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총성이 울린 뒤에야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34년간 군에서 국제 분쟁을 분석해온 저는 그 생각이 틀렸다고 봅니다. 진짜 전쟁은 훨씬 전부터 이미 시작되어 있습니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정확히 그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공습, 무엇을 노리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유 시설과 발전소를 포함한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저는 솔직히 그리 놀랍지 않았습니다. 군에 있을 때부터 에너지 인프라는 단순한 산업 시설이 아니라 국가의 혈관이라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전략폭격(Strategic Bombing)이란 적의 전투력을 직접 격멸하는 대신, 전쟁을 지속시키는 국가 기반 시스템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군인을 한 명씩 처리하는 게 아니라, 군인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연료와 전기를 끊어버리는 전략입니다. 정유 시설과 발전소를 노린다는 건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쿠웨이트에 주둔 중인 제82공수사단 병력의 포병 훈련 사진을 공개한 것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중부사령부란 미국 군사 지휘 체계에서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담당하는 통합전투사령부로, 이 지역의 주요 군사 작전을 총괄합니다. 병력 이동 사진을 굳이 공개한 건 적에게 보내는 외교적 신호입니다. 저도 비슷한 장면을 여러 차례 봤습니다. 훈련이 언론에 공개되는 순간, 그건 이미 순수한 훈련이 아닙니다.
미 해군 전투기가 이란 남부 케섬과 반다르 아바스 지역의 수십 개 군사 및 산업 시설을 타격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대 2주간의 집중 공습 작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공습의 규모와 기간을 보면 단순한 경고성 타격이 아니라 이란의 전쟁 지속 능력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억제력이 작동하는 방식, 일반적 믿음과 현실의 차이
일반적으로 억제력(Deterrence)은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면 저절로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억제력이란 상대방이 군사적 행동을 선택했을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이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심리적 계산입니다. 그 계산이 성립하려면 의도와 능력이 모두 '신뢰 가능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중동 내 11개 에너지 시설을 보복 대상으로 명시한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혁명수비대란 이란의 정규군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이란 최고 지도자 직속의 군사·정보 조직으로, 이란의 대외 강경 작전을 주로 담당합니다. 목록을 공개한 건 실제 타격 준비가 됐다는 신호이자,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진전되면 군사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강경 발언이 반드시 즉각적인 군사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저는 수십 년의 경험으로 압니다. 군사적 압박과 협상 제안이 동시에 진행되는 건 위기 관리의 교과서적인 패턴입니다.
지금 상황을 억제력의 관점에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미국은 병력 전개와 공습으로 군사적 의지와 능력을 동시에 과시하고 있습니다.
- 이란은 보복 대상 목록 공개와 해협 봉쇄 위협으로 응수하며 대칭적 억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 양측 모두 협상 채널을 완전히 닫지 않은 상태이며, 이것이 현재 상황을 전면전이 아닌 '관리된 위기'로 유지시키는 변수입니다.
- 그러나 확전(Escalation)의 문턱은 어느 한쪽의 오판 하나로도 쉽게 넘어설 수 있습니다.
확전 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전선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류, 금융시장이라는 걸 군 생활을 통해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게 안보를 군사 문제로만 보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폭 약 33킬로미터의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퍼센트가 이 경로를 통과합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이 해협이 막히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맞습니다.
여기에 홍해 남부에서 후티(Houthi) 반군이 상선에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후티 반군은 예멘의 친이란 무장 세력으로, 홍해를 통과하는 유럽~아시아 물류 항로에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미국 소유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무인기 공격을 받은 것도 분쟁이 에너지 공급망 전체로 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수입 중 중동산 비율은 70퍼센트를 웃돕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만 오르더라도 국내 물가와 산업 비용에 연쇄적인 충격이 옵니다. 제가 현역에 있을 때도 중동 위기 때마다 에너지 수급 대응 계획이 먼저 검토됐습니다. 안보 문제가 곧바로 민생 문제가 되는 겁니다.
미디어 보도와 실제 상황,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이번 상황을 보도하는 방식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언론 보도만으로 군사 작전이 확정됐다고 단정하는 건 위험한 오독입니다. 일반적으로 언론에 흘러나오는 군사 정보는 신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이란 실제 군사 행동과 별개로 상대의 판단을 흔들기 위해 정보를 전략적으로 유통하는 행위입니다. 공습 계획이 언론을 통해 사전에 흘러나오는 건, 이란에게 '협상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압박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정보 작전의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보도 내용 자체가 작전의 일부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이버 공격(Cyber Attack) 역시 현대 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입니다. 사이버 공격이란 물리적 무기 없이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통해 상대의 기반 시설을 마비시키는 디지털 형태의 공격을 말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010년 이란 핵 시설을 겨냥해 스턱스넷(Stuxnet) 악성코드를 사용한 선례가 있는 만큼, 사이버 공격은 군사 공습과 병행되는 수단으로 언제든 등장할 수 있습니다.
5. 마치며: 냉정한 팩트 분리와 유연한 대비
결국 이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시각은 냉정한 팩트 분리입니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공습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것, 이란이 보복 대상을 명시했다는 것, 그리고 양측 모두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전망이고 시나리오입니다. 전망과 사실을 구분해서 읽어야 불필요한 공포나 반대로 근거 없는 안도를 피할 수 있습니다.
34년을 군에서 보내면서 깨달은 건, 위기는 반드시 최악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중동의 불안이 길어질수록 국내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습니다.
정부 차원의 에너지 공급망 안정 대책과 외교적 대응 준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작동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한 군사력은 억제력을 제공하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는 결국 대화와 신뢰 구축에서 옵니다. 이 원칙은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중동 정세 및 안보 FAQ)
Q1.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한국 경제와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물동량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해협 봉쇄나 수송 차질은 즉각적인 국제 유가 상승과 물가 인상, 제조 산업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Q2. 군사 언론 보도나 훈련 사진 공개를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현대전에서 공개적인 군사 훈련이나 공습 계획 유출은 단순한 보도가 아닌, 상대국에게 협상 압박을 가하고 실력 행사의 의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된 외교·심리전 수단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Q3. '전략폭격(Strategic Bombing)'과 전통적인 군사 타격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전통적인 타격이 전선의 적 병력과 무기를 직접 타격하는 방식이라면, 전략폭격은 발전소, 정유 시설, 수송망 등 적의 전쟁 지속 능력을 받치는 기반 인프라를 무력화하는 전략입니다.
⚠️ 안내 및 면책조항 (Disclaimer)
본 글은 공개된 보도 및 언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문에 수록된 의견과 분석은 34년간 군 복무 및 안보 분야를 분석해온 필자의 개인적인 주관과 경험에 기초한 것이며, 특정 정부 기관이나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본 글은 정보 공유 목적의 칼럼으로, 전문적인 정책이나 투자 조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