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북한이 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저는 군 복무 시절 훈련장에서 나누던 대화들이 떠오릅니다. "우리 디젤 잠수함으로 저걸 어떻게 추적하냐"는 말이 그냥 푸념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지금, 저도 그때 고민들을 꺼내보고 싶었습니다.
저농축 우라늄과 핵연료 공급: 생각보다 현실적인 이야기
핵추진 잠수함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핵무기를 먼저 떠올리는데, 실제로는 추진 방식의 문제입니다. 원자로 기반 추진체계(Nuclear Propulsion System)를 탑재한 잠수함은 연료 재보급 없이 수개월간 수중에서 고속으로 기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원자로 기반 추진체계란, 핵분열 반응에서 나오는 열로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 디젤-전기 잠수함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입니다.
제가 군 복무 시절 디젤 잠수함 운용 관련 훈련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게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스노클링(Snorkeling) 구간, 즉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면 가까이 올라오는 순간이 적의 탐지에 가장 취약한 시간입니다. 쉽게 말해 숨죽이고 숨어있던 잠수함이 숨을 쉬러 나오는 순간 위치가 드러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이 취약점 자체가 없습니다.
문제는 핵연료 공급이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에 사용하는 우라늄은 농축도에 따라 고농축 우라늄(HEU)과 저농축 우라늄(LEU)으로 나뉩니다. 고농축 우라늄이란 우라늄-235 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핵무기에도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반면 저농축 우라늄은 20% 미만으로 농축된 것으로, 핵무기 제조에는 사용하기 어렵고 원자로 추진체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합니다.
여기서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보면 프랑스는 쉬프랑급(Suffren-class) 공격 잠수함에 5~7.5%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며 아무런 문제 없이 운용하고 있습니다. 1954년 미국의 노틸러스(USS Nautilus)함이 저농축 우라늄으로 세계 최초 핵추진 잠수함 항해를 성공시킨 선례까지 있습니다. 성능이 고농축 우라늄 대비 다소 낮다는 의견도 있지만, 20~25노트의 수중 속력을 낼 수 있어 작전 운용에는 실질적인 지장이 없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방한에서 저농축 우라늄 공급 의사를 밝힌 것은 이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규정상 저농축 우라늄을 군함 추진체로 사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현재 없습니다(출처: IAEA). 핵연료 공급이라는 가장 큰 난제에 현실적인 돌파구가 생긴 셈입니다.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추진 잠수함의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LEU) 사용으로 핵 비확산 기준 충족 가능
- 수중 속력 20~25노트 확보로 작전 지속성 유지
- 10~15년 주기로 핵연료봉 교체 필요 (고농축 우라늄 대비 단점)
- 스노클링 없이 장기 잠항 가능, 은밀성(Stealth) 대폭 향상
- 프랑스와 기술 협력 시 개발 검증 기간 단축 기대
📊 디젤 잠수함(SSK) vs 저농축 핵추진 잠수함(SSN) 비교
| 구 분 | 디젤-전기 잠수함 (SSK) | 저농축 우라늄 핵잠수함 (SSN) |
| 동력원 | 디젤 엔진 + 배터리 | 저농축 우라늄(LEU) 원자로 |
| 잠항 기간 | 수일 내외 (스노클링 필수) | 수개월 연속 잠항 가능 (무제한) |
| 수중 속력 | 약 6~8노트 (지속 기동 시) | 20~25노트 고속 기동 유지 |
| 은 밀 성 | 주기적 부상으로 피격 위험 상존 | 부상 불필요로 완벽한 수중 스텔스 구현 |
| 주요 임무 | 연안 방어 및 국지적 매복 | 북한 SLBM 탑재 잠수함 상시 추적·감시 |
6척 체제가 말이 되는 이유: 경험으로 본 종합 전력의 논리
단순히 핵추진 잠수함 한두 척을 들여오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전력 건설 과정을 지켜보며 "장비의 성능보다 지속 운용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익혔습니다. 최고 성능의 무기도 수리 부품이 없거나 운용 인력이 부족하면 고철이 됩니다.
미국의 시울프급(Seawolf-class) 잠수함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시울프급이란 냉전 후기 미 해군이 소련 잠수함 대응을 위해 설계한 최고 성능의 공격 잠수함입니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 3척만 건조되었고, 2021년 남중국해에서 사고를 당한 한 척은 부품 공급망이 붕괴되어 20개월 넘게 수리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소량 건조로 인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상실이 가져오는 결과입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 수량이 늘어날수록 단위 비용이 낮아지고 공급망이 안정화되는 효과를 말합니다.
한국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6~7천 톤급 6척 체제는 이 논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3직 1척' 운용 원칙, 즉 한 척이 작전하는 동안 한 척은 MRO(정비·수리·운영) 상태, 나머지 한 척은 교육·휴식 주기에 있는 구조를 유지하려면 최소 6척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MRO란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의 약자로, 잠수함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 정비와 주요 수리 과정을 의미합니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러시아 핵잠수함 감시를 위해 공격 잠수함 6척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영국 국방부).
저 역시 우리나라도 6척 체제로 운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을수록 위기 상황에서 전력 발휘가 흔들립니다. 독자적인 생산 라인과 공급망을 갖추려면 최소 6척의 물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4척 체제도 과거에는 논의되었지만, 북한이 이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운용 능력을 과시하고 핵무기 소형화·경량화를 공언하는 현재 위협 환경에서는 억제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결국 핵추진 잠수함 6척 체제는 무기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비 인력, 핵연료 공급 체계, 부품 공급망, 승조원 순환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자립 전력 체계를 갖추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저는 군 시절 이 종합성이 빠진 전력이 얼마나 빠르게 무력해지는지를 직접 목격한 경험이 있어서, 6척 체제의 논리가 단순한 수치 계산이 아님을 압니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억제력은 결국 "적이 우리를 먼저 공격했을 때도 우리가 반드시 보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서 완성됩니다. 수면 아래에서 탐지되지 않은 채 장기 잠항하며 언제든 반격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이야말로 그 확신을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입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는 생각이, 이 주제를 다시 들여다볼수록 더 강해집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면, 단순히 함정 성능 스펙이 아니라 연료·정비·인력을 아우르는 종합 운용 체계 관점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