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전이 선언되면 전쟁이 끝난 걸까요? 34년간 군복을 입으면서 저는 그 반대의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휴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휴전 신호, 그런데 왜 공식 발표가 없을까?
파키스탄 아심 문니르 합동참모의장이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 대통령을 만났고, 며칠 안에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공식 발표될 수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중재국이 거론되고 외교관 복귀 움직임까지 포착되니 분위기가 완화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공식 발표는 없을까요?
💡 34년 군 경력자의 현장 노트
현역 시절 작전계획(OPLAN)을 수립하거나 참모 업무를 수행할 때 가장 먼저 배운 원칙이 있습니다. "외교적 선언과 실제 전장의 움직임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작전계획을 짜다 보면 협상 테이블의 평화로운 수사(修辭)와 현장 전방 부대의 병력 재배치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상황을 자주 접했습니다.
보도의 신뢰성 자체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소식통의 정체도,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외교적 탐색 단계'로 읽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는 맞지만, 그것이 곧 최종 타결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가 진짜 통제를 뜻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기뢰가 제거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미국이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확실히 행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주요 용어 정의
- 기뢰(機雷): 수중에 설치하여 적 함정 접근을 차단하거나 해상 교통로를 봉쇄하는 폭발성 무기.
- 호르무즈 해협: 하루 평균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수송로(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
기뢰를 제거했다는 것과 해협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일단 '유보'됐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안도와는 다릅니다.
외교관 복귀 역시 미군이 군사적 선택지를 완전히 내려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강대국 외교에서는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협상을 동시에 운용하는 것이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북미 대화 재개, 트럼프의 카드가 북한에 통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에 김정은 위원장과의 과거 사진을 올리고 한미연합훈련 축소 게시물을 재게시하면서 북미 대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2026년 현재의 북한은 2018년의 북한과 전혀 다른 상대입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린너 연구원 분석처럼, 북한은 러시아·중국으로부터 식량·자금·기술을 공급받고 있어 미국 제재 완화에 대한 목마름이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과거 제가 군에서 대북 정보 파트와 협력하며 배운 핵심 원칙은 "상대방의 협상 동기와 구조가 바뀌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 북한의 3대 구조적 안보 축 | 내용 및 영향 |
| 핵무력 고도화 | 헌법에 명문화하여 포기 불가능한 절대 카드로 규정 |
|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 포탄·병력 제공 대가로 밀착된 군사기술 및 경제 지원 확보 |
| 대중국 경제 의존 |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견고한 생명줄 유지 |
이 세 가지 축을 볼 때,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이나 케미스트리만으로 핵 문제나 주한미군 같은 구조적 쟁점이 풀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코리아 패싱 우려와 대한민국의 대응 전략
북미 직접 협상이 가속화될 경우 당사국인 한국이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전방 부대와 지휘부에서 느꼈던 안보적 긴장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 적극적 참여와 원칙 수호: 북미 대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며, 당사국으로서 한국의 안보 이익(비핵화 원칙)을 적극 반영시켜야 합니다.
-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신뢰성 유지: 미국의 핵우산 공약과 한미연합방위태세가 협상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주시해야 합니다.
- 실질적 억제력 강화: 외교적 협상 뒤에 튼튼한 군사적 억제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상대는 언제든 약속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대비태세로 완성된다
34년 군 생활에서 체감한 가장 냉정한 교훈은 이것입니다. "평화는 말이나 선언문으로 오지 않는다. 강력한 대비태세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협상은 힘을 얻는다."
미·이란 휴전설과 북미 대화 재개 신호는 분명 평화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 합의가 도출되고 현장에서 검증되기 전까지는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며, 대한민국의 안보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엄중히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기뢰 제거' 발표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뢰 제거는 일시적인 수로 확보를 의미하지만, 드론·지대함 미사일·소형 고속정 등 비대칭 전력을 통한 이란의 상시 위협 능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Q2. 북미 직접 협상이 재개되면 '확장억제'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연합훈련 축소가 북한의 요구 조건으로 등장할 경우,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및 확장억제의 실질적 실행력과 동맹 신뢰도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34년간의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안보 칼럼이며, 정부나 특정 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