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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오판 (미디어편향, 권력승계, 해프닝전쟁)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4. 5.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없으십니까. 미국 언론과 이란 언론이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전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 말입니다. 저는 오랜 군 생활을 하면서 정보전(情報戰), 즉 전시 상황에서 아군과 적군 양측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선별·가공하는 심리전의 실체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번 미국과 이란 사이의 사태를 바라보며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미디어 편향: 양쪽 보도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전시·준전시 국면에서 언론 보도는 종종 프로파간다(propaganda), 즉 특정 세력이 대중의 여론을 자국에 유리하게 형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 정보 조작의 성격을 띱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탁월한 전략가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고, 이란 언론은 반미 감정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보도합니다. 어느 쪽도 온전한 그림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제가 군에서 배운 정보 분석의 첫 번째 원칙은 "출처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보도 내용 자체보다 그 보도가 누구에게, 어떤 시점에, 어떤 목적으로 나왔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저는 현장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아군 발표와 적군 발표가 180도 다른 경우를 수없이 봤습니다. 그 간극 어딘가에 진실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동 접근 방식을 사업가적 협상 감각만으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여기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외교 정책은 백악관 참모진, 국방부의 전략 판단, 동맹국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업가적 타이밍 감각이 단기 결단에 유리할 수 있지만, 수천 년의 역사와 종교 권위가 얽힌 이란이라는 체제를 다루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사태를 보면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실감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읽고, 정보의 출처와 맥락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단순히 보도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도의 구조와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권력 승계: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은 무엇이 달라졌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은 이란 내부에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신학자로서 이란을 넘어 전 세계 시아파(Shia Islam) 공동체에서 상당한 종교적 권위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시아파란 이슬람의 양대 종파 중 하나로, 이란·이라크·레바논 등을 중심으로 약 2억 명 이상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종교 지도자의 죽음은 군사 지도자의 죽음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군사 지도자를 잃으면 지휘 체계가 흔들리지만, 종교 지도자를 잃으면 그가 순교자(shahid)로 추앙되면서 오히려 내부 결속이 강화됩니다.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미국 영사관이 기습 공격당한 사건은 이 반감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권력 승계 구도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하메네이는 생전에 '파스다 파(Fatwa)'를 통해 핵 개발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고 선언했습니다. 파트와(fatwa)란 이슬람 법학자가 교리에 근거하여 내리는 종교적 법령으로, 신자들에게 사실상 율법에 준하는 구속력을 가집니다. 그가 사망하면서 이 법령의 효력이 사실상 무효화되었고, 이는 이란의 핵 개발 가능성을 새롭게 논의해야 하는 국면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를 곧바로 이란의 핵 개발 가속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후계 구도를 "고위험·고불확실 국면(high-risk, high-uncertainty phase)"으로 평가했습니다(출처: Reuters).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가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분석은 있지만, 내부 권력 재편이 완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란의 핵 개발 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과 핵 사찰 협력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출처: IAEA). 이란이 실제로 핵 개발로 방향을 틀 것인지는 새 지도부의 종교적 입장과 국제 제재 압박, 내부 권력 구조 재편 결과를 함께 봐야 합니다.

해프닝 전쟁: 미국이 이란을 오판한 세 가지 지점

저는 군에서 "상대를 얕보는 순간 작전은 절반 실패"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며 그 말이 다시 떠오른 것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국이 이란 문제를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살펴보면, 이 오판의 구조가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미국이 이번 사태에서 저지른 전략적 오판의 핵심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이란을 베네수엘라와 동일시한 체제 인식 오류: 베네수엘라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독립한 국가로, 이란처럼 수천 년의 제국 역사와 시아파 종교 권위가 결합된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마두로 정권 교체처럼 지도자 한 명을 제거하면 사태가 정리될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잘못된 유추였습니다.
  •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시나리오 미예측: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입니다. 이란은 전면 봉쇄 대신 일부 선박 공격으로 70~80% 수준의 반(半) 봉쇄 전략을 택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시위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미국은 이 카드에 당황했습니다.
  • 지전략적(geopolitical) 연쇄 반응 간과: 이란의 종교적 영향력이 주변 시아파 네트워크와 연동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주변 아랍 국가들의 반응까지 관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서 사전 정보 분석과 동맹 구도를 치밀하게 설계해 성과를 낸 것과 비교하면, 이번 이란 접근은 처음부터 즉흥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펜타곤 내부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는 점,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를 이란 방면으로 재배치하는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탄도미사일이 최종 단계에서 낙하할 때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미국의 단순 오판"이라는 한 줄 설명보다, 체제 이해 부족과 과신, 정보 왜곡이 층층이 쌓인 복합 실패로 봐야 더 정확합니다. 제가 군에서 배운 교훈과 정확히 겹치는 지점입니다.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든, 중동이라는 공간은 단기 군사 성과만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종파 네트워크, 순교 의식, 수천 년 축적된 국가 기억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양측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소비하기보다는, 역사적 맥락과 종교적 구조를 함께 읽는 시각을 갖추는 것이 지금 이 사태를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판단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IAEA나 로이터의 원문 보도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언론 보도 이면의 구조를 읽는 훈련이 쌓일수록, 이런 사태에서 흔들리지 않는 시각을 갖출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u6kxDpM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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