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관련 보도를 볼 때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셨던 분 많으실 겁니다. 지도를 펼쳐 보면 두 나라 사이에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이 줄줄이 끼어 있는데, 왜 이 둘이 중동에서 가장 위험한 관계가 된 걸까. 저도 군 생활을 하면서 이런 구조적 적대 관계를 공부할 때마다 비슷한 의문을 품었습니다. 단순히 종교가 달라서, 혹은 핵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그보다 훨씬 깊은 층위에서 작동하는 갈등입니다.
이란-이스라엘 갈등의 역사적 뿌리: 한때 동맹이었던 두 나라
이란과 이스라엘이 처음부터 적이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상당히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2세는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가 있던 유대인들을 해방시키고 예루살렘 성전 재건을 도왔습니다. 이 사건은 유대교 경전에도 기록될 만큼 양 민족 사이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20세기 중반, 팔라비 왕조 시절의 이란은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공식 승인한 나라였습니다. 테헤란에 이스라엘 대사관이 열렸고 군사 기술 협력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처음 접했을 때 꽤 놀랐습니다. 오늘날의 관계만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그 관계가 180도 뒤집힌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때문입니다.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집권 직후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으로 규정하고 외교 관계를 단절했으며, 이스라엘 대사관 건물을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에 넘겨버렸습니다. 여기서 PLO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목표로 결성된 정치·군사 조직으로, 당시 이란이 어떤 방향으로 노선을 잡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1980년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이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이스라엘로부터 비공식 군사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이 끝나자 이란은 그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다시 적대 관계로 돌아섰습니다. 군에서 배운 표현을 빌리자면 "적의 의도는 무기가 아니라 배경에서 나온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사례입니다.
대리전 구조: 직접 싸우지 않고 싸우는 방식
현재의 이란-이스라엘 갈등을 이해하려면 '프록시 워(Proxy War)', 즉 대리전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대리전이란 두 적대 세력이 직접 충돌하는 대신 제3의 무장 세력을 내세워 간접적으로 싸우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란이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직접 전쟁을 벌일 경우 미국의 군사 개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란이 지원하는 대표적인 대리 세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헤즈볼라: 레바논 남부를 거점으로 한 시아파 무장 조직으로, 이란의 군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 북부를 지속적으로 위협합니다.
-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수니파 무장 단체로, 종파는 다르지만 이란으로부터 자금과 무기를 공급받습니다.
- 후티: 예멘 내 시아파 무장 세력으로, 이란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왔습니다.
이 구조에서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이란이 수니파 단체인 하마스와 PIJ까지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종파 갈등이 심화됐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란의 반 이스라엘 정책은 종파 논리보다 지정학적 전략 논리가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란이 '저항의 축'이라 부르는 이 네트워크는 단순한 무장 지원을 넘어 이란의 지역 패권 확장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스라엘도 손을 놓고 있지 않습니다. 이란 내 반체제 세력인 인민무자헤딘(MEK)이나 쿠르디스탄 자유생명당 등에 작전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여러 경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공개 정보와 비공개 정보가 혼재된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확언하는 분석보다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로 선을 긋는 것이 더 정직한 접근이라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정보전(情報戰) 영역은 확정적으로 말할수록 오히려 분석의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핵 위협: 이란 포위망과 이스라엘의 선택
이란-이스라엘 갈등에서 가장 첨예한 지점은 역시 핵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단순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란이 이라크의 핵시설 공습 사례를 학습하여 핵 관련 시설을 전국에 분산 배치하고 지하 벙커화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지하 벙커란 인공위성이나 정찰 항공기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지하 깊숙이 구축한 강화 시설을 의미하는데, 이 구조 때문에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 옵션은 이라크 때처럼 깔끔하게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이란은 러시아로부터 S-3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해 방공망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S-300이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항공기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고성능 지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이스라엘의 공습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선택한 카드 중 하나가 아제르바이잔과의 전략적 협력입니다. 이란과 국경을 접한 아제르바이잔에 이스라엘이 군사 기지 접근권을 확보한다면 타격 거리와 연료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이란의 갈등 구조를 단순히 "이란 대 이스라엘"로만 보는 시각은 절반짜리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수니파 걸프 국가들,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이란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고, 이란은 시아파 벨트 강화를 통해 그 포위망을 허물려하는 복합 구조입니다. 퓨 리서치 센터의 국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란에 가장 적대적인 나라는 이스라엘이며 아랍권 국가들 역시 이란을 비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이란의 고립이 외교적으로도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Pew Research Center).
중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S 사태 이후 이란이 시아파 민병대를 활용한 개입을 통해 중동 내 시아파 세력 비율을 약 10% 이상 늘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출처: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이 수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측정 방식에 따라 이견이 있지만, 이란의 전략이 단순한 군사 지원을 넘어 중동의 종파 구도 자체를 흔드는 수준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결국 이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이란 입장에서 이스라엘과의 적대 관계는 체제 결속과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는 수단이고,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 견제가 곧 생존 전략입니다. 완전한 충돌도, 완전한 화해도 어려운 이 구조는 저에게 군에서 배운 한 가지 교훈을 떠올리게 합니다. "승패가 아니라 체제 유지 여부가 더 중요한 갈등은, 상대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이상 긴장이 지속되는 형태로 고착된다." 중동을 보도하는 뉴스를 접할 때 이 구조를 먼저 떠올린다면, 표면적인 사건 하나하나가 조금 다르게 읽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