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국제 질서가 약해지고 있다'는 말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흔들린다는 분석이 워낙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연합 및 정보분석 업무를 하면서 실제 자료들을 들여다보니, 오히려 미국은 힘을 잃은 게 아니라 행사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 방향성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방공망 성능, 시험장 숫자만으로 판단하면 틀린다
저는 과거에 여러 국가의 방공체계를 분석하면서 하나의 원칙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무기의 성능은 '홍보'가 아니라 '실전 통과율'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중국산 방공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중국은 자국 방공체계가 F-22, F-35 같은 스텔스기를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서는 헬리콥터조차 막아내지 못했고, 이란에서는 이스라엘 미사일의 상당 부분이 방어망을 통과했습니다. 이 결과만으로 중국 무기를 단정적으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판단에는 조금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실전 데이터가 보여주는 흐름 자체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전자전(EW, Electronic Warfare)입니다. 전자전이란 전자기파를 이용해 적의 레이더나 통신 시스템을 교란·무력화하는 전투 방식을 말합니다. F-35 같은 플랫폼은 단순히 레이더에 안 잡히는 것 이상입니다. 센서 융합(Sensor Fusion)이라는 기술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는 여러 감지 장치의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적 방공망의 '눈'을 먼저 파악하고 무력화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교전 환경에서 전자전과 스텔스, 기만 기술이 결합되면 이론상의 요격률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장에서 나온 숫자와 실전 결과가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이 자랑하는 J-20 스텔스 전투기를 이용한 방공망 실험에서 자국 스텔스기는 막아냈지만 미국 스텔스기는 막지 못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는 J-20 자체의 스텔스 성능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이 문제로 무기 개발 관계자들을 처벌했다는 사실은, 중국 내부에서도 이 격차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실전 방공망 성능을 평가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험 환경이 아닌 실전 교전 상황에서의 요격률
- 전자전 및 기만 기술에 대한 대응 능력
- 스텔스 기체를 탐지하는 레이더의 실질 분해능(해상도)
- 네트워크 중심전(NCW) 환경에서의 연동 성능
에너지 봉쇄, 전쟁은 총이 아니라 파이프라인에서도 시작된다
에너지 수송로 차단 시나리오를 여러 번 다뤄봤는데, 그때마다 제가 느낀 것은 하나였습니다. 해상 통제권 하나가 전쟁 지속 능력 전체를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소비 석유의 7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입 경로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4년 들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연이어 압박하면서 이 두 국가의 석유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이란은 경제 제재 속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주요 석유 공급원이었습니다. 경제 제재로 인해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들여올 수 있었기에 중국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던 셈입니다.
여기서 해상교통로(SLOC, Sea Lines of Communication)가 등장합니다. SLOC이란 원유, 식량, 군수물자 등을 해상으로 수송하는 핵심 항로를 의미하며, 이 경로를 누가 통제하느냐가 장기전의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됩니다. 현재 미국은 베네수엘라, 이란, 그리고 미국의 영향권 안에 있는 주요 산유국들을 포함해 중국 수입 석유의 70%가량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석유의 절반 이상을 미국이 간접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 전략은 단순한 군사 경쟁이 아닙니다. 이른바 공급망 전쟁(Supply Chain Warfare)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공급망 전쟁이란 적국의 핵심 자원 조달 경로를 차단하거나 교란함으로써, 직접 충돌 없이도 상대의 경제·군사적 역량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말합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군사 목표'가 아닌 '에너지 봉쇄 레버'로 활용하는 방식이 그 전형적인 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압박은 단기 충돌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더 깊숙이 상대의 전략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복합 경쟁 체제, 미국의 우위는 지속되지만 '절대 승리'는 다른 문제다
미국의 전략이 군사력 자체보다 체계·네트워크·자원 통제 능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점, 제가 직접 분석 업무를 하면서 가장 선명하게 체감한 부분입니다.
국제 질서가 약해진 게 아니라 형태가 바뀌었다는 시각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규범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패권 전략이 노골화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드러난 '복종하지 않으면 부수겠다'는 식의 접근은 그 방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란 미국 주도의 국제 평화 질서를 뜻하는데, 이 개념이 단순히 붕괴한 것이 아니라 '규범 기반 질서'에서 '힘 기반 질서'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다만 중국 무기 성능을 단정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기 체계는 빠르게 개선되며, 실패 이후 보완 속도도 결코 느리지 않습니다. 미 국방부가 발간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2023)'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2030년까지 핵탄두 보유량을 1,500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군사 현대화 속도 역시 미국의 예상을 앞지르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출처: 미 국방부 CMPR).
또한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출처: IEA). 에너지 봉쇄 전략이 단기적으로 강력한 압박이 되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구도는 미국의 우위가 유지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자원·동맹이 결합된 복합 경쟁 체제로 이해하는 것이 더 현실에 가깝다고 판단됩니다. '미국이 이긴다'거나 '중국이 따라잡는다'는 식의 단선적 결론보다는, 이 경쟁이 어느 분야에서 어떤 속도로 전개되는지를 계속 추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안보·정책 조언이 아닙니다.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식 자료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