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천룡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2차 시험 발사가 또다시 실패했습니다. 전투기에서 분리된 직후 엔진이 켜지지 않은 채 바다로 추락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군에서 무기 체계 시험평가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이게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시험 실패,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실패를 두고 "세금 낭비 아니냐"는 시각과 "개발 과정에서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이 함께 존재합니다. 저는 후자에 가깝지만, 그냥 위로성 말이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군 생활 동안 저는 여러 유도무기와 항공 무장의 시험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지상 점검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던 장비가 공중에 올라가면 전혀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고도, 온도, 기압, 진동이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은 지상 시뮬레이션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천룡 실패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보는 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 번 연속 실패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빠르게 규명되었고, 3개월 만에 3차 시험에 들어간다는 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진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실패를 숨기거나 덮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저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FADEC 소프트웨어, 왜 이렇게 어려운가
이번 실패의 핵심 원인은 FADEC(Full Authority Digital Engine Control) 소프트웨어 오류로 파악되었습니다. 여기서 FADEC이란 엔진의 연료 분사량, 공기 흡입 타이밍, 회전수 등을 조종사 개입 없이 자동으로 제어하는 엔진 두뇌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자동차로 치면 ECU(Engine Control Unit), 즉 엔진 제어 장치와 유사한 개념인데, 항공용은 초당 수천 번의 연산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합니다.

천룡에 탑재된 터보팬 엔진은 저고도 고속 비행을 전제로 설계됩니다. 저고도에서는 공기 밀도가 높아 엔진으로 유입되는 공기량이 급격히 변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조절하지 못하면 엔진이 꺼지거나 실속(stall)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엔진 실속이란 공기 흐름이 갑자기 끊기면서 추력이 상실되는 상태를 뜻하며, 순항 미사일처럼 자동화된 비행체에서 이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추락으로 이어집니다.
지상 시험에서는 이 FADEC이 정상 작동했지만, 실제 발사 환경에서는 연구진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지상 검증 데이터와 실제 비행 데이터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존재하고,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시험 비행의 목적입니다. 타우러스나 스톰 섀도우 같은 서방의 검증된 순항 미사일들도 개발 초기에 동일한 소프트웨어 오류로 수년간 전력화가 지연된 사례가 있습니다.
천룡 2차 시험에서 확인된 핵심 기술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저고도 비행 환경에 최적화된 FADEC 알고리즘 보완
- 엔진 점화 실패 시 자동 재점화(relight) 기능 확보
- 발사 직후 과도기 비행 구간에서의 공기 흡입 안정화
이 세 가지가 3차 시험 전에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해결되었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 천룡 vs 타우러스 비교 ]
| 구분 | 천룡 (국산 공대지) | 타우러스 (독일/스웨덴) |
| 운용 플랫폼 | KF-21, F-15K 등 | F-15K (현재 주력) |
| 핵심 기술 | 국산 터보팬 엔진, FADEC | 3중 통합 항법 시스템 |
| 의의 | 전략적 타격 능력의 독자화 | 검증된 성능, 수출 통제 리스크 존재 |
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 선진국도 쉽지 않았다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은 세계에서 소수의 국가만 독자 개발에 성공한 전략 무기 체계입니다. 미국의 JASSM, 영국·프랑스 합작의 스톰 섀도우(Storm Shadow)/스칼프(SCALP), 독일·스웨덴 합작의 타우러스(TAURUS) 정도가 실전 배치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러시아와 중국도 유사 계열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서방 수준의 정밀도와 저고도 침투 능력을 갖춘 체계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출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타우러스 개발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가동률 문제와 소프트웨어 오류가 반복되었고, 3중 항법 시스템(GPS, 관성항법, 지형대조항법)의 통합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여기서 지형대조항법(TERCOM, Terrain Contour Matching)이란 미사일이 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아래 지형을 디지털 지도와 대조해 스스로 위치를 보정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GPS가 교란되거나 차단된 환경에서도 정밀 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스톰 섀도우 역시 초기 항법 데이터를 미국에 의존해야 했고, 이를 독자화하는 과정에서 추가 개발비와 전력화 지연이 발생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럽 방산 선진국들도 이 정도 어려움을 겪었다면, 우리가 독자 개발에서 두 번의 시험 실패를 겪었다는 것은 오히려 빠른 편일 수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이 과정에서 축적하는 FADEC 데이터와 저고도 비행 환경 데이터는 천룡 이후에 개발될 무기 체계에도 그대로 활용될 기술 자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의 전략적 가치를 실전에서 증명했습니다. 스톰 섀도우와 스칼프가 러시아 방공망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도 후방 전략 표적을 정밀 타격하며 전황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출처: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Military Balance). 이 사례는 천룡이 완성되었을 때 한국 공군이 확보하게 될 능력이 어떤 수준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천룡의 전략적 의의, 왜 독자 개발이어야 하는가
일부에서는 "타우러스를 더 사오면 되지 않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비용 대비 효율만 따지면 그게 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무기 체계의 독자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자존심' 문제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가 타우러스 공급을 요청했을 때 독일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이유로 지연시킨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 외국산 무기는 수출 통제나 운용 제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탄약 보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표적 데이터 공유 모두 공급국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입니다. 독자적인 장거리 정밀타격 체계가 없으면 억제력이 온전히 우리 손에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플랫폼 기반의 장거리 공대지 체계는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룡이 전력화되면 이 비대칭 격차는 상당히 커집니다. KF-21 전투기와 연동되는 천룡은 단순히 미사일 한 종류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공군의 전략적 종심 타격 개념 자체를 새로 정립하는 계기가 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문책 중심으로 다루면 연구진은 위험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 데이터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분석과 보완을 빠르게 진행하는 유연한 조직 체계가 뒷받침될 때, 첨단 무기 개발은 제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천룡의 3차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는 이 프로그램 자체가 한국 방산이 단순 조립 생산 수준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엔진 제어까지 독자 기술을 확보하는 전환점이라고 봅니다. 두 번의 시험에서 쌓인 FADEC 운용 데이터와 저고도 비행 환경 데이터는 3차 시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상당한 기술 자산입니다. 결국 이런 경험이 축적되어야 KF-21, 차세대 무인기, 그리고 그 이후의 전략 무기들도 진정한 자립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달로 예정된 3차 시험 발사, 조용히 지켜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