제권을 미국이 쥐게 되어 전략적 자율성이 제한됩니다.
- 자체 농축 추진: IAEA와 미국의 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독자 농축 시설을 운용하는 방안으로, 브라질이 이 방식으로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확보했습니다.
- 제3국 수입: 프랑스 오라노(Orano)사 같은 서방 핵연료 기업을 통해 공급받는 방안으로, 미국 의존도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핵연료 확보 방안 ]
| 확보 방안 | 장점 | 단점 및 리스크 |
| 미국 직수입 | 신속한 전력화 가능 | 미국 정책에 따른 공급 통제 우려 |
| 자체 농축 (브라질 모델) | 진정한 연료 주권 확보 | 한미 원자력 협정 및 IAEA 사찰 부담 |
| 프랑스 협력 (오라노) | 미국 의존도 분산, 기술 확보 | 외교적 마찰 가능성 존재 |
제 경험상 이런 구조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선택지를 하나로 좁히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프랑스나 자체 농축이라는 대안을 동시에 진행해야 협상 테이블에서 레버리지가 생깁니다.
투 트랙 전략, 프랑스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가
프랑스는 현재 쉬프랑(Suffren)급 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잠수함은 20% 농축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국제 비확산 체제의 민감도 기준이 20%이기 때문입니다. 즉, 20% 미만 LEU는 상업용 원전 연료와 같은 범주에서 관리되어 규제 적용이 상대적으로 유연합니다. 프랑스와의 원전 연료 전주기 협력 MOU는 직접적인 군사 원자로 협정은 아니지만, 관련 기술 기반을 쌓는 데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프랑스는 과거 호주에 쉬프랑급 완제품 수출을 시도했다가 오커스(AUKUS) 협정으로 인해 계약이 파기되는 쓴맛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여기서 AUKUS란 미국·영국·호주 3국이 맺은 안보 협력 체제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재수립해야 했고, 그 빈틈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이 협정으로 수십조 원 규모의 계약을 잃은 셈이라, 한국과의 협력에서 실질적인 기술 이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자체 원전 설계·건조 기술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입니다. APR1400과 같은 독자 원자로를 개발해 수출까지 한 나라이니, 프랑스에서 핵연료 공급 기술 지원을 받아 독자적인 함정용 원자로를 설계하는 방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로입니다(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이 경로가 미국과의 한미 원자력 협정 협상이 답보 상태일 때 우회로가 되는 동시에, 미국 협상에서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압박 수단으로도 작동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확산 체제 내에서 투명하게 진행하면서 독자 농축을 추진한 브라질 사례는 한국에게도 참고할 만한 선례입니다(출처: IAEA). 브라질은 우라늄 수입 후 자체 농축하여 잠수함 연료로 활용하는 것을 IAEA의 감시 하에 허가받았습니다. 한국도 이 경로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K-방산 진화, 비궁(Poniard)이 미국에 팔리는 게 왜 중요한가
군 생활 초기를 돌아보면, 저는 항상 미국 무기를 평가받는 입장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LIG 넥스원의 유도로켓 비궁이 미국 해군의 성능 평가를 통과하고 구매 여부를 검토받는 단계에 왔다는 사실은, 제 기준에서는 꽤 감각적으로 다가옵니다.
비궁의 핵심 강점은 IR(적외선, Infrared) 호밍 유도 방식입니다. IR 호밍이란 표적이 방출하는 열 신호를 추적하여 자동으로 유도되는 방식으로, 한 번 발사하면 조종 없이도 표적을 추적합니다.

- 레이저 유도(미국 APKWS 등): 발사 후에도 누군가(조종사나 지상군)가 레이저를 목표물에 계속 비춰줘야 합니다. 즉, 한 번에 하나의 목표물만 잡을 수 있고, 비추는 동안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 IR 호밍(한국 비궁): 미사일이 스스로 열을 감지해 찾아갑니다. 발사 직후 바로 다음 타겟으로 전환하거나 현장을 이탈할 수 있어 '다수 표적 동시 대응(벌떼 전술 방어)'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미국의 기존 유도로켓인 APKWS(Advanced Precision Kill Weapon System)는 레이저 유도 방식으로, 한 번에 하나의 표적만 공격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궁은 다수 표적에 동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드론 떼나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 자폭 보트 같은 벌떼 전술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미국 해군이 MH-60 시호크 헬기에 비궁을 탑재하는 방안을 연구한다는 것은, 실제 전술 수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좁은 해역에서 다수의 소형 표적이 동시에 접근하는 상황은 APKWS 한 발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비궁은 이미 중동 지역에 수출되어 실전 운용 경험까지 쌓은 무기입니다.
제 생각에 비궁의 미국 수출이 갖는 진짜 의미는 단순히 수출 계약 금액이 아닙니다. BA 시스템즈와 LIG 넥스원이 레이저 유도와 적외선 유도 방식을 분업하는 협력 모델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한국 방산이 미국 방산 생태계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LIG 넥스원이 미국 국방부 조달법 통과를 위해 현지 공장 설립까지 검토해야 하는 만큼 시간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방향 자체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핵잠수함 연료 주권 확보와 비궁의 미국 수출은 표면적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저는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전략 자산과 첨단 무기 모두에서 '공급받는 나라'에서 '선택지를 쥔 나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핵연료 문제에서는 프랑스 카드와 자체 농축 검토를 병행하며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고, 방산 수출에서는 미국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술로 시장을 파고드는 것이 지금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흐름이 맞물릴수록 한국의 안보 자율성은 실질적으로 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