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처음에 이란 방공망이 개전 초기에 거의 무력화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번엔 빠르게 끝나겠구나'라고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군 복무 시절 한미연합 훈련에서 수없이 배운 게 있는데, 그게 오히려 이 낙관론을 경계하게 만들었습니다. 표적을 타격해도 적은 반드시 잔존 전력을 숨기고 재생한다는 전제를 두고 작전을 계획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오퍼레이션 에픽 이후 상황은, 그 훈련에서 배운 시나리오가 실전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란 방공망, 정말 무력화됐는가
개전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총 38,000회 소티(sortie)를 수행했습니다. 여기서 소티란 항공기 한 대가 한 번의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하는 출격 단위를 의미합니다. 그 중 피해율이 0.01% 미만이라는 수치는 압도적인 공중 우세를 방증합니다. 그런데도 F-15E 스트라이크 이글 한 대와 A-10 공격기 한 대가 격추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미미해 보이지만, 이게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다릅니다.
F-15를 격추시킨 것은 이란의 바바르-373 방공 시스템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바르-373은 러시아 S-300 미사일 기술과 서방의 스탠더드 미사일 기술을 융합해 개발한 이란 독자 중거리 대공 미사일 체계입니다. 탐지 거리는 450km에 달하며, 고도 32km까지 대응이 가능합니다. 제가 훈련에서 배웠던 '레이더 침묵 운용'과 정확히 같은 전술을 이란이 실전에서 그대로 구사한 겁니다. 평소에는 레이더를 꺼두다가 긴장이 풀린 순간, 딱 한 번 켜서 기습적으로 교전하는 방식입니다. F-35나 F-22 같은 스텔스기가 테헤란 상공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는 걸 보면, 이란이 모든 항공기를 막으려는 게 아니라는 점이 분명합니다. 방어가 어려운 표적은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레이더 반사 면적이 큰 항공기만 노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입니다.
이란이 채택한 전술은 일종의 비대칭 방공전(asymmetric air defense)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대칭 방공전이란 전면적인 방공망 운용 대신, 기습·분산·은닉을 결합해 상대 공군의 작전 효율을 갉아먹는 방식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은 완전히 제거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적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항공기 승무원들이 항상 자위 장비를 가동하고 전자전에 신경 써야 하고, 그 결과 한 소티당 투하할 수 있는 폭탄의 양이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란은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닌 '전쟁을 버티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란 방공망의 현 상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바바르-373을 포함한 은닉 방공 자산이 여전히 잔존
- 레이더 침묵 후 기습 교전으로 스텔스기가 아닌 항공기 선별 공격
- 중국산 맨패즈(MANPADS) 미사그-3를 대량 보유, 드론 및 저고도 항공기 위협 지속
- 전면 방어 포기 후 산발적 기습으로 상대 작전 효율 저하 전략 유지
여기서 맨패즈(MANPADS)란 Man-Portable Air-Defense System의 약자로, 개인이 휴대하고 운용하는 소형 지대공 미사일을 말합니다. 이란이 보유한 미사그-3는 360도 레이저 근접 신관을 탑재해 유효 타격 확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출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드론 손실과 장기전의 구조적 딜레마
드론 피해도 제가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은 이번 작전에서 리퍼 드론(MQ-9 Reaper) 12~24대를 격추당했고, 글로벌 호크급 무인 정찰기인 트리톤까지 잃었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IAI 헤론, 엘비트 헤르메스 40 등 고가 드론의 잔해가 이란 본토에서 공개됐습니다.
리퍼 드론 한 대의 가격은 FA-50 경전투기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군에서 드론을 소모성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는 않지만, 제 경험으로는 드론은 단순 소모품이 아닙니다. 정보·감시·정찰(ISR) 임무와 정밀 타격을 동시에 수행하는 드론의 손실이 누적되면, 작전 템포 자체가 무너집니다. 단순히 장비 하나를 잃는 게 아니라, 전장 인식 능력이 구멍이 나는 겁니다. 여기서 ISR이란 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의 약자로, 적에 대한 정보 수집과 감시, 정찰을 통합한 임무를 의미합니다.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리퍼 드론에 전투기 수준의 미사일 경고 장치나 채프 플레어(chaffflare)를 장착하거나, 아예 생존성이 더 높은 소형 드론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프 플레어란 항공기가 미사일의 추적을 교란하기 위해 살포하는 금속박(채프)과 열원(플레어)을 말합니다. 이 자체가 현재 작전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하 시설입니다. 이란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미사일 생산 시설을 지하에 분산 배치했고, 호르무즈 해협 동굴에도 미사일 사이트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이란의 탄도 미사일 발사대 50%가 여전히 온전한 상태이며, 중거리 탄도 미사일 재고가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벙커버스터로 지하 시설 입구를 막아도 이란은 새로운 통로를 빠르게 뚫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이란 발사 후 중력과 관성에 따라 탄도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로, 유도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과 구별됩니다(출처: 미 국방부 공식 사이트).
전쟁은 '초기 타격의 성공'보다 '잔존 위협을 얼마나 오래 통제하고 관리하느냐'의 싸움이라는 걸, 저는 훈련장에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번 미-이란 전쟁은 그 명제가 실전에서 얼마나 냉혹하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협상에 나온 이란 협상단이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전쟁이 얼마나 복잡한 정치적 방정식 위에 놓여 있는지 짐작이 됩니다. 공중 우세만으로 상대 체제를 무너뜨리기는 어렵고, 결국 종전은 기술이 아닌 정치·전략적 결단의 문제라는 판단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전장 밖으로도 번집니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지속되면 원유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석유화학 제품과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 세계 물가에 파급됩니다. 조속한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금 이 전쟁은 단순히 중동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협상 결과와 2주 휴전 이후의 미국 전략적 선택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