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처음에는 이번 국방부의 발표 지연 문제를 단순한 '늑장 대응'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34년간 군에서 포병장교로 복무하며 최전방 부대의 초급장교부터 참모와 지휘관을 역임하고, 정보 분석 현장과 정책부서를 직접 경험해온 입장에서 다시 깊이 들여다보니, 이는 결코 단편적인 잘잘못으로 가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6월 25일 오전, 북한이 우리 수도권을 겨냥해 다수의 전술급 발사체를 쏘아 올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그 위협의 실체를 대한민국 군이 아닌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먼저 알게 된 현실, 이 구조적인 모순만큼은 안보적 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발표가 왜 늦어졌나 — 군 정보 분석의 현실
제가 최전방 포병부대와 군 학교기관에서 교관으로 근무할 때 직접 경험하고 후배 장교들에게 누누이 강조했던 일이 있습니다. 북한의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현장에서는 모든 감시 장비를 총동원해 데이터를 긁어모으지만, 지휘관들이 항상 강조했던 대원칙이 있었습니다.
"처음 들어온 레이더 정보가 반드시 최종 정보는 아니다."
특히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은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탄도미사일이란 발사 직후 로켓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상승한 뒤, 정점에 도달하면 대기권을 넘나들며 포물선 궤도를 그려 낙하하는 유형의 미사일입니다. 발사 초기 변곡점에서의 비행 특성, 최고 고도, 정확한 비행 거리를 종합 분석해야만 이것이 단거리 방사포인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인지 구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발사 직후 단 몇 분 만에 완벽한 분류를 내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지난 6월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이번 발표 지연과 관련해 '실시간 탐지·추적은 완료했으나 세부 재원을 분석 중인 상황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섣부른 발표를 미룬 것이 결코 탄도미사일 궤적을 인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케이스별 특수성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이 논리 자체가 군사적으로 틀린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정책부서에서 방위산업과 전력 발전 정책을 검토하면서, 군 내부의 작전용 상황보고와 대국민 공개 발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검증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몸소 배웠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정보로 성급하게 공지했다가 훗날 번복하게 되면, 대국민 안보 신뢰는 물론 한미 정보 공유 체계의 대외적 공조 신뢰도에 동시에 치명적인 금이 가게 됩니다.
정보 분석 vs 알 권리 — 어디서 균형을 잡아야 하나
군 당국이 왜 그토록 신중하게 팩트를 확인하려 했는지 그 군사적 논리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리 머리 위를 위협하는 발사체가 날아갔는데 당일 아무런 공식 발표가 없었고, 결국 적국인 북한의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 우리 국민이 안보 위협을 먼저 인지해야 했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여기서 군이 방어벽으로 내세우는 개념이 바로 작전보안(OPSEC, Operations Security)입니다. 작전보안이란 아군의 구체적인 레이더 탐지 능력, 정보 수집 출처(Source), 분석 수준을 적에게 노출하지 않으려는 절대적인 보안 원칙입니다. 발사체 탐지와 관련된 세부 데이터를 즉각 공개하면 역으로 북한에게 아군 감시자산의 배치 현황이나 탐지 사각지대를 알려주는 꼴이 될 수 있으므로, 군이 공개를 꺼리는 데는 합당한 전술적 이유가 있습니다. 저 역시 교관 시절 후배들에게 이 작전보안의 엄숙함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했습니다.
그러나 34년 군 생활을 거치며 제가 얻은 결론은 명확합니다.
"상세 제원을 비공개하는 것"과 "발사 사실 자체를 침묵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발사체의 정확한 고도나 속도를 당장 발표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오전 북한 지역에서 미상의 발사체 발사가 포착되었으며, 우리 군은 즉각 탐지·추적을 개시하여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한 채 세부 상황을 한미 공조 하에 분석 중입니다"라는 최소한의 사실 공지는 당일에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군은 과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이러한 즉각 공지를 대원칙으로 삼아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왔습니다. 그 오랜 관례와 신뢰의 틀이 이번에 왜 깨져야만 했는지에 대해 국방부의 설명은 여전히 매끄럽지 못합니다.
※ 대한민국 군의 공식 브리핑 절차와 합참의 정보 공개 기준에 대한 제도적 프로세스는 대한민국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
한일 국방장관 회담 — 안보 협력의 의미와 과제
한일 국방 협력을 두고 우리 사회의 시각은 격렬하게 대립합니다. 역사적 앙금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의 군사적 양보라며 우려하는 시각과,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 앞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공존합니다. 저는 군사학적 실리 관점에서 후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북한이 전술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섞어 쏘는 복합 도발을 감행하는 현 안보 환경에서, 한미일 3국의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즉 ISR(정보·감시·정찰) 협력 체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가는 아군의 생존성과 직결됩니다.
