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작전에서 장갑차가 그냥 '물에 뜨는 전차' 정도라고 생각하셨다면, 그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졌는지 KAAV-2 시제 차량 공개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다시 실감했습니다. 해병대의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 KAAV-2가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2028년 전투 배치를 향한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갑차 한 대가 한국 해병대의 미래 작전 개념 전체를 상징한다고 봅니다.
상륙작전 개념의 변화, 그리고 기존 KAAV의 한계
일반적으로 상륙작전이라 하면 상륙함이 해안 근처에 접근한 뒤 병력을 투입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처음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군 생활 중 해병대와의 합동훈련 및 상륙작전 관련 교육을 접하면서 이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실제 작전 계획을 검토하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적의 해안 방어망입니다. 북한은 지대함 미사일(해안에서 함정을 공격하는 유도탄)과 해안포를 대규모로 배치하고 있어, 상륙함이 해안에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손쉬운 표적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 문제는 회의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었고, 기존 KAAV(상륙돌격장갑차)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늘 나왔습니다.
기존 KAAV는 수상 속도가 느리고 항속거리도 짧아 수십 킬로미터 밖 해역에서 독립적으로 기동하기에 태생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해병대가 새로 요구한 작전 개념은 EFV(원정전투차량)에 가깝습니다. EFV란 미 해병대가 개발을 추진했던 고속 상륙돌격장갑차 개념으로, 상륙함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서 발진해 자력으로 해안까지 고속 기동한 뒤 즉각 지상전에 투입되는 차량을 말합니다. 미국은 2011년 개발 비용 과다 문제로 이 사업을 결국 포기했습니다.
한국이 현실적인 스펙으로 그 개념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해외 군사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KAAV-2의 핵심 기술, 어디까지 왔나

이번에 공개된 시제 차량 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 무인포탑(Unmanned Turret): 승무원이 차체 내부에서 원격으로 조작하는 포탑. 포탑 크기를 줄여 무게 중심을 낮추고 파도 위에서도 차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APS(능동방어체계, Active Protection System):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이나 로켓을 탐지·요격하는 장치. 포탑 전면에 탐지 레이더가 장착되었고 상부에 요격탄 발사대가 배치되었습니다.
- 전·후방 플랩(Flap): 수상 기동 시 차체 저항을 줄여 고속 활주를 가능하게 하는 접이식 구조물. 궤도가 차체 안으로 이동하면서 선박에 가까운 형태로 변신합니다.
무인포탑을 적용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과시가 아닙니다. 파고가 높은 해상에서 장갑차가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려면 무게 중심을 최대한 낮춰야 합니다. 포탑이 무거울수록 롤링(좌우 흔들림)이 심해지고 승무원 안전과 항법 모두에 영향을 미칩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관련 자료를 검토하면서 얼마나 까다로운 공학적 문제인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차세대 고속 상륙돌격장갑차 핵심 스펙 비교
| 구분 | 기존 KAAV-7A1 | 미국 EFV (개발 폐기) | 한국 KAAV-2 (개발 중) |
| 수상 속도 | 약 13 km/h | 약 46 km/h (초고속) | 약 25~30 km/h (고속 활주) |
| 엔진 출력 | 400마력급 | 2,800마력급 (과부하 문제) | 가변 출력 (수상 2,000 / 지상 1,000마력) |
| 포탑 형태 | 유인 포탑 | 유인 포탑 | 원격 무인포탑 (무게 중심 하향) |
| 작전 반경 | 연안 접근 필요 | 수평선 너머 발진 가능 | 수평선 너머 원거리 발진 가능 |
엔진 기술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KAAV-2에 탑재된 엔진은 자주포용 디젤 엔진을 개량한 국산 모델로, 수상 기동 시 2,000마력 이상, 지상 기동 시 1,000마력대로 출력을 가변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여기서 가변 출력 기술이란 하나의 엔진이 운용 환경에 따라 출력 특성을 바꿔 최적의 효율을 내는 방식으로, 수상과 지상이라는 전혀 다른 두 환경을 하나의 파워팩(엔진과 변속기를 일체화한 동력장치)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륙돌격장갑차에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독일 MTU사가 EFV용으로 개발했던 엔진은 2,8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목표로 했지만 과도한 요구 조건 때문에 개발이 지연되었고 결국 사업 폐기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그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실적인 ROC(작전 요구 성능)를 설정하면서도 국산화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성숙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방위사업청).
침수 사고와 관련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과 2023년 발생한 침수 사고는 엔진 결함이 아니라 차체 방수 누수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봅니다. 근본적인 추진 체계 문제였다면 개발 기간이 훨씬 길어졌을 것입니다. 방수 설계 개선은 어렵지만 구조적 재설계보다는 빠르게 보완이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해병대 전력 전망과 K방산 수출 가능성
KAAV-2가 2028년 전투 배치에 성공한다면, 그 의미는 해병대 내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고속 상륙돌격장갑차를 자국 기술로 독자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손에 꼽힙니다. 미국은 EFV를 포기한 뒤 차륜형 상륙장갑차로 선회했고, 일본도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시제 차량 공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전투 배치에 성공할 경우, 해외 수출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레딧을 비롯한 해외 군사 커뮤니티에서 사진 한 장만으로도 뜨거운 반응이 나온 것을 보면, 잠재적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 해병대도 한국과 일본이 개발 중인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신호입니다.
K방산의 수출 경쟁력은 이미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검증된 바 있습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KDIA)에 따르면 2022년 한국 방산 수출액은 약 17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출처: 한국방위산업진흥회). KAAV-2가 이 라인업에 합류할 경우, 특히 상륙전 능력 강화를 추진 중인 동남아·중동 국가들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광학 장치 위치, RCWS(원격사격통제장치, Remote Control Weapon Station) 탑재 여부, 실제 수상 속도 등은 추가 공개가 이루어져야 정확히 파악될 것입니다. 하지만 외부 행사에서 시제 차량이 전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개발 완성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KAAV-2가 단순한 장갑차 교체 사업이 아니라는 것, 이 차량이 곧 한국 해병대의 미래 상륙작전 개념 전체를 담은 플랫폼이라는 것을 이번 시제 공개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2028년 전투 배치 일정이 지켜진다면, 그때야말로 EFV가 실패한 자리에서 한국이 무엇을 만들어냈는지 세계가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 결과를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과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