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미국 자주포 사업, 한국이 거절하는 이유 (K9 자주포, 현지 생산 리스크)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3. 22.

솔직히 저는 미국이 한국 자주포에 러브콜을 보낸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좋은 기회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가진 나라가 우리 무기를 찾는다니, 방산 수출의 역사적 전환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군 복무 시절 무기 도입 과정을 지켜보며 느꼈던 경험을 떠올려보니, 이번 건은 단순한 수출 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국방부가 10월부터 본격화한 자주포 조달 사업에서 한국 K9 자주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역대급 조건을 제시했다는 미국의 제안 뒤에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사항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K9 자주포가 미국 시장에서 1순위로 꼽힌 배경

미국이 외부에서 자주포를 조달하겠다고 방향을 튼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2018년부터 진행했던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 프로그램이 포신 과도 마모 문제로 중단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자국 방산의 공급망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ERCA란 사거리를 연장한 차세대 포병 시스템 개발 프로그램을 뜻하는데, 기술적 한계로 결국 백지화됐습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조차 생산 지연으로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전통적인 자주포 강국들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미국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은 K9 자주포를 여러 평가 부문에서 세계 1위로 꼽았습니다. 증강된 치사력, 연장 사거리, 빠른 발사 속도, 뛰어난 기동성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였습니다. 제가 군에서 근무할 때도 K9의 성능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는데, 실제로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수출되며 그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군이 원하는 차륜형 K9A2 개발과 납품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였고, 155mm 포탄용 추진 장약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보관하겠다는 매력적인 제안까지 내놓았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탄약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대화된 포탄 장약 시설까지 갖출 수 있는 윈-윈 구조처럼 보였을 겁니다.

미국 국방부가 제시한 조건들도 일견 한화에 유리해 보였습니다. 자주포 생산을 반드시 미국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과 빠른 납품 속도 요구는,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던 한화의 계획과 맞아떨어졌습니다. 폴란드 사례에서 보듯 한국의 납품 속도는 독일이나 영국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빠르고 비용도 절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2024년 말부터 한국 자주포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되는 듯했고, 2025년 들어서는 제3국 조달 방안이 확정되며 더욱 탄력을 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국이 우려하는 현지 생산의 리스크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미국 내 생산이라는 조건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조지아주 공장 설립 계획은 이민 환경 불안정과 전문 워킹 비자 문제로 한국 전문가 파견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TSMC처럼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도 미국 공장에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기서 영업이익률이란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으면 사업성 자체가 의문시됩니다.

현지화(Localization) 요구는 단순히 공장을 짓는 수준이 아닙니다. 미국은 핵심 부품과 기술까지 현지에서 생산하길 원하는데, 이는 결국 기술 이전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군 복무 중 무기체계 운용을 지켜보며 느낀 건, 방산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K9 자주포의 핵심 노하우와 기술이 미국으로 고스란히 넘어간다면,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사례처럼 한국 기술자들이 미국인들을 교육한 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방산 분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도 큰 변수입니다. 한국 부품을 미국으로 보낼 때마다 막대한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면 사업성 자체가 흔들립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조선, 반도체, 자동차 산업을 미국에서 빼앗아 갔다고 주장하며 압박을 강화해왔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방산까지 엮이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럽습니다. K9 현지 생산을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투자가 필수적인데, 이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조선업 분야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옵니다. 한화가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존스법 때문인데, 여기서 존스법이란 미국 내 해운과 조선업을 자국 기업이 독점하도록 규정한 법률입니다. 미국 태평양 패권 유지를 위해 10년 내 최소 100척의 함정 교체가 필요하다는 상원의원들의 주장은 수백 조 원 규모의 기회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 내 공장 설립이 전제되어 있고, 높은 인건비와 운영 어려움으로 결국 장비만 남기고 철수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미국과의 방산 협력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기술 주권과 산업 기반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중국이 파격적 혜택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한 후 기술을 가져가고 내쫓는 사례를 볼 때, 미국도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비슷한 압박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맹은 중요하지만, 일방적 구조로 흘러가는 협력은 경계해야 합니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으로서는 자체 방산 생산 시설 유지가 필수인데,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핵심 시설을 미국에 짓는 건 전략적으로 위험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미국의 제안이 조건상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생산기지 현지화 요구와 기술 이전 압박은 결국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무리한 진출보다는 전략적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동맹은 중요하지만, 자국의 산업 기반과 기술 주권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며, 지금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4-acTwUJPo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언덕이 있는 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