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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산 수출 (무기 수출 규제, K-방산 경쟁력, 파트너십 전략)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4. 28.

무기를 잘 만들면 잘 팔린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역 시절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완전히 틀린 말이었습니다. 일본이 전후 80년 만에 살상 무기 수출을 전면 허용하면서 K-방산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성능 싸움이 아닌, 신뢰와 지속성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무기 수출 규제 철폐, 일본이 바꾼 판의 크기

작년(2025년) 일본 정부는 각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방위장비 수출 3원칙을 전면 개정했습니다. 방위장비 수출 3원칙이란 일본이 무기 및 관련 기술의 해외 이전 기준을 규정한 정책 지침으로, 쉽게 말해 "어떤 나라에 어떤 무기를 팔 수 있는가"를 규정하는 규칙입니다. 이번 개정으로 호위함, 전투기, 미사일 등 운용 가능한 살상 무기까지 수출이 가능해졌습니다. 2014년 아베 정부 때도 비전투용 장비만 일부 허용했을 뿐, 살상 무기는 끝까지 금기로 남겨뒀었는데 그 마지막 선이 이번에 무너진 것입니다.

제가 현역일 때 동남아 국가들과 방산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 몇 차례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상대방 실무자들이 가장 먼저 꺼낸 질문이 성능 스펙이 아니었습니다. "언제까지 실전 배치가 가능한가", "부품은 얼마나 빨리 들어오는가"였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이 상황을 보는 저의 시각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미국·영국과의 강력한 동맹 네트워크를 앞세워 호주 시장을 공략하여 이미 호주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에서 한국을 제치고 약 20조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습니다. 대만 역시 차세대 작전함 설계에서 일본산을 최우선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 훈련에 이어 무기 체계까지 일본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본 방위상은 호위함과 미사일 수출을 위해 직접 필리핀을 방문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세계 무기 수출 순위에서 한국은 12위, 일본은 51위였습니다(출처: SIPRI). 다만 이 집계는 구조물·수송·기뢰 제거용 장비 위주로 산출된 결과였습니다. 살상 무기 수출이 본격화되면 이 격차가 얼마나 좁혀질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번 수출 허용 첫날, 육상자위대 사격 훈련 중 전차 포신이 폭발해 대원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외신들은 이 사고가 수출 전면 허용을 발표한 바로 그날 일어났다는 점에 특별히 주목했습니다. 저는 이 사고 자체가 일본 방산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단정 짓지는 않겠습니다. 단 한 번의 사고로 기술력 전체를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실전 운용 경험과 수출 이후 지원 체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은 분명히 짚어둬야 합니다.

일본의 정책 전환에 대해 중국은 "새로운 군국주의적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한국 외교부도 일본이 평화 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평화 헌법 개정을 꾸준히 주장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단순한 수출 정책 변경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K-방산 경쟁력, 파트너십 전략으로 승부해야 할 이유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방산 수출은 단순히 성능표를 들이밀고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이기는 싸움이 아닙니다. 실제로 현역 시절 해외 장비 도입 검토 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했을 때, 평가단이 가장 오래 따져본 항목은 MRO(정비·수리·오버홀, Maintenance·Repair·Overhaul) 체계였습니다. MRO란 무기 체계를 도입한 이후 실전에서 지속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정비, 수리, 부품 공급, 성능 개량 전 과정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사고 나서 얼마나 빨리 고쳐주느냐"의 문제입니다.

한국은 이 부분에서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증명해 왔습니다.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은 단순 납품으로 끝난 게 아니라 현지 운용 데이터와 기술 이전까지 패키지로 묶어서 수출해 왔습니다. 기술 이전(TOT, Transfer of Technology)이란 수출국이 수입국에게 단순 장비가 아니라 제조·운용 기술 자체를 함께 이전하는 방식으로, 구매국의 자체 방산 역량을 키워주는 전략적 수단입니다.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산 장비에 호감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TOT 조건이 유연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본이 앞으로 금융 지원이나 패키지 딜을 확대할 경우, 한국이 단순 무기 판매 방식만 고수하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패키지 딜이란 장비 판매에 금융 지원, 훈련, 부품 공급, 기술 이전을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매국 입장에서는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유인이 됩니다. 한국이 맞서려면 바로 이 지점, 즉 통합 패키지 전략에서 일본보다 먼저 더 촘촘한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한국 방산이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핵심 경쟁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MRO 네트워크 현지화: 수입국 인근에 부품 공급 및 정비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
  • TOT 조건의 유연성 확대: 기술 이전 범위를 전략적으로 조율해 구매국의 장기적 자립 지원
  • 금융 지원 패키지 강화: 국방수출신용보증 등 정책금융과 연계한 번들 딜 구조 마련
  • 납기 신뢰도 유지: 계약 후 실제 배치까지의 일정 준수율을 실적으로 증명

한국방위산업진흥회(KDI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방산 수출액은 약 140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출처: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이 수치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 나온 결과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실전 운용 기반을 다지고, 납기와 후속지원에서 신뢰를 쌓아온 결과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본이 이렇게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산 관계자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책 전환은 분명 구조적 위협입니다. 기술력과 자본력, 미국·영국 등 17개국과의 방위 장비 및 기술 이전 협정(GSOMIA 수준의 네트워크)을 이미 갖춘 일본이 본격 세일즈에 나선다면 단기간에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싸움이 결국 기술이 아니라 관계로 귀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누가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끝까지 책임져주느냐. 바로 그게 핵심입니다.

결국 방산 수출 시장에서 가장 강한 무기는 장비의 사거리나 명중률이 아닙니다. "이 나라와 손잡으면 10년 후에도 안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구매국에게 심어주는 능력입니다. 한국이 지금까지 쌓아온 실전 운용 데이터와 납품 이력은 그 확신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진입을 경계하되, 위협을 빌미로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 지금 K-방산에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한번 주의 깊게 지켜볼 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iJhKNPFG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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