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운용한 드론 한 대에서 교신용 안테나가 아예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 자리에는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모듈이 들어 있었습니다. 군에서 오랜 시간 무기체계를 다뤄온 저로서는 이 기술 분석 결과가 단순한 부품 목록 이상의 중대한 경고로 읽혔습니다. 인간이 방아쇠를 당기는 전쟁에서 기계가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는 전쟁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이미 지나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안테나 없는 드론이 던진 충격: 지휘관의 부재
무인기를 운용할 때 교신 링크는 사실상 생명선입니다. 지휘관이 현장을 보고 판단하려면 실시간 영상 전송이 필수적이고, 명령을 내리려면 주파수가 계속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드론은 설계 단계부터 그 연결을 아예 제거했습니다.
📌 주요 개념 정의
- 엔비디아 젯슨 오린(Jetson Orin): 클라우드 서버 연결 없이 기체 단독으로 고성능 AI 연산을 처리하는 초소형 컴퓨팅 모듈.
- 목표물 추적 알고리즘: 입력된 표적의 형태와 특징을 실시간 영상과 비교해 자동으로 식별하는 소프트웨어 로직.
- 루프 외 자율교전 (Out-of-the-Loop Engagement): 인간이 표적 식별 및 공격 결심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 교전 방식.
💡 34년 군 경력자의 현장 노트
현역 시절 무전기와 통신망은 단지 명령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지휘관이 무기의 무분별한 사용을 통제하고 아군 오사와 민간인 피해를 막는 마지막 안전장치였습니다. 안테나를 없앴다는 것은 통신 차단을 우려한 기술적 선택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휘관의 판단 통제권 자체를 포기했다는 심각한 군사적 의미를 지닙니다.
AI 드론 실전 투입 시 발생하는 3대 핵심 위협
군에서 무기체계를 운용할 때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는 원칙 중 하나는 통제 가능성(Controllability)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도 지휘관이 즉시 임무를 중단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면 아군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됩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AI 자율 무기의 무분별한 실전 투입이 가져올 윤리적·군사적 참사를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 자율 살상무기의 3대 위협 요인 | 야전 작전 시 군사적 실상 |
| 1. 민간인 오인식 가능성 | 비정규전이나 도시전 환경에서 민간인과 전투원의 복장·행동 맥락을 구별하지 못해 대규모 민간인 피해 발생 |
| 2. 적대적 기만전술 (Spoofing) | 적이 알고리즘의 패턴을 분석해 오작동을 유발함으로써 아군이나 민간 시설을 타격하도록 유도 |
| 3. 소프트웨어 확장성 문제 | 평시 정찰 드론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한번으로 공격형 자율 무기로 변환되어 무기 통제 체계 무력화 |
특히 하드웨어 감시 위주의 기존 무기 통제 협약으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전환'을 검증할 길이 없습니다. 이는 과거 핵무기 통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안보 문제입니다.
한반도 안보 현실과 한국군이 서야 할 위치
북한과 실제로 대치 중인 한국군에게 AI 무인체계 개발 포기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닙니다. 특히 북한이 수백 대의 드론을 동시에 투입하는 포화 공격을 감행할 때, 인간의 반응 속도만으로는 탐지 및 요격이 불가능하므로 AI 기반 자동 방공체계는 필수적입니다.
📌 주요 개념 정의
- 교전규칙 (ROE, Rules of Engagement): 특정 상황에서 군이 무력을 어떤 조건과 절차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규정한 지침.
-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CCW): 과도한 상해나 무차별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재래식 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유엔 국제 협약.
유엔 군축연구소(UNIDIR) 연구가 지적하듯, 방어용 자율 요격체계와 공격용 자율 살상무기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기술 개발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종 발사 버튼에는 반드시 인간이 손을 올리고 있도록 인간 통제(Human-in-the-Loop) 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마치며: '속도'보다 중요한 '책임'의 무게
34년의 군 복무를 마치며 확신하는 교훈이 있습니다. "기술은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 인명 살상과 전장 오판에 대한 최종 책임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몫이어야 한다."
미래전의 승패가 AI의 처리 속도에만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은 위험합니다. AI의 압도적인 연산 속도와 인간의 신중한 전략적 판단을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이번 안테나 없는 AI 드론 사례는 이미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전의 질문에 대해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계에게 사람의 목숨을 결정할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우리 사회와 군이 정답을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AI가 표적을 추천하는 시스템도 '자율 살상무기'에 포함되나요?
A: 아닙니다. AI가 표적 후보를 제안하거나 비행경로를 보정하더라도 최종 타격 결심을 인간 지휘관이 내리는 구조(Human-in-the-Loop)는 통제된 체계이며, 자율 살상무기는 인간의 승인 절차 자체가 생략된 체계(Out-of-the-Loop)를 뜻합니다.
Q2. 북한의 소형 드론 포화 공격에 대응하려면 AI 자율 교전이 필수적인가요?
A: 수백 대의 드론이 동시 침투하는 방어 상황에서는 탐지·추적 및 레이저·기관포 대응 단계까지 AI의 자동화가 필수적입니다. 단, 이는 영토 방어를 위한 '방어적 자동 요격체계'에 해당하며 타국의 인공·민간 표적을 직접 타격하는 '공격적 자율 무기'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 본 글은 34년간의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 안보 칼럼이며, 정부나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