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번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냥 "또 개발 중 실패 뉴스구나" 하고 넘기려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 연속으로, 발사 수초 만에 바다로 추락했다는 부분에서 멈추게 됐습니다. 전력화를 앞둔 체계가 동일한 증상으로 연달아 실패했다는 것은 단순한 개발 과정의 해프닝이 아닙니다. 군에서 오래 복무한 저에게는 이것이 기술 결함 이전에 시스템 전체의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운용 신뢰성, 제원표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
군 복무 시절, 무기체계 성능 평가를 할 때 제가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은 제원표(specification sheet)가 아니었습니다. 제원표란 사거리, 속도, 탄두 중량 같은 설계상의 수치를 정리한 문서입니다. 수치만 보면 인상적인 무기도 실제 작전 상황에서 발사조차 안 되는 경우를 저는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운용 신뢰성(operational reliability)을 먼저 따졌습니다. 운용 신뢰성이란 실제 작전 환경에서 무기가 요구된 기능을 일관되게 수행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 주요 개념 정의
- 제원표(Specification Sheet): 사거리, 속도, 탄두 중량 등 설계상의 목표 수치를 정리한 문서.
- 운용 신뢰성(Operational Reliability): 실제 전장 및 야전 환경에서 무기가 요구된 기능을 일관되게 수행하는 능력.
- 정렬 불량(Misalignment): 발사 시 기체와 발사대 간 기계적·전기적 연결 상태가 규정 기준을 벗어난 상태.
군문에서 시험평가를 진행할 때의 철칙은 간단합니다. 첫 번째 발사 실패 후 단 2시간 만에 두 번째 발사를 강행한 것은 기술 문제를 넘어 시험평가(Test & Evaluation) 관리 절차의 부실을 보여줍니다.
실패가 발생하면 발사대, 비행제어, 통신, 항법 계통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한 뒤 다음 시험에 임하는 것이 야전과 연구소의 엄정한 원칙이어야 합니다. 평시의 작은 결함을 엄격하게 다루는 조직만이 전시에 살아남습니다.
북한 자폭 드론과 실전 경험의 격차
이번 사건으로 "우리 군의 드론이 북한보다 뒤처졌다"는 식의 단편적 비교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기 개발에서 실패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실전 경험을 흡수하는 현상은 매우 경계해야 합니다.
📌 주요 개념 정의
- 배회 탄약(Loitering Munition): 목표 상공을 일정 시간 배회하며 표적을 탐지·식별한 뒤 스스로 돌진하는 자폭형 무인체계.
그럼에도 북한의 드론 전력화 현황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핵심 기술을 이전받아 자폭 드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결정적인 차이는 실전 경험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드론 기술의 거대한 실험장이 됐습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폭 드론, 즉 배회 탄약(loitering munition)의 전술적 활용 방식은 전장 투입 이후에만 개선될 수 있는 요소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전자전(electronic warfare) 환경에서의 통신 두절 대응, 표적 식별 알고리즘 개선, 대드론 체계 회피 전술은 모두 실전에서 반복 운용하면서 데이터가 쌓여야 개선됩니다. 전자전이란 전파와 전자기 신호를 이용해 적의 통신과 센서를 교란하거나 무력화하는 전쟁 방식입니다. 북한이 드론 부대를 러시아에 파견해 그 경험을 흡수하고 있다면, 이것은 우리 군에게 분명한 경고입니다.
단, 가격이 싸다는 것과 전투력이 높다는 것은 다른 개념입니다. 제 경험상 야전에서 저렴한 장비가 고가 장비를 대체한다는 논리는 특정 조건에서만 성립합니다. 자폭 무인기의 실질적인 전투력을 판단하려면 아래 항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 실질 전투력 평가 5대 요소 | 군사적 실상 및 고려 사항 |
| 1. 표적 식별 정확도 | GPS 교란 속에서도 아군·민간 시설과 적 표적을 정확히 구분하는 AI 알고리즘 |
| 2. 항법 생존성 | 전파 차단(Blackout) 환경을 극복하는 관성항법(INS) 및 비전 항법 능력 |
| 3. 전자전(EW) 내성 | 적의 전파 교란(Jamming)을 뚫고 통신 데이터 링크를 유지하는 능력 |
| 4. 군집 운용(Swarm) | 단일 기체가 아닌 수십 대의 드론이 지휘통제망을 공유하며 동시에 타격하는 능력 |
| 5. 생산 및 비용 구조 | 전시 소모를 감당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인프라 및 소모성 단가 체계 |
무인전력 생태계: 완벽한 드론 '한 종류'로는 부족하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실패 이후 우리 군이 "더 완벽한 드론 한 종류 만들기"에 매달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우려가 아닙니다. 무기 개발 예산이 투입될수록 소수 정예 고성능 체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과거에도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현대전에서 드론 전력의 핵심은 무인전력 생태계(unmanned systems ecosystem)에 있습니다. 무인전력 생태계란 드론 개발-대량 생산-실전 운용-데이터 축적-성능 개량이 빠른 주기로 반복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미 국방부의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는 18~24개월 안에 수천 대의 소형 자율무인체계를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으로, 바로 이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값비싼 드론 한 종류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쓰고, 빠르게 개선하는 구조입니다.
현역 시절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은 야전 부대와 연구기관 간에 실패 데이터와 결함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못하는 폐쇄적 구조였습니다. 무인전 생태계를 만들려면 실전 운용 데이터와 시험 실패 데이터가 방산기업, 연구소, 군 운용 부대 간에 선순환 구조로 공유되어야 합니다.
마치며: 실패를 숨기지 않는 군대가 승리한다
34년의 군 복무를 마치며 확신하는 교훈이 있습니다.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공론화하여 절차를 바로잡는 군대만이 실전에서 이긴다."
이번 자폭 무인기 연속 추락은 기술적 정렬 불량을 바로잡는 출발점인 동시에, 우리 군의 무인체계 획득 절차와 시험평가 시스템 전체를 재정비하라는 정직한 신호입니다. 지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철저한 실패 데이터 축적과 대량 생산 및 소모성 전력 운용 교리를 완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미래전에서 우리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고 승리를 담보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자폭 무인기의 '정렬 불량(Misalignment)'은 그렇게 해결하기 힘든 결함인가요?
A: 기체와 발사대 간 기계적 구동부나 전기 신호 핀의 단순 오차일 가능성이 높아 기술적 수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원인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2차 발사를 강행한 '시험평가 절차 및 안전 통제'의 부실에 있습니다.
Q2. 자폭 무인기가 왜 '배회 탄약'으로 불리며 미래전의 핵심으로 떠올랐나요?
A: 기존 미사일과 달리 목표 구역 상공을 오래 선회(Loitering)하면서 숨어 있는 적을 직접 탐지·식별한 후 적시 타격이 가능하므로, 유인 전력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소모성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 본 글은 34년간의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 안보 칼럼이며, 정부나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