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스타링크 차단 하나가 전쟁의 흐름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 몰랐습니다. 34년간 야전에서 배운 게 있다면 통신이 끊긴 군대는 이미 절반은 진 거라는 건데, 그 교훈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지휘체계가 흔들리고, 우크라이나의 스트라이크 캠페인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전쟁,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지휘체계 붕괴가 전장을 바꾸고 있다
러시아군이 스타링크를 함께 활용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머스크가 러시아군의 접근을 차단한 뒤 실제로 지휘체계가 크게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야전에서 통신이 끊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저는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급부대 명령이 내려오지 않으면 현장 지휘관은 독단으로 움직이거나 멈춰버립니다. 그 틈이 치명적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3월부터 5월 사이에 서울시 면적에 달하는 영토를 수복했다는 보고가 나왔는데,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요. C2(지휘통제체계, Command and Control)가 무력화된 적군에게 정밀 타격을 집중한 결과입니다. 여기서 C2란 부대 전체의 작전 판단과 명령 하달을 담당하는 두뇌 역할을 말합니다. C2가 흔들리면 전선의 개별 부대는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러시아 방공망에서 드러난 혼란입니다. 초기에 정유소 화재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정밀 타격 성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러시아가 자국 드론을 요격하려다 오발된 미사일이 정유소에 떨어진 사고로 확인된 사례가 있습니다. 방공망(Air Defense Network)이란 적의 공중 위협을 탐지하고 요격하는 방어 체계 전체를 의미하는데, 이 체계가 아군 장비를 적으로 오인할 정도로 혼선을 빚고 있다는 뜻입니다. 34년 복무하면서 이런 오인 사격은 지휘체계 혼란의 전형적인 징후라고 배웠습니다.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스트라이크 캠페인(Strike Campaign)은 이전의 수동적 방어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스트라이크 캠페인이란 특정 목표물을 지속적으로 타격해 적의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소진시키는 공세 전략을 말합니다. 전선을 지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후방의 군수 기지와 지휘소를 먼저 무너뜨리는 방식입니다. 군 복무 시절에는 전선 사수가 최우선이었는데, 이제는 전쟁의 문법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 스타링크 차단 이후 러시아의 C2(지휘통제체계)가 흔들리며 전선 운용에 혼선이 생겼습니다.
- 우크라이나는 3~5월 사이 서울시 면적에 해당하는 영토를 수복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출처: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 러시아 방공망은 자국 드론을 오인 요격해 정유소를 스스로 타격하는 혼란을 빚었습니다.
- 우크라이나의 스트라이크 캠페인은 후방 군수망과 지휘소 타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됐습니다.
소모전의 끝은 어디인가, 트럼프 변수는 무엇을 바꾸나
이 전쟁이 10년 이상 가는 장기 소모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과장된 예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섭니다. 소모전(Attrition Warfare)이란 적의 전투 자원을 지속적으로 소진시켜 결국 저항 의지를 꺾는 전쟁 방식을 말합니다. 화려한 기동전이 아니라, 상대가 먼저 지치도록 만드는 긴 싸움입니다.
러시아는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도합니다. 절대 수치만 보면 러시아 우위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전쟁은 숫자가 전부가 아닙니다. 과거 러시아가 하루 800대의 드론과 100발 이상의 미사일을 퍼부으며 공세를 펼쳤지만, 최근에는 자국 후방 타격에 대한 방어에 자원을 분산하면서 공격력이 희석되고 있습니다. 전술적 효율성(Tactical Efficiency), 즉 투입 자원 대비 실제 전과의 비율을 따지면 러시아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포크로우스크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러시아가 실질적 점령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러시아 내부 보도 톤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저는 군 생활 내내 언론 보도 방향이 바뀌면 전선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왔습니다. 그 경험칙이 여기서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변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트럼프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가 불리해질 거라고 본 시각도 있었지만, 우크라이나가 자체 군사력을 상당 수준 유지하면서 협상 구도가 복잡해졌습니다. 트럼프는 중동과 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중국의 협조가 필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소극적 협상으로 봉합하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입장에서, 미국은 언제나 국익과 경제적 실리를 최우선에 놓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RAND Corporation).
한 가지 신중하게 볼 필요는 있습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오히려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이는 여러 정치·경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지금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국제 정세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고, 그 혼란 속에서 이익을 챙기는 세력이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역 후에도 국제 정세와 무기체계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한반도 안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드론 전쟁, 지휘통제체계 공격, 후방 군수망 타격, 이것들은 이미 현대전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의 일시적 전술 성과만 보고 전쟁의 향방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장기적인 국력, 동맹 구조, 국제 지원의 흐름을 함께 읽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투자든 커리어든,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내 일상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각자가 냉정하게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전쟁은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