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한 척을 세우는 데 구축함 함포까지 동원해야 했을까요?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저도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군 복무 시절 해상차단작전(MIO)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영상을 다시 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나포가 작전의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해상차단작전: 교범에 가까운 단계적 강제조치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작전 영상을 보면, 이번 투스카호 나포는 해상차단작전(MIO, Maritime Interdiction Operation)의 절차를 거의 교과서처럼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MIO란 해상에서 특정 선박의 통과를 차단하거나 나포하는 군사작전으로, 국제법상 교전 규칙과 단계적 강제조치 원칙에 따라 진행됩니다.
과거 제가 직접 훈련에 참여하면서 익혔던 절차가 이번에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경고 방송 — 6시간에 걸쳐 이란 측 선박에 경고
- 기동 차단 — 항로를 봉쇄하며 정선 압박
- 비살상 조치 — 통신 및 기동 압박 지속
- 제한적 화력 사용 —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함의 5인치 함포로 기관실 무력화
- 승선 및 장악 — USS 트리폴리(LHA-7)에서 헬기를 통해 해병대 투입
여기서 추진체계 무력화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추진체계 무력화란 선박 전체를 침몰시키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 등 동력 장치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선박을 정지시키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차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만 빼놓는 것과 같습니다. 이 방식이 핵심인 이유는, 선박의 화물과 인명을 보존하면서도 작전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 수준의 정밀한 화력 운용이 실제 현장에서 가능하려면 사전 정밀한 정보 수집과 교전 규칙 검토가 철저하게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즉흥적으로 나올 수 있는 장면이 절대 아닙니다.
USS 트리폴리(LHA-7)는 강습상륙함입니다. 강습상륙함이란 항공전력(헬기, 수직이착륙기)과 해병대 병력을 동시에 탑재하여 해상에서 지상 또는 선박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형 플랫폼을 뜻합니다. 이 함정에서 헬기로 투입된 해병대원들이 동력을 잃고 멈춰 선 투스카호 위로 로프를 타고 하강한 방식은, 기습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형적인 수직강하 승선 전술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국이 제재 집행이라는 명목 아래 이 정도 규모의 특수작전 자산이 투입될 것이라고는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작전 이전부터 약 25척의 상선을 경고만으로 회수시킨 바 있으며, 실제 무력을 사용해 선박을 나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출처: U.S. Central Command).
회색지대 작전: 나포인가, 신호인가
이번 사건을 단순히 '불법 선박 한 척 잡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직접 해상 봉쇄 위반 및 재무부 제재 집행이라고 밝혔으니, 법 집행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제가 현역 시절 합동훈련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이런 종류의 작전은 목표 선박 하나가 아니라 그 해역을 통과하는 모든 세력을 향한 메시지라는 점입니다. 이른바 신호 행동(Signaling Action)입니다. 신호 행동이란 군사력을 직접 대규모로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행동을 통해 상대에게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 전략적 행위를 뜻합니다. 즉 투스카호 한 척을 멈춰 세운 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려는 모든 이란 연관 선박에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입니다.
회색지대 작전(Gray Zone Operation)이라는 개념도 여기에 맞닿아 있습니다. 회색지대 작전이란 전쟁 선포 없이 군사력과 법 집행, 경제 제재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명백한 전쟁도, 완전한 평화도 아닌 중간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강압 행위입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이런 작전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크지만,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란이 즉각 이번 사건을 무장 해적 행위이자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드론 공격으로 대응했다는 점은, 제가 우려하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비대칭 전력(Asymmetric Force)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해집니다. 비대칭 전력이란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측이 드론, 소형 공격 보트, 기뢰 등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수단으로 강대국의 고비용 정규 전력에 맞서는 방식입니다. 이란은 이 분야에서 상당한 역량을 축적해 왔으며, 보복 비용이 낮고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반복 사용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출처: U.S. Department of Defense).
이번 작전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은 틀임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작전이 반복될수록 이란의 비대칭 보복도 점진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나포가 일회성 사건으로 끝날지, 아니면 해상 봉쇄와 드론 보복이 맞물리는 장기 긴장 구조의 시작인지는, 앞으로의 국면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미 해군의 투스카호 나포는 군사적으로 정밀하게 계획된 작전이었고, 법 집행 명분 아래 전략적 신호를 보낸 회색지대 작전으로 봐야 합니다. 이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미 중부사령부 공식 발표와 함께 이란의 후속 대응을 병행해서 추적하는 것이 실질적인 판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