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번 이스파한 공습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이게 진짜인가" 싶었습니다. 주황빛 불기둥과 버섯 모양 연기가 밤하늘을 수놓는 장면은, 훈련에서 수도 없이 상상하던 그 장면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미국이 이란의 핵·군사 밀집 지역을 대규모로 타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스파한이 표적이 된 이유: 지하시설 타격의 현실
이스파한은 단순한 도시가 아닙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 보관지이자 군사 핵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으로, 이란 방위 전략의 핵심 거점입니다. 이번 공습에서 미군이 투입한 것은 900kg 급 벙커버스터(Bunker Buster)였습니다. 여기서 벙커버스터란 콘크리트와 암반으로 요새화된 지하 시설을 관통한 뒤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된 특수 관통 폭탄을 말합니다. 일반 폭탄이 지표면을 타격하는 데 그친다면, 벙커버스터는 수십 미터 지하까지 파고들어 목표물을 파괴합니다.
제가 연합 훈련에서 직접 경험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지하 탄약고나 지휘소를 가정한 표적은 1차 타격으로 임무가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피해 평가(BDA, Battle Damage Assessment)를 실시하고 연속 타격을 계획하는 것이 기본 절차였습니다. BDA란 공격 이후 실제 피해 정도를 평가하는 과정으로, 임무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단계입니다. 이스파한처럼 핵 관련 시설과 군사 시설이 혼재된 지역에서는 민간 피해와 방사성 물질 확산 가능성까지 작전 계획에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이번 공습의 전술적 목표는 단순 파괴가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이런 전략 표적 타격은 상대 지휘체계와 의사결정 속도를 마비시키는 충격 효과(Shock Effect)를 노립니다. 쉽게 말해, 물리적 파괴보다 상대가 "다음에 어디가 맞을지 모른다"는 심리적 마비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스파한의 군사 탄약고를 정밀 타격했으며, 핵심 전투기 파괴 장면도 함께 공개했다고 전해집니다(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강제 협상 유도 전략의 한계: 확전 구조에 들어선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이번 공습 영상을 직접 SNS에 올렸습니다. 발전소에 이어 물 담수화 시설까지 초토화하겠다고 경고 범위를 넓혔고, 초토화 이후 이란 체류를 끝내겠다는 발언으로 작전 종료 시점까지 시사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강제 협상 유도 전략입니다. 군사적 압박을 통해 상대가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강제하는 방식인데,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이란과 같이 체제 생존과 저항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결속된 국가에서는, 외부의 강력한 압박이 오히려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보복 명분을 제공하는 역효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스라엘 하이파 정유소와 네오트 호바부 산업 단지를 헤즈볼라와 합동으로 공습했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인근 해역에서는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던 쿠웨이트 국적 유조선 알 사미오를 폭격해 화재를 발생시켰습니다.
이란이 꺼내든 카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스라엘 정유소 및 산업 단지 공습 (헤즈볼라 합동 작전)
- 쿠웨이트 국적 초대형 유조선 알 사미오 폭격 및 화재
-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공군 기지 로켓 공격
- 아랍에미리트 내 미국 해병대 집결지 드론 타격
-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법안 통과
이란 의회가 통과시킨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법안은 단순 보복이 아닙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약 33km의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입니다. 이곳에 이란 화폐 리알로 통행료를 매기겠다는 것은 미국 달러 중심 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이란 우호 국가 결속을 노린 비대칭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행이 제한될 경우 국제 유가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이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 우리가 지금 봐야 할 것
솔직히 이번 상황을 보면서 예상 밖이었던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채로 작전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입니다. 개전 이후 6주 차 즈음을 대규모 공격으로 작전을 마무리할 분기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데, 이는 경제 악화와 국제 유가상승으로 흔들리는 지지율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억제(Deterrence)와 보복이 반복되는 확전 구조에 이미 들어섰다는 점입니다. 억제란 상대가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위협이나 비용으로 막는 전략인데, 이 억제가 실패하고 나면 양측 모두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사다리 구조가 형성됩니다. 미군 기지나 외교 시설을 직접 겨냥한 이란의 드론 타격은 그 사다리의 다음 칸을 밟은 것으로, 자칫 전면전으로 번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등 동맹국을 향해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우라"고 압박한 것도 이 국면에서 놓치면 안 될 신호입니다. 나토 동맹 구조에 균열이 생기는 시점이 오면, 이란에 대한 국제적 압박 공조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는 분들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군사적 성공과 전략적 확전은 동시에 일어납니다. 지하시설 하나를 부수는 것과 전쟁 전체를 끝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미국 이란 공습이 단기전으로 끝날지, 중동 전체를 흔드는 장기 국면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고, 호르무즈 해협과 국제 유가 흐름이 그 판단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