- 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적의 도발 징후를 실시간으로 탐지(Surveillance), 추적(Reconnaissance),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의도를 분석(Intelligence)하는 유기적인 군사 활동을 총칭합니다. 이번 북한 발사체의 정확한 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해낸 힘도 결국 이 ISR 체계의 고도화 덕분입니다.
물론 이러한 한일 군사 협력이 실질적인 안보 이익으로 치환되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필요합니다. 외교와 안보 협력의 모든 과정은 철저히 우리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군 당국은 그 목적과 배경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여 소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의 신뢰라는 단단한 지반이 없다면 그 어떤 거창한 동맹이나 군사 협력도 모래 위에 세운 성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 한일 안보 협력의 구체적인 추진 현황 및 실시간 연합 훈련 동향에 대한 공신력 있는 자료는 [합동참모본부] 공식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상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합동참모본부 공식 홈페이지).
자주 묻는 질문
Q1.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군이 당일 발표를 생략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가요?
A. 매우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과거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국민 안보와 알 권리를 위해 즉각 언론 공지를 시행하는 것을 관례이자 원칙으로 삼아왔습니다. 국방부는 이번 사안이 지닌 '케이스별 특수성'과 재원 분석의 신중함을 이유로 들었으나, 국민적 소통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Q2. 군의 첨단 레이더로 탄도미사일 여부를 발사 직후 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게 말이 되나요?
A. 군사학적으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입니다. 레이더에 잡힌 초기 신호만으로는 단순 방사포인지, 탄도미사일인지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발사체가 포물선 궤적의 정점을 찍고 비행 거리와 최고 고도 등의 전체 데이터가 완전히 수집되어야 정확한 기종 분류가 가능합니다. 다만, 독자분들이 지적하는 핵심은 군의 '탐지 능력 부족'이 아니라, '분석 중'이라는 사실 자체조차 당일에 알리지 않았다는 소통의 태도에 있습니다.
Q3. 작전보안(OPSEC) 때문에 세부 정보를 감추어야 한다는 군의 주장은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까요?
A. 아군 레이더의 고유 주파수, 탐지 거리, 구체적인 팩트 수집 경로 등은 작전보안상 철저히 비공개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이 노출되면 북한이 이를 우회하는 전술을 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체를 쏘았고 우리 군이 긴밀히 추적 중이다'라는 거시적 사실 공지는 작전보안을 전혀 해치지 않는 영역입니다. 군 당국이 보안과 소통을 뭉뚱그려 침묵의 방패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결론: 안보는 군사력과 국민 신뢰의 이인삼각(二人三脚)
정리하자면, 이번 북한 미사일 발표 지연 논란은 군의 정밀한 정보 분석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감정적으로 비난할 일도 아니며, 그렇다고 군의 늑장 소통을 무조건 옹호할 일도 아닙니다. 탄도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을 확정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군 현장을 경험한 저로서는 깊이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국민이 적국의 관영 매체를 보고서야 안보 위협을 깨닫게 만든 방식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지점입니다.
34년 동안 군복을 입고 살며 제 가슴에 가장 단단하게 남은 교훈은 "안보는 군대의 물리적인 화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국민의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방패가 함께 받쳐줄 때 비로소 철벽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군은 정보의 정확성을 수호해야 하고, 국민은 국가 위기 상황에 대한 신속한 유보 정보를 원합니다. 이 두 가치는 충돌하는 대립항이 아니라 균형을 잡아야 하는 안보의 두 바퀴입니다.
앞으로는 북한의 도발 징후 포착 시 '1단계: 발사 사실 및 추적 현황 즉각 공지' 후 '2단계: 한미 공조 세부 재원 확정 발표'로 이어지는 단계적 공지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독자분들께서도 이번 사안을 단순히 정부나 군을 향한 일차원적인 '늑장 발표' 비판으로 소비하기보다, 현대 군사 정보 공개가 안보 소통 속에서 마주한 구조적 숙제로 거시적인 안목에서 바라보시기를 권합니다.
⚠️ 본 칼럼에 인용된 6월 25일 북한 전술급 발사체 발사 동향, 6월 29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 내용, 한일 국방장관 회담 관련 언급 및 국방부 제공 소식(제2연평해전 승전 기념행사, 유해 합동 안장식 등)은 공신력 있는 언론 보도(채널A 현장영상 등)에 기초하였습니다. 본 글에 서술된 군사학적 분석, 정보 분석 절차(Intelligence Process)의 한계, 작전보안(OPSEC) 기조 및 안보 평론은 34년간 포병 장교 및 정책 부서에서 근무한 필자 개인의 전문적 식견과 군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 평론입니다. 특정 군 기관이나 정부 정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며, 모든 분석은 대한민국의 자주국방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