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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외 압박 전략 (경제제재, 이란시위, 대만한국)

by 등대가 있는 언덕 2026. 4. 6.

뉴스를 보다 보면 "미국이 또 제재를 한다"는 소식이 그냥 흘러갑니다. 근데 제가 군 생활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직접 때리는 것보다 보급을 끊는 게 더 오래, 더 깊이 아프다는 겁니다. 지금 쿠바가, 이란이, 그리고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 구도가 정확히 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총 한 발 없이 국가가 흔들리는 법, 쿠바 에너지 위기

쿠바는 지금 하루 12~16시간씩 전기가 끊깁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닙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 공급을 중단했고, 그게 전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쿠바로 향하는 원유 루트를 차단하면서 이 상황이 현실이 됐습니다. 쿠바는 사탕수수, 담배, 그리고 관광업으로 외화를 버는 구조인데, 관광 산업까지 타격을 입었습니다. 미국인의 쿠바 방문이 사실상 막혔고, 유럽인들도 쿠바를 다녀오면 미국 무비자 입국이 어려워지는 불이익 때문에 발길을 끊고 있습니다. 에너지 공급망(supply chain)이란 특정 물자나 에너지가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이동하는 전체 경로를 말하는데, 이 고리 하나가 끊기면 국가 기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쿠바가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도 봤습니다. 직접 부딪히는 것보다 적의 보급로를 끊는 게 결국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상대는 싸울 의지 자체를 잃게 됩니다. 쿠바는 1959년 혁명 이후 수십 년째 대미 대립 속에서 버텨왔지만, 현재의 경제난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합니다. 지난 7~8년 사이 인구의 약 20%가 해외로 떠나 전체 인구가 1,000만 명 아래로 줄었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줍니다.

쿠바 사태를 이해할 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제재의 영향이 크다는 건 맞지만, 쿠바 경제의 만성적인 구조 문제도 함께 작동하고 있습니다. 오랜 중앙계획경제 체제의 비효율이 축적된 상황에서 외부 압박이 가해진 것이기 때문에, 제재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저는 봅니다.

항모 전단이 움직였다, 이란 시위의 배경

미국 국방부가 남중국해에 배치되어 있던 항모 전단(carrier strike group)을 중동으로 이동시켰습니다. 항모 전단이란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구축함, 잠수함, 보급함 등이 함께 편성된 기동 함대를 말합니다. 이 전력이 중동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이란에 보내는 정치적 신호입니다.

이란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은 이를 자신들의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 전략이 효과를 낸 결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경제제재란 특정 국가의 정치적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역, 금융 거래, 자산 동결 등을 제한하는 외교적 압박 수단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를 파기하고 '최대 압박' 정책을 밀어붙였는데, 그 결과가 이란 내부의 민생 붕괴와 시위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입니다(출처: 미국 국무부).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단선적인 해석은 조심해야 합니다. 이란 시위가 미국 제재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내부 정치 불만, 종교 권력에 대한 피로감, 세대 갈등 같은 복합 요인이 겹쳐 있습니다. 제재가 기름을 부은 건 맞지만, 불씨 자체는 이란 사회 안에서 오래전부터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란이 쿠바와 다른 점은 저항력입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수십 년간 외부 압박에 맞서 내부 시스템을 다져온 국가입니다. 지도층을 타격해도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이스라엘조차 이란의 완전한 붕괴는 원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동 전체의 세력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MAGA 지지층도 해외 전쟁 개입에 부정적인 만큼, 전면적인 군사 행동보다는 제한적 압박을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란의 최근 국내 상황과 시위 동향은 국제위기그룹(ICG) 보고서에서 상세히 분석하고 있습니다(출처: International Crisis Group).

전략적 모호성이 흔들리는 대만, 그리고 미국의 셈법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시진핑이 결정할 일"이라고 발언한 건 단순한 실언이 아닙니다. 미국은 1970년대 중국과 수교하면서부터 대만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해 왔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특정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공표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이 미국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외교 전술입니다.

이 전술이 유효했던 건 TSMC(대만적체전로제조회사)라는 변수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TSMC가 담당하고 있어, 대만이 '실리콘 방패'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팹(fab,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이 방패의 레버리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 대안 생산 기지가 생기면 대만의 전략적 효용성은 자연스럽게 낮아집니다.

제가 이 상황을 보면서 군에서 배운 말이 떠올랐습니다. "상황을 단선적으로 보면 반드시 오판한다." 대만 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 반도체 공급망, 미국 국내 정치가 동시에 얽힌 복합 방정식입니다. 군사적 측면만 보거나, 경제적 측면만 보면 틀립니다.

현재 대만 안보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팹 투자 확대로 '실리콘 방패' 레버리지 약화
  •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유지 여부 불투명
  • 중국의 군사 압박 수위 지속 상승
  • 미국 MAGA 세력의 해외 군사 개입 반대 기조

대만의 한국 견제, 무대응이 맞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하나의 중국' 발언을 두고 대만 측에서 날을 세웠습니다. 주한 대만 대표부 측은 "하나의 중국이 반드시 중화인민공화국은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대만 정치권 일부는 한국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원칙을 버린 이웃"이라고 비판하며 관계 재검토를 거론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할 때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 입장으로 유지해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운 선언이 아니라 30년간 이어온 외교 원칙의 반복입니다. 대만이 이를 문제 삼는 건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길 바라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이 국제적으로 '타이베이, 차이나(Taipei, China)'로 표기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한국이 공항 시스템에 '대만'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오히려 배려에 가깝습니다. 대만이 이를 문제 삼는 건 과도한 반응입니다.

더 깊이 보면 이 갈등은 한국과 대만의 오랜 경쟁 구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습니다. 과거 비슷한 수준이었던 두 나라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격차를 보이게 되었고, 대만이 반도체 하나에 집중된 산업 구조인 반면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배터리 등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상대가 자신보다 앞서 나갈 때 나타나는 견제 심리, 국제정세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한국은 이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되, 원칙적인 외교 입장을 흔들 필요는 없습니다.

국제정세를 오래 지켜보면서 느낀 건, 소음과 신호를 구분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겁니다. 쿠바의 에너지 위기, 이란의 시위, 대만의 한국 견제 발언. 이 셋은 표면적으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흐름 안에 있습니다. 미국이 군사력 대신 경제와 외교 압박으로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소음을 만들어내는 구도입니다. 이 글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국제뉴스를 조금이라도 구조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상황이 바뀌면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q9ZHIgS7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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