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서 수천 명 단위로 희생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력이 크게 약화되어 한반도 안보가 오히려 더 안전해진 것이 아니냐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34년간 군에 몸담으며 북한의 도발 패턴과 대남 전략을 최전선에서 연구해 온 제 시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번 파병 사태를 접하면서 저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안보적 경각심이 극도로 높아졌습니다. 인명 손실이 곧 전력 약화라는 단순한 등식은 현대전에서 더 이상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직 군인의 눈으로 그 숨겨진 실체와 본질을 냉정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실전 전훈 흡수와 FPV 드론 중심의 북한군 전술 변화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저는 그들이 전장에서 얻어올 '실전 경험'의 무게가 훨씬 더 걱정됩니다. 여러 정보기관과 국제 분석기관들은 이번 파병에서 상당한 규모의 인명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학적으로 진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희생의 대가로 실전에서 살아 돌아온 3,000명 이상의 베테랑 지휘관들이 북한 재래식 부대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군 생활을 하면서 뼈저리게 절감한 것이 있습니다. 훈련장에서 아무리 밤새워 모의 훈련을 반복해도, 실제 포탄이 터지는 전장을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인원에게는 교범으로는 절대 가르칠 수 없는 동물적인 전장 감각이 생깁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그들이 몸으로 배운 핵심 무기는 바로 FPV 드론 전술입니다. 여기서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이란 조종사가 특수 고글을 착용하고 드론의 카메라 시점에서 직접 보면서 작전하는 1인칭 시점 무인기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대전차 미사일이 수행하던 전차 격파 임무를 이제는 단돈 100만 원 안팎의 소형 FPV 드론이 대신하며 지상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북한이 이를 바탕으로 군집 드론 전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군집 드론 전술이란 수십에서 수백 대의 소형 드론이 마치 벌떼처럼 동시에 목표물을 향해 포화처럼 쏟아지는 비대칭 운용 방식을 의미합니다. 개별 드론은 저렴하고 단순하지만, 집단으로 운용되면 우리가 보유한 고가의 방공 자산과 레이더망을 순식간에 과부하시켜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과거 군에서 방공 작전 계획을 검토할 때만 해도 소형 무인기는 제한적인 정찰용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우리 군의 전차, 자주포, 최전방 지휘소의 생존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치명적인 주력 타격 수단이 되었습니다. 북한이 이토록 빠르게 우크라이나 전선의 전훈(戰訓)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 냉전 시대의 구태의연한 도발 패턴으로만 북한을 평가하던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출처: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체제 통제의 균열과 한류 문화가 만드는 공포
북한 내부의 정세를 분석할 때 저는 두 가지 속도가 다른 변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봅니다. 하나는 방금 언급한 군사적 위협의 고도화이고, 다른 하나는 정권 통제력의 내부적 균열입니다. 파병 손실로 인한 유족들의 분노가 북한 체제의 즉각적인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섣부른 낙관론도 존재하지만, 야전에서 적을 연구해 온 제 경험상 북한의 감시 체계는 여전히 견고합니다. 외부에서 내부 민심을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안보 준비 태세를 게을리하게 만드는 독이 될 뿐입니다.
그보다 제가 본질적으로 주목하는 균열의 틈새는 바로 한류 문화의 강력한 침투력입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극단적인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제정하여 통제 수위를 높인 것이 그 반증입니다. 여기서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이란 외부 문화, 특히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을 유포하거나 시청할 경우 최대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한 북한의 극단적인 법률을 의미합니다.
처벌이 이토록 잔혹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권의 힘으로도 내부 주민들의 한류 동경 사상을 막기가 불가능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최근 탈북하는 북한 MZ세대의 탈북 동기는 과거의 단순한 배고픔이나 생계 문제가 아니라, 꿈과 자유를 찾기 위해서라는 진술이 지배적입니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그들에게 적국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가장 거대한 보이지 않는 공포입니다.
확장억제의 한계와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안보 대책
이러한 내부적 공포를 상쇄하기 위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라는 비대칭 무기에 더욱 집착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핵심 축은 미국의 확장억제 보장입니다. 여기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란 미국의 동맹국이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자국의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동일한 수준으로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방어해 준다는 안보 개념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제가 군 생활을 하며 다양한 국지 도발 현장을 지켜보면서 늘 품었던 현실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전면전이 아닌, 북한이 출처를 모호하게 흐린 소규모 전술핵이나 고도화된 드론을 활용한 변칙적 국지 도발을 감행할 때 과연 미국의 핵우산이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점입니다. 거시적인 확장억제 전략과 미시적인 야전 작전 타이밍 사이에는 분명히 현실적인 공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잠재적 핵 보유 역량 확보'가 깊이 있게 거론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는 당장 섣부르게 핵무기를 제조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국제 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면서도 유사시 언제든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기술과 재처리 체계를 합법적으로 갖추어 북한의 오판 자체를 막는 진정한 억제력을 확보하자는 논리입니다(출처: 한국국방연구원).
안보는 결국 상대의 약점이나 붕괴를 막연히 기대하는 요행수가 아니라, 우리의 철저한 준비 수준을 객관적으로 높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제가 34년의 군 생활에서 배운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준비한 쪽은 역사적으로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드론 방호 체계 전면 재정비, 전자전(EW) 교란 장비의 밀도 있는 배치, 그리고 확장억제 공백을 메울 독자적 안보 역량 강화는 지금 당장 서두르고 혁신해야 할 대한민국의 과제입니다.
본 평론은 전직 포병 지휘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