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이후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급격히 격화되고 있습니다. 토마호크 미사일이 테헤란 40km 지점까지 도달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처음엔 과장된 보도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34년간 포병장교로 복무하며 숱한 위기 상황을 지켜봐 온 저에게도, 이번 사태의 전개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이란이 왜 이 지경까지 몰렸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이란의 도발, 왜 지금인가 — 배경과 맥락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60일 휴전에 합의했던 이란이 불과 며칠 만에 연쇄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는 저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7월 5일부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항행 차단을 시작했고, 미군 무인수상정에 레이더를 조준하는 방식으로 조직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7월 7일부터 11일 사이, UAE 유조선 타격, 요르단 미군 시설에 대한 탄도 미사일 공격, 사우디와 UAE의 파이프라인을 겨냥한 드론 공격까지 연달아 일으켰습니다.
트럼프는 7월 10일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최후통첩(ultimatum)이란 협상의 여지 없이 특정 요구를 일정 시한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외교적 경고를 뜻합니다. 이란은 이 통첩을 무시하고 공격을 감행했고, 미군은 즉각 해안 포대와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정책부서에서 국가안보 환경을 분석하던 시절, 저는 항상 "상대국의 발언이 아니라 실제 군사력의 이동을 보라"는 원칙을 되새겼습니다. 이란의 행동을 그 관점에서 보면, 이번 도발은 무모한 충동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계산된 시도였습니다. 다만 그 계산이 처음부터 크게 빗나갔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원유 공급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지렛대 전략'은 상대방이 그 지렛대를 실제로 두려워할 때만 통합니다. 이미 세계 유조선 항로는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상당 부분 재편된 상태였습니다. 이란이 인질로 잡으려 했던 카드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 있었던 셈입니다.
이란이 놓친 4가지 — 핵심 오산 분석
포병 장교는 적의 의도를 읽는 데서 출발합니다. 목표 지점을 잘못 설정하면 아무리 강한 화력도 소용없습니다. 이란이 저지른 실수는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상황 판단 자체가 근본적으로 틀렸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란의 오산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 유령함대(ghost fleet) 전략의 실패. 유령함대란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 위치 추적 장치를 끄거나 선적을 위장해 운항하는 선박 집단을 뜻합니다. 이란은 이 방식으로 원유 수출을 이어왔지만, 중국의 대형 정유사들이 이란산 석유 수입을 일제히 외면하면서 수십 척의 유령함대가 판매처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게 되었습니다.
- 호르무즈 봉쇄 카드의 무력화. 세계 원유 수급 구조는 이미 다른 항로로 재편되어 있었습니다. 이란의 핵심 협박 수단이 실효성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 미군 작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 미군은 항공모함 중심의 전력 운용에서 육지 기반 타격 자산, 구체적으로는 에이태큼스(ATACMS)와 같은 지대지 탄도미사일, 그리고 호르무즈 연안 천해 작전에 최적화된 체계로 전환해 있었습니다. 에이태큼스(ATACMS)란 육군이 운용하는 장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3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갖춰 항공모함 없이도 종심 깊은 타격이 가능한 무기 체계를 뜻합니다.
- 수중 감시망의 존재를 몰랐던 것. 미군이 호르무즈 해저에 배치한 무인 잠수정과 센서망으로 인해 이란의 수중 전력은 투명하게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해협 봉쇄를 시도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승산 없는 도박이었습니다.
학교기관에서 교관으로 근무할 때 후배 장교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정보는 사실과 평가를 반드시 구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란은 자국에 유리한 평가만 사실처럼 믿었고, 상대의 실제 준비 상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중국의 역할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중국은 이란을 '할인 주유소' 수준으로 취급해 왔습니다. 이란이 핵무장을 하면 사우디, 터키 등 주변국의 핵 도미노가 시작되고, 이는 결국 인도를 자극해 중국 자신의 안보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습니다. 핵 도미노(nuclear domino)란 한 국가의 핵무장이 연쇄적으로 주변국의 핵 개발을 촉진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중국 입장에서 이란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불량 자산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이 점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이란 에너지 보고서에서도 이란의 석유 수출 의존도와 취약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탈린이 6.25 전쟁에서 구사했던 전략, 즉 미국을 한반도에 묶어두고 중공을 미국의 적으로 만들며 동시에 북한 내 친중 세력을 제거하는 복합 전략과 비교하면, 시진핑의 중동 운용은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은 저도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이 사태가 한국 안보에 주는 함의 — 실전 적용과 전망
지휘관으로 복무하면서 가장 깊이 새긴 원칙은 국가안보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란의 사례는 이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군사력만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 외교적 자율성 모두가 안보의 구성 요소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한국과 무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나 충돌은 국제 유가와 해상 물류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KEEI)은 중동 분쟁 시나리오별 국내 에너지 수급 영향을 꾸준히 분석해 왔습니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중국이 이란을 버린 방식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일반적으로 강대국 간 협력은 이념이나 우정으로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연합 및 합동훈련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했습니다. 국가 간 협력은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만 작동한다는 사실을요. 특정 강대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번 사태는 실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주국방(自主國防)이란 단순히 무기를 많이 갖추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위기 상황에서 외부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반도체, 인공지능, 조선, 방산 산업 등 첨단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안보의 기반이 되는 시대, 이란의 실패는 군사력과 경제력, 외교력을 균형 있게 갖추지 못한 국가가 어떤 처지에 놓이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미국-이란 충돌 및 국방 안보 FAQ)
Q1. 이란의 유령함대(ghost fleet) 전략이 실패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미국 및 국제사회의 2차 제재(Secondary Boycott) 압박에 따라, 이란산 할인 석유를 대량으로 사들이던 중국의 대형 정유사들이 제재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수입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Q2. 미군이 항공모함 대신 에이태큼스(ATACMS)나 지상 기반 전력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좁은 천해 수역에서는 대형 항공모함이 적의 지대함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지상에서 장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한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무인 체계를 결합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Q3. 이번 중동 사태가 한국의 자주국방 및 안보 정책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요?
A. 동맹이나 강대국의 호의에만 의존하는 안보는 사상누각이라는 점입니다. 군사 전력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급, 핵심 첨단 기술 공급망, 외교적 자율성을 고루 갖춘 복합적 안보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결론: 냉정한 현실 직시,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진짜 안보다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습니다. 오직 영원한 국익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34년간 군에서 배운 가장 냉정한 교훈이기도 합니다.
이번 미국-이란 충돌을 단순한 중동 뉴스로 흘려보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호르무즈의 긴장이 우리 주유소 가격과 물가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 한반도 안보 환경에 어떤 변수가 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것이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는 시작입니다.
희망 회로에 기댄 낙관론을 버리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경제·군사·외교 체력을 촘촘히 다져나가는 것만이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 본 칼럼에 인용된 중동 군사 동향, 미군 전력 배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통계 및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자료는 공신력 있는 국내외 보도 및 공개 기관 자료에 기초하였습니다. 본 글에 서술된 전략적 오산 평가, 비대칭 전력 분석, 자주국방 제언은 34년간 포병장교 및 정책 지휘관으로 복무한 필자 개인의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정부 기관이나 군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본 내용은 전문적인 외교·군사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