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이란의 안보수장이자 민병대 총지휘관인 바시즈가 테헤란 외곽 골목에서 칼에 14번 찔려 숨졌습니다. 같은 날 밤 혁명수비대 시설 인근에서는 차량 폭탄이 동시다발로 터졌고요. 저는 이 뉴스를 접하고 단순한 사건 사고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과거 군 생활 간 북한의 내부 불안정이 심화되어 급변사태로 확산되었을 때 이를 대비한 다양한 대비 시나리오를 다뤄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란이 뭔가 임계점을 넘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내부 저항이 시작됐다는 신호들
2025~2026년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민간인 사망자 수는 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다릅니다. 같은 기간 보안 요원과 혁명수비대 인원 약 135명이 사망했는데, 이건 이란 시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전까지는 국민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그 방향이 반대로 향하기 시작한 모습입니다.
쿠르디스탄 자유당(PJAK)이 2026년 1월 혁명수비대 본부를 직접 기습 공격한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PJAK는 이란 내 쿠르드 무장 조직으로, 기존에는 산악 지대 게릴라 활동 수준에 그쳤습니다. 혁명수비대 본부 같은 핵심 시설을 정면으로 타격했다는 건 비정규전(asymmetric warfare) 수준이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비정규전이란 정규 군사력의 직접 충돌 없이 소규모 기습, 폭파, 암살 등으로 상대방의 통제력을 흔드는 방식으로, 도시 내부에서 확산될 경우 진압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제가 현역 시절 북한 급변사태 대비 훈련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내부 반란은 외부 전쟁보다 통제가 어렵습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 소규모 공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정보 우위(intelligence dominance)가 무너지는데, 여기서 정보 우위란 보안 기관이 저항 세력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이 무너지면 정권은 반응적 진압에만 급급해지고, 저항 세력은 그 틈에서 점점 대담해집니다.
혁명수비대 기지 사령관이 폭발 직후 새벽에 카메라 앞에 나와 "아무 일도 없다"를 반복한 것, 저는 이게 오히려 가장 솔직한 고백이라고 봤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 현장에서 새벽에 군 사령관이 직접 나오는 일은 없거든요.
경제 봉쇄가 체제를 압박하는 방식
미국이 4월 13일부터 이란 항만 봉쇄에 나서면서 해상 교역의 90%가 36시간 만에 멈췄습니다. 이란 정부 수입의 70~80%를 책임지는 원유 수출이 막힌 건데, 문제는 이란이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기간이 고작 13~16일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그 이후 유전 가동을 멈추면 매장량의 5~10%가 영구적으로 회수 불가능해집니다.
이란 중앙은행은 전쟁 이전 수준 경제 회복에 최대 1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부 보고서에 명시했습니다. 40일간의 전쟁과 봉쇄로 발생한 경제 손실은 약 2,700억 달러, 국민 1인당 3,000달러 이상의 자산이 증발한 셈입니다(출처: Al Jazeera).
미국의 이른바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은 세 가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해상에 떠 있던 이란산 원유의 한시적 판매 허가 기간 만료로 수익 창구가 닫힘
-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s) 발동으로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거나 관련 자금을 보유한 해외 은행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
- 이란 정권 엘리트들이 해외에 숨겨 놓은 비상 자금 동결 작업 진행
여기서 세컨더리 제재란 이란 당사자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한 제3국 기업·금융기관에도 제재를 가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본격 발동되면 이란의 우회 수출 경로도 막히게 됩니다. 실제로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의 이중적 관계를 정리하고 미국 재무부와 협력해 이란 엘리트 자금 동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권 고위층이 위기 때 도피처로 삼으려 했던 해외 비상금이 하나씩 묶이고 있는 상황입니다(출처: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제 경험상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보안 조직은 이념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면, 신념이 아닌 생계 때문에 들어온 하위 요원들부터 이탈이 시작됩니다. 1979년 팔레비 정권이 무너질 때도 군인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총을 내려놓았습니다. 지금 이란은 그 구조적 압박을 동일하게 받고 있습니다.
1979년과 닮은 구조, 그러나 단정은 이르다
현재 이란 상황이 1979년 이란 혁명 직전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당시 석유 산업 파업으로 원유 수출이 중단되자 공무원 급여가 밀리고, 팔레비 샤 국왕은 두 달 만에 나라를 버리고 도망쳤습니다. 지금도 해상 봉쇄로 원유 수출이 막히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이 혁명수비대 핵심 시설을 직접 타격하며 심리전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즉각적인 정권 붕괴를 단정하는 시각에는 선을 긋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단순한 군사 조직이 아닙니다. IRGC란 이란 이슬람 공화국 수립 직후 창설된 정예 무장 조직으로, 군사력뿐 아니라 건설, 에너지, 금융 등 이란 경제의 핵심 영역을 직접 장악하고 있습니다. 경제 권력까지 쥔 조직은 외부 압박만으로 쉽게 와해되지 않습니다.
또한 1979년과 달리 현재는 인터넷 셧다운(internet shutdown)이라는 강력한 정보 통제 수단이 있습니다. 이번 이란의 전국 인터넷 차단은 2026년 1월 8일부터 47일 이상 지속됐으며, 9천만 명의 통신을 완전히 끊어낸 현대 역사상 가장 길고 광범위한 블랙아웃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저항 세력이 조직적으로 연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능력을 원천 차단하는 이 도구는, 1979년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내부 불안정 시나리오를 다루면서 체감한 결론은 이겁니다. 정권은 무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무너지는 순간은 '돈과 충성'이 동시에 끊길 때 시작됩니다. 지금 이란은 그 두 가지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위 보안 요원의 이탈과 엘리트 내부 균열,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표면화되는 순간이 진짜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란 상황을 '붕괴 직전'으로 단정하기보다 체제 안정성과 균열이 공존하는 과도기적 국면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다만 경제 봉쇄와 내부 저항이 동시에 압박을 가중하는 지금의 흐름이 어느 지점에서 임계점을 넘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란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외부의 미사일 공격이 아니라, 안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국민의 반정부 불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